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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후고 폰 호프만스탈의 소설 <루치도르>와 희곡 <백작이 된 마부>
대본 후고 폰 호프만스탈
초연 1932년 7월 1일 드레스덴 작센 슈타츠오퍼(클레멘스 크라우스 지휘)
배경 1860년 '참회의 화요일'(카니발의 마지막 밤), 빈
<2023년 3월 18일 & 23일 도이체오퍼 베를린 / 160분 / 한글자막>
도이체 오퍼 베를린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도널드 러니클스 지휘 / 토비아스 크라처 연출
발트너 백작.....기병대 퇴역 장교....................알버트 페센도르퍼(베이스)
아델라이데......발트너의 부인........................도리스 조펠(메조소프라노)
아라벨라.........발트너의 큰 딸........................사라 야쿠비악(소프라노)
츠덴카............발트너의 둘째 딸.....................엘레나 찰라고바(소프라노)
만드리카.........발트너의 전우의 조카...............러셀 브라운(바리톤)
마테오............아라벨라를 짝사랑하는 장교.....로버트 왓슨(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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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 <아라벨라>, 2023년 도이체 오퍼 베를린 실황
1860년대 호텔에서 현대의 클럽으로 변화하는 토비아스 크라처의 탁월한 연출력
<장미의 기사>(1911)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후고 폰 호프만스탈 콤비가 다시금 빈 상류층 배경으로 쓴 오페라가 <아라벨라>(1933)다. 호프만스탈이 대본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갑자기 죽는 바람에 슈트라우스가 일부를 직접 수정했지만 작가에 대한 존경을 담아 이를 표시하지 않았다.
토비아스 크라처가 연출한 도이체 오퍼 베를린의 새 프로덕션은 전통적 무대에서 현대적 무대로 변화한다. 1막은 원래 대본대로 1860년대 빈의 호텔을 배경이지만 2막과 3막은 나치 시대, 디스코 시대, 현대의 클럽문화를 거치며 성과 젠더에 대한 다양한 태도를 탐구한다. 좀 엉뚱하긴 해도 포용성과 변화를 강조한 감동을 선사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독보적인 음색의 소유자인 폴란드계 미국소프라노 사라 야쿠비악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며 타이틀 롤을 열창했다.
<아라벨라>는 원래 코미디에 가까운 내용이지만 호프만스탈의 탁월한 대본과 슈트라우스의 세련된 작곡 스타일 덕분에 줄거리와는 상당히 다른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빈의 퇴역장교인 발트너 백작과 아델라이데 부부에게는 아라벨라와 츠덴카라는 두 딸이 있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츠덴카에게는 남장을 시켜 아들처럼 양육했다.
발트너는 곤궁한 자신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유한 옛 전우 만드리카에게 편지를 보내 아라벨라를 정략 결혼시키고자 하지만, 만드리카는 이미 고인이 되었음이 밝혀지고 같은 이름을 가진 그의 조카가 아라벨라의 사진에 현혹되어 발트너 백작 앞에 나타난다. 한편 츠덴카는 아라벨라를 짝사랑하는 군인 마테오를 남몰래 좋아하지만 그에게조차 자신이 여자임을 밝히지 못한다. 아라벨라가 만드리카와 사랑에 빠지자 마테오가 절망하는 것을 본 츠덴카는 그의 염원을 들어주기 위해 자신이 아라벨라인 척 하면서 어둠 속에서 정사를 갖지만, 이 때문에 만드리카는 아라벨라를 오해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츠덴카의 성 정체성이 드러나고, 발트너 백작의 두 딸은 각자의 짝과 행복하게 결합한다.
독일 연출가 토비아스 크라처(1980-)는 특히 오페라 연출로 새롭게 떠오르는 인물이다. 원작을 현대적이거나 파격적으로 재해석하는 레지테아터 연출가인데,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해석, 전통과 현대성을 결합한 연출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크라처는 오페라를 음악적 예술로 한정하지 않고 현대 사회와 연결되는 강렬한 드라마를 창조하려 노력한다. 또한 영화적 요소와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관객들에게 시각적 충격과 몰입감을 제공하곤 한다. 이런 토비아스 크라처의 전반적 특징들이 도이체 오퍼 베를린의 <아라벨라> 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 작품 해설 === <2014년 1월 31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슈트라우스, 아라벨라
빈 상류사회를 풍자하면서 인생에 대한 체념적 성찰을 담은 작품
1933년 드레스덴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초연
올해 2014년 탄생 150주년을 맞이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는 니체의 저작을 토대로 한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유명합니다. 궁정음악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슈트라우스는 뮌헨 궁정악장에게 음악수업을 받았고, 대학에서 철학과 미학을 공부하면서 쇼펜하우어와 니체를 탐독했습니다. 초기에는 바그너와 리스트에 심취해 그들의 아류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작곡했지만 차츰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개척하며 바그너보다 더 매끄럽고 감각적인 선율로 오페라를 만들었습니다.
