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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수능 성적이 객관적으로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어서 쓸지 말지 정말 많이 고민하다가,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써 보기로 했어.
우선 내 상황을 설명하자면 나는 한부모가정이고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작은 투룸에 살고 있어.
그리고 고등학교를 잘 다니다 가정사 때문에 10일 정도 무단결석을 하게 됐는데, 이 생기부로는 내가 원하는 대학에 절대 못 갈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는 학교생활에 어떤 미련도 없었고,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서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자퇴를 선택하고 수능공부에 집중하기로 했어.
18살 10월에 자퇴하고, 12월까지 돈을 모으고, 19살 1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 좀 넘게 공부를 했어! 그 사이 4월에 검정고시를 봤는데 따로 공부는 안 했고 시험 전날 기출문제 5회분 정도 풀고 합격했어.
이 글은 가난한 상황에서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에 대한 거라, 자세한 공부 방법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수능공부를 꿋꿋이 할 수 있었던 방법 위주로 적어보려고 해!
(생각해보니 수능이 한 달 조금 넘게 남은 상황이라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네 ㅠㅠ 혹시 내년 수능 생각하는 게녀들이라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올해 수능 보는 게녀들 다 파이팅이야 💪🏻💪🏻)
1. 쿠팡 알바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고 나서, 그 최소한의 비용을 모으려고 쿠팡 알바를 잠깐 했어.
하고 나서 느낀 점은 정말 체력이 좋은 사람이 해야겠다는 거였어.. 체력이 많이 안 좋거나 몸이 아픈 상태면 절대 하면 안 돼!! ㅜㅜ 공부는 진짜 건강한 상태에서 하는 게 전부야.. 나는 다행히 튼튼한 편이라 조금 무리해서 했는데도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하진 않았어.
쿠팡은 고등학생도 가능하고, 다음날 바로바로 일당이 입금되는 점이 진짜 좋았어. 이걸로 120 정도 벌고 나서는 더 안 나갔어!
2. 메가패스
쿠팡 알바를 해야만 했던 이유가 메가패스였어..ㅠ
꼭 메가스터디가 아니더라도 나 같은 상황이라면 인강사이트 프리패스는 꼭 한 군데 구입하는 걸 추천해!
나는 교재 불포함으로 50만원쯤에 샀던 것 같은데, 인강을 정말 많이 활용해서 ebs만으로는 부족했을 것 같아 ㅠㅠ 특히 나처럼 기초가 약해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탄탄히 수업을 꼭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부담스럽더라도 패스는 꼭꼭..!! 사는 걸 추천할게
대성 19패스 스듀 월 9900원 이런 것도 있었는데 나는 한국지리 세계지리 때문에 이기상 선생님 수업을 꼭 듣고 싶어서 무리해서 메가패스를 샀어 ㅠㅠ 이런 경우가 아니면 가성비 좋은 패스 비교해서 사는 거 추천할게!
(+ 수능 전 마지막 한 달에는 스듀 9900원 패스도 사서 강의 이것저것 많이 들었어!)
3. 집 공부
나는 주로 집에서 공부를 했어.
물론 내 방도 없고 가족들과 함께 있다보니 공부에 제대로 집중하기 힘든 적도 많았지만, 나는 오히려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
집에서 공부를 하면 나갈 준비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좀 더럽지만..ㅎㅎ) 매일매일 씻을 필요도 없고, 집에서 밥을 해결할 수 있으니 밥값도 절약할 수 있고, 또 내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데 남한테 민폐 끼칠까 싶어서 신경 쓸 일도 없어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나는 나만의? 아늑한 공간을 만들면 좀 애착이 생기고 공부할 마음이 드는 타입이라ㅋㅋㅋ 그 좁은 방을 나름대로 분리해서 좌식책상이랑 독서대 등등 이것저것 구비한 공부용 공간을 만들었어. 방이 아무리 작아도 공부할 공간은 꼭 분리를 해 주는 게 좋은 것 같아.
