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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
카스테라는 대표적인 서양과자이지만 일본에서 더 인기가 있다.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이 귀국할 때 선물용으로 많이 구입하는 상품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후쿠사야 카스테라`를 많이 찾는다. 필자가 농협 동경주재원으로 근무할 당시 주변 사람들이 카스테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해서 카스테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해 본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카스테라의 고향은 나가사키(長崎)다. 가게마다 독자적인 제조법을 창안해서 만들기 때문에 그 종류가 600종에 이른다. 나가사키의 후쿠사야는 포루투갈 사람이 직접 가르쳐 준 제조법으로 카스테라를 350년 동안 그들만의 전통 비법을 갖고 만들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제일 인기가 있다.
후쿠사야 카스테라는 재료의 준비에서 굽는 방법까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전문가(직인, 장인))가 직접 손으로 작업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리로 만든 둥근 그릇에 계란을 깨서 넣고 저어서 거품을 낸다, 설탕을 넣고 또 저어준다. 장인의 손놀림이 빠르다, 음식은 손맛이라고 했다. 후쿠사야 카스테라는 민첩한 손놀림에서 맛이 나온 것 같았다. 반죽이 어느 정도 되었다 싶으면 한 번에 8근( 600gX8)씩 분리해 오븐에 넣고 굽는다.
구워 나오는 빵의 크기는 60X40 cm 크기로 한결 같다. 혼합비율이나 반죽의 점도는 매우 민감해서 계절이나 날씨 온도를 보아가면서 세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요즘은 일본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처럼 수작업으로 카스테라를 굽는 가게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후쿠사야가 유일하다.
재료는 소맥분, 계란, 설탕, 물엿 만 사용한다. 각각의 사용 분량은 비밀이다. 밀가루는 가능한 적게 사용하고 계란과 설탕 성분의 힘으로 카스테라는 부풀어 오른다. 여기서 사용하는 계란은 나가사키(長崎)현의 시마바라(島原)의 지정된 토종닭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을 사용한다. 양계장에서 대량 생산한 계란은 카스테라의 색이나 맛이 떨어지고 카스테라의 탄력성이 없어서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설탕은 ”시안한“이라는 흰색설탕 만 사용한다. 카스테라의 성공여부는 하부에 붙어있는 일본한지의 설탕 알맹이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 하얀 설탕 알맹이가 적당하게 남아있는 것이 나가사키 후쿠사야 카스테라의 특징이다. 완성된 대형 카스테라에 장인은 자기의 이름과 냄비의 번호를 붙여서 검사원에게 보낸다. 완제품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해서 전문직에게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계로 굽는 것은 맛의 차이는 별로 없지만 후쿠사야의 350년 동안 전해오는 전통적인 독특한 맛을 잃어버릴 염려가 있어서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는다.
후쿠사야 동경지점은 동경의 공장에서 생산한 카스테라를 팔고 있다. 동경에서는 나가사키에서와 같은 품질의 계란을 구할 수 없어서 일반적인 달걀을 사용하기 때문에 독특한 맛과 품질은 나가사키 본사의 카스테라에 미치지 못한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매일 수 천 개 씩 사용하는 계란의 안정된 수급을 위해 후쿠사야는 1년에 한 번 나가사키에 있는 보제사(菩提寺)에서 계란을 공양(恭養)하는 제를 올린다.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걸은 적 없이 이어오고 있다. 매년 5월22일부터 3일 간 계란의 신령에게 제사를 지낸다. 재사 가 끝나면 나가사키시 마루야마에 있는 고급요정을 빌려서 직인, 임직원, 고객이 함께 하는 연회를 연다.
나가사키에서는 후쿠사야의 계란 공양에 초청받은 사람들을 특별한 사람들로 생각한다. 계란 공양이 끝나면 이제부터는 여름이 시작됐다고 말할 정도로 절기중의 큰 행사로 일컬어진다.
초대 후쿠사야는 설탕과 쌀을 취급하는 무역상이었으나 1624년에 포르투갈인으로부터 직접 카스테라 만드는 방법을 전수받아 나가사키에서 제조하고 판매하게 되었다. 명치시대에 들어와 12대 청태랑(淸太郞)부터는 계란과 설탕의 배합비율을 높이고, 밀가루 비율을 줄여서 제조한 카스테라를 창안했다.
13대부터 계란의 흰자만 사용하는 흰 카스테라와 노른자만 사용하는 황색 카스테라를 창안해서 일본의 궁중에도 납품하게 되었다.
후쿠사야 카스테라의 상표는 박쥐모양이다. 중국에서 박쥐는 일본의 학이나 거북이처럼 존중받는다. 카스테라 상표에 박쥐를 사용한 것은 해외의 식문화를 일본식으로 재해석해 보급한 후쿠사야만의 선진성과 카스테라를 일본의 전통문화로 키우고 지켜가기 위한 강한 의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