1905년작 [살로메]와 1909년작 [엘렉트라]는 신음악 개벽기 특유의 표현주의적이고 대담한 불협화음, 그리고 마음을 사로잡는 낭만주의적 패시지가 교차되는 독특한 작품들로 슈트라우스에게 대단한 명성을 안겼습니다. "이 두 오페라(살로메와 엘렉트라)는 내 생애의 모든 작품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작품들이다. 나는 여기서 하모니의 극한, 심리주의적 폴리포니, 그리고 오늘날 청중의 청각적 수용능력의 극한까지 치달았다." 후에 슈트라우스는 그의 회고록 『관조와 회상』에 그렇게 언급하였습니다. 무조음악까지 시도했던 이들 작품에 비하면, 그 뒤에 조성음악으로 돌아간 [장미의 기사](1911)는 오히려 과거지향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아하고 나른한 빈 왈츠 선율이 지배하는 [장미의 기사]로 크게 성공을 거둔 뒤 슈트라우스는 다시 한 번 19세기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한 비슷한 분위기의 오페라를 기획했습니다. [장미의 기사]와 마찬가지로 정략결혼을 소재로 한 독특한 희극적 드라마입니다. 초연은 1933년 드레스덴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이뤄졌습니다.
미모의 딸을 밑천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부모들
막이 올라가기 전의 상황을 잠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가난뱅이가 된 과거의 용맹한 기사장 발트너 백작(베이스)은 아내 아델라이데(메조소프라노), 두 딸인 아라벨라(소프라노), 츠덴카(소프라노)와 함께 빈 시내 호텔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빚은 점점 늘어만 가고 청구서도 갈수록 쌓여만 가는 현재 상황의 유일한 돌파구는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 좋은 미모의 맏딸 아라벨라를 부잣집에 시집보내는 것뿐이라고 부모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들은 딸 둘을 치장시킬 돈이 없다는 이유로 둘째 딸 츠덴카를 남장 시켜 사내애로 살게 하고 있습니다. 엘레메르, 도미니크, 라모랄 세 백작이 현재 아라벨라에게 구혼 중이고, 장교 마테오(테너) 역시 아라벨라를 열렬히 사모하고 있습니다.
1막 – 비엔나의 호텔
1막은 아라벨라 가족이 머무르고 있는 호텔 객실에서 시작됩니다. 어머니 아델라이데는 점쟁이를 불러 딸 아라벨라의 결혼에 관련된 운세를 카드 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테오가 츠덴카(남장하고 있기 때문에 '츠덴코'라는 남자 이름으로 불림)에게 찾아와 아라벨라가 어제 뭐 했느냐고 캐묻습니다. 츠덴카는 곧 누나의 편지를 받게 될 거라며 마테오를 위로합니다. 아라벨라는 쉽게 변하는 자신의 마음을 노래하고, 미래에 만날 운명의 연인에 대해 츠덴카와 함께 아름다운 이중창을 부릅니다. 길에서 우연히 본 이방인을 생각하며 마음 설레고 있는 아라벨라 앞에 엘레메르 백작이 등장해 그녀에게 사랑을 속삭이며 함께 외출하자고 합니다.
이들이 나간 뒤 아버지 테오도르 발트너 백작이 혼자 방에 있을 때 손님이 찾아옵니다. 발트너 백작은 자신이 신랑감으로 기대하며 편지를 보낸 백만장자 만드리카가 온 줄 알았지만, 찾아온 사람은 만드리카의 조카인 만드리카(바리톤)였습니다. 그는 숙부 만드리카가 세상을 떠났다고 전하며, 발트너가 편지에 동봉했던 아라벨라의 사진을 꺼냅니다. 그리고 자신이 넓은 숲과 들판을 영지로 소유한 크로아티아의 영주임을 밝히며 아라벨라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니 발트너 백작은 크게 기뻐합니다.
2막 – 무도회장
2막은 무도회장에서 시작됩니다. 아버지의 소개로 무도회에서 만난 만드리카와 아라벨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곧장 사랑에 빠져듭니다. 아라벨라가 길에서 마주친 후 남몰래 마음에 두고 있던 이방인은 바로 크로아티아에서 온 이 만드리카였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고 행복에 들떠 사랑의 이중창을 노래합니다. 하지만 아라벨라는 마지막 처녀시절을 즐기기 위해 오늘밤 한 시간만 무도회에서 춤을 추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구혼자들과 차례로 춤을 춘 뒤 그들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마테오는 아라벨라의 결혼 소식을 듣고 절망에 빠져 권총자살을 결심하지만, 츠덴카는 그에게 누나가 주라고 했다며 열쇠를 건네줍니다. 아라벨라 방 열쇠를 손에 넣은 마테오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이 상황을 우연히 엿듣게 된 만드리카는 아라벨라에게 실망하고 분노해서 술에 취해 한바탕 소동을 벌입니다.
