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α’라는 컨버전스 개념을 뛰어넘어 서로 다른 요소-기술-디자인-라이프스타일 결합 휴대전화 - 카메라가 합쳐져 새 기능을 만들어냈듯 핵융합 반응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 창조
매시업은 무수한 여러 가지 요소가 하나로 결합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기술, 디자인, 라이프스타일이 만나 새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는 매시업은 21세기의 연금술이다. DBR 그래픽
| 《중세시대의 연금술사들은 납을 금으로 바꾸기 위해 무수한 실험을 했다. 노력의 결과, 실제로 납을 금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현대 화학의 기초를 닦는 위업을 달성했다. 중세 연금술사의 꿈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실현되기 시작했다. 물론 납을 금으로 만든 것도, 현자의 돌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두 개의 수소 분자를 하나의 헬륨 분자로 만드는 핵융합에 성공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또 다른 연금술이 시작되고 있다. 21세기의 연금술은 화학이나 물리 같은 전통적인 기술 과학 분야가 아닌 디지털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에 기반을 둔 21세기의 연금술은 바로 ‘매시업(Mash-up)’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8호에 실린 메타트렌드 리포트를 정리했다.》 ○ 무한한 가능성 제시
매시업은 웹 서비스 사이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웹 서비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 이뤄지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결합, 혹은 통합이라는 트렌드를 가장 잘 표현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단순히 어떤 서비스가 추가되거나 결합된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서비스가 하나의 유기적인 서비스로 융합함으로써 기존의 개별적인 특징을 갖는 것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가 되는 게 바로 매시업이다.
매시업은 무수한 여러 가지 요소가 하나로 결합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다. 웹 서비스 분야뿐 아니라 기술이나 디자인, 문화, 라이프스타일 등 사람들의 삶이 연결된 수많은 분야에서 이미 매시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모바일과 소셜 네트워크 등의 디지털 이슈와 만나면서 꽃을 피우고 있다.
사실 하나에 다른 하나를 추가함으로써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계속돼 왔으며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트렌드다. 하지만 매시업은 하나의 기능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통합하는 인티그레이션(Integration), 추가가 아닌 결합을 의미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와는 차이가 있다. 인티그레이션이 ‘1+1=2’라는 산술적인 계산으로 가능한 결과를 낳았다면, 컨버전스는 ‘1+1=2+α’처럼 둘의 결합으로 새로운 시너지를 얻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다. 매시업은 ‘1+1’은 무엇이든 될 수 있기에 기존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 패러다임의 결합
휴대전화를 예로 들어보자. 인티그레이션에서는 휴대전화와 카메라의 만남이 두 가지 기능을 각각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컨버전스에서는 두 기능을 이용해 사진을 찍은 후 이를 전화를 통해 누군가에게 보내는 기능이 추가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매시업에서는 화상통화처럼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휴대전화와 카메라가 합쳐지면서 기존의 개성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능이 부여된 것이다. 휴대전화와 카메라는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하는 기능으로 합쳐졌다. 이를 통해 탄생한 영상통화 서비스 기능은 단순히 휴대전화에 카메라 기능이 추가되거나, 둘 사이를 이어줄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이처럼 매시업은 단순한 기능의 결합이나 통합이 아니다. 각기 다른 패러다임이 서로 만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내는 화학작용이다. 이것은 마치 핵융합 반응과 같다. 서로 다른 원소들끼리 만나 새로운 원소가 되는 핵융합처럼 서로 다른 무엇이 만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매시업은 디지털 연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매시업을 통한 다양한 변화가 이미 우리 주변에 성큼 다가와 있다.
○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매시업 트렌드
매시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매시업을 통해 결합하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재탄생시키고 있다. 구글 버즈(www.google.com/buzz)는 지메일과 결합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이전의 구글 토크, 피카사 등 다른 구글의 커뮤니케이션 툴을 하나로 모았다. 여기에 플리커, 트위터 등 다른 업체의 SNS까지 하나의 플랫폼에 매시업함으로써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창조했다.
매시업의 위력은 트위터 등의 SNS에 모바일이 결합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매시업을 통해 SNS는 단순한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에서 마케팅 채널, 긴급 구호 통신 수단, 실시간 미디어 등으로 변용되고 있다. 더구나 이 같은 분야의 매시업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통합되는 미디어 분야도 매시업의 중요한 사례다. 미디어는 서로 결합하면서 새로운 미디어를 창조해 가고 있다.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콘텐츠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고 있다. 패션 정보지 엘르의 크로스 미디어 플랫폼 ‘엘르 엣진’(www.atzine.com)은 텍스트와 이미지라는 기존 매거진 콘텐츠의 구성에서 벗어나 3D와 동영상으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 디지털 미디어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미디어 형태를 바꾸고 있다. 이미 전자책(e-book), 블로그, 손수제작물(UCC) 등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 소비자와 생산자가 매시업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정보의 디지털화는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벽을 허물어 둘 사이의 구분을 사라지게 만든다.
○ 촉매는 창의력
디자인 분야에서 매시업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공간의 매시업은 이미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윌리엄 미첼 교수가 “20세기의 건축이 사무실, 카페 등 특정 용도를 구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의 건축은 공간의 다기능화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서로 다른 기능을 갖는 공간을 하나의 공간에 통합함으로써 사용자의 행동이나 동선을 유도하는 매시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몰링(Malling·쇼핑 문화 레저를 한곳에서 즐기는 것)이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매시업하는 시간의 매시업도 이뤄지고 있다. 레트로 디자인, 디지털화하는 아날로그 디자인, 반대로 아날로그화하는 디지털 기기 등이 그 예이다. 아날로그적인 사용 방식을 통해 디지털 제품을 더 친근하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며, 최신 디지털 기술에 과거의 아이콘을 통합함으로써 히스토리를 강조한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제공하는 전자책 기능은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의 자유로운 색감을 활용해 전자잉크로 구현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다. 실제 책장처럼 책장이 넘어가는 이러한 인터페이스는 다이어리, 지도 등 다른 제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림푸스의 디지털카메라 E-P1 시리즈는 1959년 생산됐던 올림푸스 펜(Pen) 시리즈의 오마주를 담은 디지털카메라다. 사용자들은 올림푸스 E-P1을 통해 과거의 스타일과 현재 기술의 매시업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과 같은 서로 다른 영역의 디자인이 매시업함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주로 하던 카림 라시드가 아수스와 만나 선보인 ‘아수스 Eee PC 카림 라시드 컬렉션 시셸(Asus Eee PC Karim Rashid Seashell)’은 넷북의 기능과 함께 특유의 컬러감과 패턴을 살려냈다. 또 가방 브랜드인 쌤소나이트와 킥보드 브랜드인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트롤리 스쿠터(Trolley Scooter)’는 여행가방에 킥보드를 결합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여행가방이 됐다. 이 외에도 믹스트 컬처(Mixed Culture)와 같은 디지털 기술과 문화의 매시업처럼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매시업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매시업 트렌드가 가져올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한 가지 명심할 사실은 21세기의 연금술인 매시업의 촉매는 바로 무형의 자원인 창의력이라는 사실이다. 서로 다른 요소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이들을 결합하거나 융합시킴으로써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창의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매시업을 통한 결과물이나 여파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다. 하나의 분야에 매진하기보다 다방면에 걸친 깊은 성찰과 사색이 필요하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애플은 지금까지 기술과 인문학을 결합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이제는 깊이 보는 것보다는 넓게 보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영역 사이의 연결과 결합을 좀 더 관대하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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