그리고 가족들과 깨어있는 시간이 겹치면 가족들 생활 때문에 공부에 방해를 크게 받을 것 같아서, 가족들이 자는 시간 + 나가 있는 시간에 주로 공부를 했어. 때마침 내가 야행성이라 그 시간에 공부가 제일 잘 되기도 했어! 그래서 나는 오후 11시쯤 일어나서 계속 공부하다 오후 5시쯤 자는 생활을 꽤 오래 했는데, 나는 이 패턴이 몸에 잘 맞아서 상관없었지만 건강에 정말 안 좋을 것 같으니까 이건 안 따라했으면 좋겠어 ㅠㅠ
4. 도서관 공부
가끔 집에서 집중이 안 되거나, 나가서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는 집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큰 도서관에 갔어.
이때는 도서관 열람실 오픈 시간인 아침 7시에 가서 마감 시간인 저녁 10시까지 공부를 했어.
아침은 집에서 먹고 가고, 점심은 도시락을 싸 가고, 저녁은 도서관 구내식당이 저렴해서 (라면이 2천원이었나?? 비빔밥 돈까스 같은 메뉴도 3천원대였던 걸로 기억) 거기서 먹거나, 건강에는 안 좋겠지만 두유+카스타드 이런 걸로 해결했었어!
도시락은 그냥 집에 있는 반찬 대충 싸갔는데, 큰 도시락통에 밥 깔고 반찬들 깔고 다시 밥 깔고 이런 식으로 밥버거처럼 만들어가면 싸기도 쉽고 먹기도 쉬웠어!
5. 독서실 공부
수능 전 두 달은 수능 루틴으로 공부를 하고 신체리듬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집에서는 그게 불가능했어.. 아침엔 가족들이 나갈 준비를 하고 저녁엔 집에 와서 생활을 하니까 ㅜㅜ
매일매일 도서관 갈 교통비에 좀 더 보태서 독서실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
일부러 오픈형 독서실을 선택해서 두 달 동안 다녔어. 다른 사람들 공부하는 모습에 자극도 받고 실제 시험장 같은 느낌을 받고 싶어서..!
그때부터는 일주일에 두 번은 수능 시간표랑 똑같이 '기출문제'를 풀었어. 실모를 풀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실모가 정말 너무너무 비싸서 부담이 되기도 했고, 공부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모만 푸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미 풀어본 문제들이라도 수능 시간표에 맞춰서 다시 풀고 오답하면서 내가 취약한 부분, 보완해야 할 부분을 체크하는 시간을 가졌어!
근데 인터넷에서 무료로 신청하는 실모나, 독서실에서 나눠주는 실모 등등은 최대한 챙겨서 풀어보려고 했어. 내 생각에 실모는 풀면 당연히 좋지만, 정말 모든 공부를 다 하고 더 할 게 없을 때 풀어야 하는 것 같음..! 대신 수능 전 한두 달 동안 시간표에 맞춰서 생활하는 건 정말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 같아!!!
6. 운동
나는 원래 몸이 튼튼한 편이라 수험기간 동안 몸이 아파서 힘든 적은 없었는데, 체력이 떨어진 걸 체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 '잠'이었어..ㅠㅠ 원래 5시간만 자도 별로 안 피곤한 체질인데 8시간을 자도 피곤하고 무기력하고 의욕이 떨어지더라고...
그래서 하루에 30분 정도는 집에서 운동도 했어!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단어 외우면서 제자리 파워워킹하거나.. 어설프게 스쿼트 플랭크 팔굽혀펴기 버피테스트 영상 보면서 따라하는 정도..?
큰 효과가 있었다고는 못하겠지만 잠도 깨고 활기가 생기는 정도의 효과는 있었던 것 같아. 아무래도 계속 앉아만 있다 보니까 몸이 굳는 게 느껴져서 그렇게라도 풀어주는 게 좋더라구..
7. 교재 + 인강
나는 교재값이 정말 부담이었어.. 진짜 너무 비싸더라 ㅜㅜ... 그래서 기초 강의는 교재 없이 필기하면서 들었어!
