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카우츠키의 유물사관(Die materialistische Geschichtsauffassung, 1927)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카를 카우츠키가 73세 되던 해에 나온 것으로 1700쪽이 넘는 유물사관의 완성판입니다.
잘 알려졌듯이 그는 경제 논리에 따른 자본주의 붕괴론이 잘못된 것으로 보았으며, 농촌경제에 대한 예리한 관찰자인 그는 농업에서 공업에 못지않게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아서 공업의 원재료 구입에 충당되는 불변자본이 그렇게 빠르게 증가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농업은 점차 한계에 부딪쳐 가고 있다는 것이 제이슨 W. 무어에 의해 지적되었습니다. 미래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알 수가 없지만, 어떤 사람의 시각이 정확한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고민한 흔적만큼은 소중한 자료가 됩니다.
우리나라가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우리보다 앞섰다고 하는 서양의 지적인 자산들을 상당히 편파적으로 받아들여서 습득한 결과 카를 카우츠키 같은 사회주의 사상가의 연구 성과들은 학계의 관심사가 되지 못했습니다. 볼셰비즘의 영향 하에 있었던 북쪽에서도 레닌, 스탈린의 체제에 반대했던 그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었겠죠.
지난 2월에 헨릭 그로스만의 저서 <자본주의 체제의 축적 및 붕괴의 법칙>에 대한 한글판 번역자로서 릭 쿤(Rick Kuhn)이라는 영문판 번역자와 온라인 세미나를 하는 과정에서 그 저서에 많이 비판적으로 언급된 카우츠키에 관한 평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나는 카우츠키가 장기적인 문명의 성쇠를 연구하는 역사가의 눈을 가진 사람으로서 경제학적인 자본주의 붕괴론을 전개한 그로스만과 다른 차원에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서로 보완관계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