3막 – 호텔 로비
결국 마테오를 열렬히 사랑했던 남장 처녀 츠덴카 때문에 벌어진 오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마테오는 츠덴카의 진심에 감동해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진실이 밝혀지고 자신의 의심과 소동에 부끄러워진 만드리카는 조용히 빈을 떠나려 하지만, 아라벨라는 그를 용서하고 그와 함께 그의 고향으로 떠나기로 합니다. 처녀가 결혼할 남자에게 사랑과 신의의 표시로 전해주는 맑은 물 한 잔. 만드리카에게서 그의 고향 풍습을 듣게 된 아라벨라가 마지막 장면에서 관용과 사랑의 표현으로 그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는 장면은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서로 사랑하는 주인공끼리 맺어지는 해피엔딩이지만, 삶의 진실을 마주할 때 느끼게 되는 약간의 쓸쓸함이 묘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유쾌함과 멜랑콜리가 교차하는 음악
[아라벨라]의 대본을 쓴 작가 후고 폰 호프만스탈(Hugo von Hofmannsthal, 1874-1929)은 오스트리아 시인이며 극작가입니다. 빈의 부유한 유태인 및 보헤미아인 혈통에서 태어나 작품에서 종종 보헤미아의 정서를 구현했으며, 세기말 빈 특유의 화려하면서도 퇴영적인 분위기를 작품에 잘 살려냈습니다. 법학을 전공한 아버지의 강권으로 빈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나 군에 자원입대하면서 법학을 그만두었고,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마테를링크, 로댕, 릴케, 막스 라인하르트 등과 친하게 지냈던 그는 한때 '삶은 언어로 재현될 수 없다'는 언어 회의로 절망했지만, [장미의 기사]를 발표하면서 언어와 화해합니다.
슈트라우스와 호프만스탈은 1909년 [엘렉트라]를 시작으로 [장미의 기사],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그림자 없는 여인], [아라벨라]에 이르기까지 약 25년간 함께 작업하며, 독일어권 음악극 최고의 대본작가-작곡가 콤비로 인정받았습니다. 1927년 [이집트의 헬레네]를 작곡하고 있던 슈트라우스는 갑자기 호프만스탈에게 '제2의 [장미의 기사]를 작곡하고 싶으니 섬세하고 우아한 분위기의 대본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1911년에 슈트라우스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모방해 빈의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한 [장미의 기사]를 발표했고, 그 성공에 고무되어 1919년에는 [마술피리]를 염두에 두고 작곡한 [그림자 없는 여인]을 발표했습니다. 슈트라우스를 위한 호프만스탈의 마지막 대본이 된 이 [아라벨라]는 음악적으로 [장미의 기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며, 빈의 상류사회라는 소재와 모차르트 고전주의로 돌아가려는 복고적 음악은 [아라벨라]에서 [카프리치오]로 이어집니다. 진리와 진실에 대한 탐구 및 휴머니즘이 주제라는 점도 슈트라우스와 호프만스탈 공동작업의 특징입니다.
[아라벨라]는 전반적으로 '파를란도 톤'으로 이루어진 대화 형식의 오페라입니다. 느린 템포가 지배적이고 오케스트라는 어두운 색채감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명랑하고 맑은 부분도 많아, 유쾌한 분위기와 멜랑콜릭한 분위기가 끊임없이 교차되는 것이 음악적 특징입니다.
슈트라우스는 아라벨라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영주 만드리카에게 크로아티아 지방의 민속음악을 붙여주고 아라벨라에게는 빈 스타일의 음악을 주어 두 주역에게서 멋진 이중창을 이끌어냈습니다. 전체적으로 음악은 텍스트의 분위기에 섬세하게 적응해 실내악적 성격으로 쓰였습니다.
화려하고 허황된 빈 상류사회의 삶에 대한 비판 및 배금주의에 대한 풍자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인생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체념적 성찰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21세기에 와서 [장미의 기사]와 더불어 새로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아라벨라]는 20세기 명가수인 리사 델라 카사, 군둘라 야노비츠 등의 미성 소프라노들로 대표되는 작품이지만, 안드레아스 호모키의 2001년 뮌헨 공연에서는 르네 플레밍이 타이틀 롤을 맡아 큰 호응을 얻었고, 2002년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는 도흐나니의 지휘와 연출가 페터 무스바흐의 초현실주의적 무대, 카리타 마틸라의 아라벨라와 토마스 햄프슨의 만드리카로 새로운 열광을 이끌어냈습니다. 고난도 콜로라투라 기교로 노래해야 하는 카바레 걸(Fiakermilli. 소프라노) 역은 단역이지만, 젊은 시절의 에디타 그루베로바가 불러 큰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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