이걸 예시를 보여주면 좋을텐데 내가 수능 끝나고 공부했던 교재나 필기를 다 버려서.. 진짜 소중한 자료들인데 왜 버렸을까 너무 후회 중이야 ㅠㅠ
어쨌든 난 현우진 시발점, 이기상 이것이개념이다, 조정식 괜찮아 등등 기초 강의는 다 교재 없이 직접 필기하면서 들었어. 오히려 필기하는 과정에서 진짜 내 지식이 된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 언어로 바꿔 적으면서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나는 10개월이라는 짧은 수험기간을 가졌기 때문에 초반에 개념 강의는 하루에 8~10개씩 몰아들으면서 최대한 단기간에 끝내고 회독에 집중했어. 이때 단순히 강의를 들은 건 공부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야 해..! 식상한 말이지만.. 강의를 듣고 자기가 복습하면서 흡수하고 체화하는 과정을 안 거치면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해 ㅠ 혹시 자기가 그냥 강의를 완강하는 거에만 의미를 두고 있는 건 아닌지 꼭 생각해 봐!
그리고 대부분의 교재를 중고로 구입했어.
내가 구비한 교재는
<기출문제집>
국어 홀수, 마더텅 빨간색
수학 마더텅 빨간색
영어 마더텅 빨간색
사탐 직접 제본 (홀로서기)
<연계>
국어 수특, 수완
영어 수특, 수완
<인강교재>
현우진 뉴런 3권
이기상 이마다 2권
김기철 오답의원리
이다지 9시간의기적
이 정도였던 것 같아! 더 있을 수도 있는데 생각이 안 나네.. 여튼 대부분 교재를 중고로 사서 교재비를 아꼈어. 작년 교재도 큰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싸게 파는 작년 교재로 구입한 것도 있구..!
8. 연계
연계는 국어랑 영어만 했어!
국어는 우선 유튜브에 '10분의 문학'이라는 채널이 있는데, 틈틈이 그 채널 영상을 틀어놨었어. 수특 수완 문학 작품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는데, 교재에 수록된 부분 외에 전체적인 스토리를 재밌게 설명해줘서 기억에 되게 남더라고! 진짜 추천해
그리고 유튜브에 '정진짜 국어'라고 스듀 강사분이 퇴사하고 (퇴사하신 건지 쉬시는 건지는 모르겠어) 운영하시는 채널이 있는데, 이분이 예상하신 작품에서 굉장히 많이 출제가 됐었어! 작년 수능 한 달 전에 스듀 9900원 패스 구입해서 이 선생님 연계 강의 들은 게 진짜 많이 도움이 됐음.. 원래 유대종 쌤 연계 인강 들었었는데 남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찾다가 갈아탄 건데 진짜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 ㅠㅠ 올해는 스듀에서 강의 안 하시고 정진짜 카페에서 이것저것 자료 배포하시는 듯
영어는 수특 수완 회독을 3회 정도 했었어! 혼자 하다가 마지막에 스듀 9900원 패스 사서 고백파이널 교재 없이 들었음..! 교재 없이 듣기 불편하긴 한데 없어도 연계교재에 바로바로 필기하면 괜찮더라 ㅎㅎ 그리고 5분 복습 올려주시는 거 틈틈이 봤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았어!
9. 대학 전형 활용
나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한부모가정에 해당돼서, 저소득층 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몇 군데 있었어.
근데 이런 전형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더라고.. 이 전형은 뽑는 인원이 매우 적은 만큼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지만, 대체로 일반 전형보다 커트라인이 낮아서 표본이랑 정보를 열심히 수집해서 지원한다면 자신의 성적보다 높은 대학에 갈 수도 있어! 물론 정시 3개 군 다 떨어지는 경우도 꽤 봤으니 정말 신중하게 지원해야 해.
나는 이 전형을 이용해서 현재 XX교육대학교에 재학 중이야! 어디 교대인지까지 밝히기는 어려운 점 양해 부탁해 ㅜㅜ 까 보고 나니까 사실 일반 전형으로도 붙을 수 있었긴 하지만, 이 전형이 아니었다면 아마 난 내 성적으로 교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지원조차 하지 않았을 것 같아.
