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여명의 가치
유옹 송창재
늘 오늘 같은 날에는 글을 써야 한다.
이곳 저곳에서 글을 쓰지 않으면, 마치 아무런 반성과 새로운 계획도 없는 원시인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댄다.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 항상 같은 일상 속에서 그날의 형편에 따라 적응하며 살고 있는 소시민들에게, 내일이면 무엇인지 엄청나게 변화하고 나아질 것 같은 환상적인 미래를 들려주며 어제를 반성하지 않고 멋진 내일을 선전하는 저들을 따르지 않으면 무식하고 무뇌의 인간인 것처럼 반성하고 회개하면서 새날을 맞으라고 몰아댄다.
오늘 저녁은 어디에서 몇 시에 해가 지며, 내일 아침에는 어디서 새 해를 맞게 된다고 온갖 메스컴을 동원하여 바람을 잡아, 그 추운 새벽녁에 가까운 언덕으로라도 올라가면 될 것을 하루 전에 모텔이라도 잡아 저녁내 술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 쓰린 속을 더듬으며 올라보면 그 해와 그 해가 다르던가?
왜 새해 아침이라는 서기를 이용해서 장사꾼들만 그득하고, 여기 저기서 끌어당기는 호객꾼들이 득시글거리는 새해가 정말 호기롭고 서광인가 안타깝다.
넘어가는 해를 가장 오랫동안 지켜보고, 떠오르는 해를 가장 먼저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바랐는가?
온갖 욕심에 찌들어 남에게 수 없이 눈물짓게 하면서, 나를 위해서 나만을 위해서 거짓 변명과 위선과 가장된 진실로 세상을 살아온 한 해를 회개해 보았는가?
그렇다면 오늘의 새 해를 보면 그 기도는 무엇인가가 자명해 질 것이 아닌가?
그러면 올해의 넘어가는 해는, 내년의 떠오르는 해는 영험이 없어 질까봐 또 거짓과 위선과 욕심의 행위들이 악바구니와 같은 온 누리에 떠도는가?
그래도 오늘과 내일 같은 날은 글을 써야한다고 부추긴다.
쓰지 않으면 반성의 양심이라고는, 기다리는 희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퇴폐의 파렴치한이 된다.
오늘 마련하였던 일기장이 몇 장이나 쓰고 또 쳐 박혀질까?
그래서 너무 절망에 빠져 어디엔가 에 기대지 않을 수 없던 어느 해인가, 새해의 첫날을 보기 위해서 벼루고 동쪽의 어디에 간 후로는 절대로 그런 곳에는 가지를 않는다.
우리 집 베란다에 앉아서 소주를 한 병 마셔도 내 눈 앞에서 산 넘어 지는 해가 보이고, 아침 마당에 서서도 우리 건너편 동네 앞집 지붕위에서도 첫 해를 볼 수 있다.
그 해의 끄트머리를 끝가지 본다고 올 해의 어두운 것들을 함께 보내고 깨끗하게 내일을 맞을 것이며, 내일 떠오르는 첫 번째 태양을 본다고 가장 선하고 세상과 사랑을 나눌 사람이 되겠는가?
로또를 당선시켜 달라고, 우리 아들 시험에 합격시켜 달라고.. 우리 딸 돈 많은 놈 만나서 시집 잘 가게 해 달라고~~ 멋진 놈, 잘생긴 놈 만나서 연애하게 해 달라고~~ 아프지 않게 해 달라고...
이제는 해도 지쳐서 다시 뜨기도 싫을 것이다.
얼마를 두고 얼마를 졸라대는 이들에게 할퀴고 닳아서 상채기 투성인 해 인들 뜨고 싶겠는가? 차라리 언덕배기 꼭대기의 달동네에서 더 잘 보이고 개울가 콘테이너 박스 집에서 더 잘 보일, 지는 해와 뜨는 해를....
더 잡아 두려고 그 높고 넓은 아파트에 앞뒤 베란다가 가득하게 해들이 있건만 그것도 모자라 산으로 바다로 달려 소리 지르고 열광하고...
해가 놀라 나오다 다시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렇게도 지는 해가 아깝고, 뜨는 해가 반가우면 내년에 또 미안해 할 일을 하지 말고 해를 그냥 편하게 두어라.
해도 편하게 뜨고 지고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런 날에 글을 쓰는 원시인이 되지 않으려했는데.. 결국은 나도 개화되지 못한 미개인이다.
내일은 어디로 일출을 보러가지? ㅎㅎㅎㅎ.
첫댓글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 甲辰年 새해 福 많이 받으시고,
健康하십시오...^^*
감사합니다.
행복하십시요.
오늘도 공부 잘 했습니다.
청룡(靑龍)이 꿈틀거리는
새해에 떠오르는 밝은 햇빛처럼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마다
달성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