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1)
한라산 오르기
예정보다 빨리 완주를 했기에 2일간의 여유가 생겼다.
한라산을 오르기로 결정했다.
완주를 마치고 하루쯤 몸을 추슬러 가는게 좋겠지만 마지막 날은 배타는 시간이 있기에 무리지만 다음날 한라산을 오르기로 한 것이다.
한라산 등산로는 성판악등산로, 관악사 등산로, 어리목 등산로, 영실 등산로가 있지만 자연 안식년 제 때문에 지금은 영실과 어리목 등산로는 폐쇄되어 백록담으로 오를 수없다.
아침 7시 가량 성판악 등산로로 산행을 시작했다.
정상인 백록담까지는 해발 1950m, 9.6km 그러니 왕복을 하면 20km인 것이다.
산길 20km라면 만만한게 아니다.
특히 마지막 9부 능선에서는 깔딱 숨이 넘어가는 듯, 주저앉고 싶어진다.
백록담은 한쪽으로 물이 고여 있었다.
역시 한라산은 넘버2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산이다.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공수부대 요원들이 군장을 짊어지고 백록담을 올라왔다.
역시 젊은 사람들의 힘이 부럽다.
내려가는 길은 관악사 쪽으로 내려갔으니 한라산 한쪽 기슭에서 다른 쪽 기슭으로 가로지른 것이되었다.
이제는 누군가가 한라산 이야기를 한다면 나도 입에 거품을 물 수 있겠다.
덤 (2)
김영갑 갤러리( kim young gap Gellerly )를 찾아서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계단, 정말 겁난다.
근처 pc방에서 김영갑 겔러리의 주소를 검색해 보고 버스를 탔다.
성산읍 삼달리 폐교된 삼달분교장을 활용하여 전시공간을 꾸며 놓은 곳이었다.
김영갑은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위하여 20년이 넘게 제주에서만 살아온 사진작가이다.
체계적인 사진 교육을 받진 않았지만 제주를 사랑하고 사진예술 혼의 일념으로 살다가 루게릭병이라는 불치의 병을 얻어 얼마 전에 타계한 사람.
나는 죽기 전에 그가 쓴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아 언젠가는 그가 일군 [두모악]이란 전시장을 방문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국 그가 죽고난 뒤 오게된 것이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누구보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사랑한 그의 눈과 정신을 통해 제주도를 다시보고자 하는 것이다.
갤러리는 폐교를 이용한 것인 만큼 운동장이 있었던 자리에는 현무암 돌담을 꾸불꾸불 쌓아 정원수와 함께 조화를 이루게 꾸며놓았고 교실 3-4칸 정도의 전시공간에는 그의 사진들이 소박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김영갑이라면 마라도, 제주 오름, 바다와 구름과 풍경의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도 그 이전에는 다양한 장르의 주제를 섭렵해본 모양이었다.
흑백시절엔 제주의 무속, 인물, 생활, 등등의 사진들이 많이 있다가 후반에 넘어오면서 오름과 바다 구름 등이 주제가 되는 사진들로 펼쳐진다.
그도 그만의 오름이라는 주제를 찾기 위해 한평생을 고민했을 것이다.
그의 사진들을 보면서 그의 생각과 촬영의 순간을 잡기위한 노심초사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관람객이 거의 없었는데 한참 후에야 중년의 허리 굵은 여성이 베낭과 사진 장비들을 몸에 주렁주렁 달고 큼직한 카메라를 들고 들어온다.
조용한 공간에 둘만의 시간이 조금 부담스러워 “작가이십니까? ”말을 건넸다.
순하고 넉넉하게 생긴 그 여자는 작가는 아니고 전문 작가에게 사진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 한다
서울 사는데 부산에 있는 작가에게 수업을 받는 다면 상당한 고가의 수업료가 들지 않겠나 싶었다.
그녀는 나에게 사진과는 어떤 관계인가 하고 물었다.
문외한이란 답변에 자신을 얻었는지 이것저것 사진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나도 주제에 벗어나지 않을 정도의 추임새를 넣어주면서 사진에 대한 자기의 철학 까지도 풀어놓도록 만든다.
제주도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김영갑 갤러리를 택한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감상을 마치고 갤러리 바깥 그늘 한쪽에 앉아서 그가 죽음과 싸우면서
쌓아올린 조형물을 바라보면서 상념에 잠겨 보았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를 읽고 ( 사진작가 김영갑 )
[느낄 수는 있으나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었을 표현하기 위하여 셔터를
누른다 ]
사진작가 김영갑의 화두였다.
내 의지대로 살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30년을 통 털어 되돌려
보면 잘 먹고 잘 살지는 못해도 고통 받고 핍박 받는 삶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먹고 살고, 남들이 다하는 그길로 살아왔다.
상식을 외면하면 상식으로부터 보복을 받는 다는 이야기를 생각하며,
외로울까봐 결혼을 하고, 인간구실 못할까 싶어 취직하고 또 남들이
하는 선택들을 했다.
생각해보면 마땅히 했어야할 결정이라기 보단 00 할까봐 걱정 하며
삶을 살아온 것이리라.
밥만을 위하여 살아온 덕분에 밥은 굶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내가
없는 그런 나의 삶에는 살면서도 한편으로는 꼭 했어야할 숙재를
안 해놓고 놀고 있는 놈처럼 이유모를 허기를 느끼고 살아야 했다.
그의 사진을 보며, 그의 생각을 , 생활을 보면서 나는 내가 느낀
공허의 실체를 볼 수 있었는 것 같았다.
세상이 내게 가르쳐 주고 약속한 방식이 아닌 그런 나만의 방식으로
뭔가를 했었어야 했다는 그런것 말이다.
그 사람은 우리에게 그런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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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준이 덕에 나도 더불어 제주도 여행을 마쳤다. 세준이는 50고개에서 뭔가를 한것같은 생각이 든다. 나자신을 되돌아 볼수있는 기회를 준 세준이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용기있는 친구야 축하한다.
살면서 자기 삶의 방향을 자기 뜻대로 틀어 가려는 뜻은 있으나 이런저런 구실달아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 같은 범인이 있기에 김영갑 그의 삶은 더 빛이 난다고 봐.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삶을 산다고 생각하면 길지 않은 인생길이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이제 벌려 놓았던 일들도 조금씩 포기하고 싶어지는 나이에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마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집합체의 한 개체가 되지 않을까 싶네 이사람아.
분호야 오랜만이네. 그런데 세준이 글에만 꼬리글 달아주고 그것도 2번씩이나......분호 미버라
제주도 여행기로 책 한권은 쓰겟어............생각좀 해보시지........
일곱편에 기행문 마치 방랑시인 김삿갓 소설을 읽듯 착각 하면서 감명있게 잘 보았네. 지천명에 나이을 넘어 즐기는 혼자만에 여행 분명 인생에 보이지 안는 무형에 효과을 얻을것 같군. 축하 축하.
좋은발상 좋은생각 누구나한두번 생각해볼수있는일 실천을 못했었는대 세준이 자내가 해넸었내 힘들엇갰지만 무사히 마첬다는 성취감 열심히보고읽고갑니다
우와 세준이덕에 카페가 활기를 찿았다
세준이덕에 몇일동안 이따만큼 즐거웠다. 여행 마치고 건강하게 돌아오심을 축하하구 계속 아름다운글 부탁혀 ...
나는 작년에 쬐그마한 우도 자전거 일주를 하고도 한 몇개월 동안 뿌듯 하였는데 제주도 본섬 일주라... 어찌하든 마음이 청년인 세준이가 부럽다. 대단하이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