지난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천일째를 맞았습니다. 두나라 사이에 전쟁치고는 대단히 오래 진행되는 싸움입니다. 물론 더 오래 끌었던 양국 전쟁도 많습니다. 1337년부터 1453년까지 프랑스 왕위 계승과 영토 문제로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백년전쟁도 있었고 1955년부터 1975년까지 베트남에서 일어난 베트남 전쟁도 있었습니다. 한국전쟁도 3년1개월동안 치열한 전쟁을 벌였습니다. 한국전쟁은 처음에는 양국전쟁에서 다국적전쟁으로 비화된 경우입니다. 러우전쟁도 이제 거의 3년을 향해 달려갑니다. 천일이라는 시간은 없었던 아이가 잉태하고 태어나 걸을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습니다. 평온한 시절에도 그러한데 하물며 전쟁속에서 천일은 정말 지겹고도 비참한 그런 시간의 흐름이었을 것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과연 승자와 패자가 존재할 지 그리고 전쟁자체의 존재감도 없는 그런 전쟁을 전세계인들이 왜 피곤함속에 지켜봐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전쟁이기도 합니다. 전쟁에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명분이 있고 서로 비슷한 체급에서 이뤄지는 것이 전쟁입니다. 체급에서 완연한 차이를 보이면 그것은 전쟁이 아니고 침략입니다. 하지만 우크라는 나토국들의 대리역할을 하기에 침략이 아닌 전쟁의 모습을 갖추기는 합니다.
러우전쟁은 시작부터 요상했습니다. 나토에 가입하겠다고 자충우돌했던 우크라 젤렌스키의 행동이 오버스러움도 있었지만 나토군을 상대로 러시아가 전쟁을 벌였다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일주일만에 끝내겠다는 그 야무진 계획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도 궁금합니다. 물론 우크라가 나토군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할 상황이었다면 러시아 힘으로 일주일이면 굴복시켰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우크라 젤렌스키가 그렇게 당돌하게 나왔을까요. 젤렌스키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 아니였겠습니까. 당산대형인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나름 원폭도 있고 전쟁이라면 이골이 난 국가들이 든든한 뒷배로 있는데 젤렌스키 입장에서 무엇이 두려웠겠습니까. 게다가 대선을 앞두고 그다지 유리한 고지에 있지 않았던 젤렌스키 입장에서는 러시아와 한판 승부를 제대로 벌이면 대선은 따논 당상이며 앞으로 여러차례 권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은 것입니다.
나토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우크라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에게 피곤함을 줄 수 있다고 하지만 나토군이 우크라를 전폭지원하겠다는데 러시아가 감히 전면전을 일으킬까 반신반의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러시아 입장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러시아 푸틴은 한때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 소련의 KGB 출신입니다. 세계의 정보를 파악하는데는 특화된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마 푸틴은 나토의 적극적인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일주일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큰 소리쳤겠지요. 하지만 상황은 달랐습니다. 나토군이 군수품을 대거 지원하자 러시아도 사뭇 당황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추운 2월말이 지나고 3월 그리고 4월이 되자 땅은 녹아 질퍽질퍽해졌습니다. 탱크들이 진격을 못한채 제자리에 머무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방꺼리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우크라가 나토군의 지원을 받아 상당히 버티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푸틴은 작전을 바꾸었습니다. 그렇다면 단기전보다 장기전을 채택한 것입니다. 러시아의 에너지와 식량은 중국이 상당부분 흡수해 주었습니다. 인도도 에너지를 싼 맛에 사서 러시아를 버티게 해주었습니다. 서방의 대규모 경제 제재가 효과를 얻지 못하자 나토국들이 오히려 에너지와 식량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푸틴의 러시아는 전쟁중에도 나름 괜찮은 경제성장을 보였습니다. 러시아 국민들의 푸틴지지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푸틴은 또 다시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그 이후 그야말로 지리한 전쟁은 시간을 죽이면서 세월속에 흘러갔습니다. 서방을 비롯한 세계 언론들의 관심도 러우전쟁에서 멀어졌습니다. 영원히 우크라를 도울 것 같았던 나토국들의 분위기도 가라앉았습니다. 경제난 등 국내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데 왜 남의 나라 전쟁에 돈을 퍼주느냐는 여론이 미국에서부터 번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미국의 바이든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피곤한 상태에 봉착했습니다. 우크라 젤렌스키는 왜 무기를 대규모로 공급해 주지 않느냐며 나토국과 우방국들을 향해 빚쟁이 행세를 과격하게 벌입니다. 푸틴은 미국의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가 우세를 나타내자 표정관리에 들어갑니다. 나라 경제도 잘 돌아가는 것 같고 미국의 트럼프가 당선되면 러시아에게 상당히 유리한 양상이 조성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현행 위치에서 러우전쟁의 휴전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러시아는 상당한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로 총진격합니다. 그래서 산업도시들을 상당수 확보합니다. 물론 우크라도 러시아 지역 점령에 나섰지만 획득한 것은 황폐한 농촌지역에 불과합니다.