10. 성적 + 마인드컨트롤
우선 난 자퇴 전까지 내신은 지방 일반고에서 2점대 후반이었고, 모의고사 공부는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평균 4~5등급대였어..ㅎ 그나마 좀 잘했던 건 국언데 국어도 최대 점수가 2등급 후반? 정도였어
그리고 작년 6모는 가채점 결과 25533, 9월은 34423이 나와서 정말 절망했던 것 같아.. 진짜 진짜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유의미하게 오르질 않아서 9모 친 날 집앞 카페에서 혼자 정말 많이 울었어
그래서 그냥 1년 더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어. (지금 생각하면 금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절대 못 버텼을 말도 안 되는 생각이긴 함..ㅎ)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져서 그냥 아무 생각도 걱정도 없이 매일매일 비슷한 양의 공부를 꾸준히 소화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수능은 멘탈 싸움이라 내가 그 절망감 우울감 불안감에 휩싸인 상태로 공부를 계속했었으면 절대 수능날 역대 최고 성적이 나오지는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 재수는 당연히 현실적으로 어려웠지만, 그냥 이번에 꼭 잘 치지 않아도 된다고, 플랜b, c, d 많다고, 못 치면 또 다른 길 생각하면 된다고 최면을 걸면서 멘탈을 다스렸던 게 수능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
막생에 있는 수많은 수능 후기에 비해 너무 초라한 성적이지만..ㅎㅎ 10개월이라는 단기간 내에 꽤 많이 올렸고, 9모에 비해서도 많이 오른 성적이라 생정을 써 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
정시로 교대, 건동홍, 지거국
이렇게 세 군데에 지원해서 다 합격했고 지금은 교대 새내기로 재학 중이야. 학교에 제대로 나간 적은 없지만 너무 만족하고 있어 ㅎㅎ
11. 장학금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장학재단에서 장학생을 모집해! 대부분 정시 결과가 나오기 전에 모집을 마감하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정시러들도 입학 후에 신청할 수 있는 장학금이 굉장히 많아.
수능 성적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소득분위가 낮고 자소서를 잘 쓰면 붙을 수 있어. 나도 지금 지원했던 곳들 중 두 군데에 붙어서 등록금+생활비를 지원 받는 중이야 ㅎㅎ
이런 정보는 누가 알려주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검색하고 찾아봐야 하는 거라, 합격 후에 잘 찾아보고 여기저기 지원해 보면 좋은 결과 있을 거야!
12.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사실 작년이랑 올해 입시판이 많이 달라졌을텐데 내가 그런 부분 하나하나 알지는 못해서 ㅠㅠ 도움될 만한 부분만 얻어가면 좋을 것 같아!
솔직히 나는 돈이 없어서 학원도 못 가고 독학해야 했던 부분이 가끔 서럽기도 했어.. 그래도 어차피 바꿀 수 없는 현실이라면 받아들이고 타협해서 최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로 내 환경을 이용하자는 생각을 계속 했던 것 같아.
어디 내놓을 성적이 아니라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내 이야기가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쓰는 게 맞는 것 같아서 부족한 글솜씨로 열심히 썼어..ㅎㅎㅎ 여기까지 읽어준 게녀들 정말 고맙고 올해 수능 치는 게녀들은 전부 목표 이룰 수 있길 바랄게 ☺️☺️ 혹시 더 질문할 부분 있으면 댓글로 물어봐 줘!
대단하고 멋진 게녀💜 난 희망을 버렸지만ㅠㅠㅠ.. 게녀가 그 산증인이다.. 정말 멋있어..
대학 졸업한지 한참됐지만..이런저런 탓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과거가 부끄럽다. 정말 너무 멋있어 앞으로 뭘 해도 성공할거야 응원할게!
진짜 열심히 노력했구나 너무 멋있어!!
좋다...
혹시 아직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