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어축제
박정인
강이 빗장을 걸었다
쇠망치를 거머쥔 사람들이 강에게 말을 건다
얼음끌에 불꽃이 튀는 동안은
겨우내 꽝꽝 두들겨 맞는 강
언 강의 말문을 억지로 열면
물은 파랗게 질리고
빙어도 살려달라는 듯 미늘에 매달린다
지난여름 샛강의 음독 사건은 강물만 아는 비밀이다
입소문이 두려워, 강이 말문을 닫으면
얼음장 위엔 다시 공손하게 눈이 쌓인다
봄의 열쇠는 어느 물 밑에서 쩔렁거리나
강이 스스로 빗장을 풀면 빙어는 더 춥고 위험해진다
강의 큰 눈엔 어구漁具들도 식솔로 보이는 걸까
던지는 그물마다 원하는 만큼씩 내어주고도
웬만하면 범람하지 않으려 푸르게 흐른다
포구 깊숙이 치어들을 데려다주는 강물
다 자란 빙어 떼를 하구까지 배웅해주는 바다
교하交河*의 물 밑은 언제나 웅숭깊다
산란을 위해 한사코 강을 거스르는 빙어들
빗장을 걸어 혹한의 치어들을 돌보는 강
축제가 끝나고 나면
강은 제 맨주먹으로 빗장을 깬다
*강화도와 김포시 사이에 있는 남북 방향의 좁은 해협
(박정인 시집, 시작시인선 441 『마침내 사랑이라는 말』)
[작가소개]
박정인 『시와 산문』신인상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김포문인협회 이사.
<달詩>, <시for.net>, <시와 산문 문학회>회원. 제 17회 김포문학상 대상.
시집 『마침내 사랑이라는 말』, 외 동인시집 다수. 현)《김포미래신문》
<시향>게재 중
[시작노트]
강물이 두껍게 얼면 빙어 축제가 열린다 어머니 마음처럼, 강은 생태적 본능으로 그 안에서 펼쳐지는 적자생존의 치열함도 내색하지 않고, 내미는 손바닥마다 부족함 없이 쥐여준다 모든 숨 탄 것들 간의 시기와 경쟁심까지도 모른 척 삭이며 보듬는다 겨울이면 강물은 빗장을 걸어 치어들을 보살피다가 대처인 바다로 내보낸다 성어가 되어 산란을 위해 친정을 찾아 거슬러 오르면, 산란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센 물살을 흘려 힘을 길러주기도 한다
푸른 강, 하도 늡늡하고 깊어 빗장을 걸어야 겨우 다가가 문을 두들겨볼 수 있었다
글 : 박정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