결국 미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압승을 거둡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러우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한 사람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되자 마자 러시아 푸틴에게 전화를 걸어 확전하지 말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푸틴은 우크라가 자꾸 공격을 해오니 방어적 차원에서의 전투라고 둘러댑니다. 우크라 젤렌스키는 정말 큰일 났습니다. 괜히 미국을 비롯한 나토국들의 책임못질 훈수에 놀아나 결국 나라의 상당부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여기서 전쟁이 끝난다면 젤렌스키의 정치생명도 마감된다고 보입니다. 그것을 잘 아는 젤렌스키는 그렇다면 자체 핵무기 생산을 하겠다는 엄포를 놓습니다. 원폭이 동네 폭죽입니까. 그렇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지요.
미국의 트럼프 당선인의 설침에 속이 터지는 것은 임기가 이제 2달밖에 남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입니다. 그동안 대선에 영향을 줄까봐 자제하던 평정심이 바닥을 드러냅니다. 트럼프 잘되는 것을 그냥 봐줄 수 없다는 것이지요. 바이든은 우크라가 사거리 300KM인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가한 것입니다. 이것을 신호탄으로 그동안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이 자제돼 왔던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개발한 공대지 미사일 스톰새도를 우크라가 모스크바를 향해 공격할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다니 영국과 프랑스도 숟가락 하나를 올리겠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당연히 강력 반발하며 핵폭탄 사용을 언급하며 제 3차대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구상하는데로 흘러갈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아직 취임하려면 2달이나 남았고 엄연히 남은 임기의 미국 대통령은 바이든이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공급하는 성능 좋은 미사일이 러시아 모스크바로 날라갈 경우 상황은 급격히 달라질 것입니다. 러시아도 자제하던 대량살상무기를 우크라 심장부에 퍼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러우전쟁이 천일을 넘기면서 마지막 총공세에 돌입하고 자칫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웃나라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이른바 국제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아보입니다. 북한군도 러시아 진영에 파견됐기에 한나라라도 군사적 개입을 하면 그야말로 세계 대전으로 번지게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트럼프 당선인이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만 바이든 정권하이기 때문에 그의 운신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러시아의 무력침공을 저지한다는 명문을 내세우면 아무리 트럼프와 푸틴이 친한 관계라고 해도 트럼프가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국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우크라 젤렌스키가 나토에 가입하겠다며 나대면서 원인 제공은 한 셈이지만 그것이 대규모 전쟁을 일으킬 만한 사안이었냐는 것도 앞으로 따져봐야 할 과제입니다.또 세계 군사력 3위국이라는 러시아가 약체인 우크라에게 완승을 거두지 못하는 것도 참 이해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헐벗은 북한군까지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러시아가 군사력 약체국인지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북한군을 요청했다는 것은 국제전을 염두에 둔 포석인데 러시아 푸틴은 국제전으로 확대해서 무슨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지도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전쟁사에서 좀 처럼 보기 힘든 이런 저런 사항이 러우전쟁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관련이 없을 것 같았던 러우전쟁에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북한은 군대까지 파병하는 상황도 다른 국가의 전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안입니다. 전쟁사를 다시 쓰야할 정도로 미묘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러우전쟁은 국제간 이해득실에 따라 당분간 상당히 살벌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4년 11월 1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