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기린 - 오체투지
리울추천 0조회 623.05.16 07:1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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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기린
- 오체투지
--- 시 / 리울 김형태
이러고도 무릎과 허리가 남아날까?
백팔배도 부족해 삼보일배 넘어 오체투지까지...
이마와 입술, 아니 심혼까지 몸을 던지듯 다 버리는 사람들
저 높은 산마루 정복 위해 선택한 고행인 줄 알았는데
교만과 탐욕, 어리석음 떨쳐내려는 참회,
스스로를 만나고 신을 만나기 위한 노을빛 수도란다.
푸른 꿈 머금은 구둣주걱빛 잎새, 심혈을 기울인 뜨거운 면류관마저
다 집어던지고... 어찌 아리고 캄캄한 마음 없었을까?
털썩 내려앉아 솔직히 목놓아 소리지르고 싶었을 텐데...
그러나 저들은 울지도, 주저앉지도 않는다.
차라리 그 아픔과 피눈물 사다리 삼아 한 걸음, 한 계단 사뿐 올라설 뿐
전우의 시신을 뒤로하고 진보하는 병사들처럼,
꽃잎이 떨어지기 무섭게 새봄 잉태하기에 바쁜 목련처럼...
시들고 병들고 아프고 죽고... 병가지상사 아니던가?
이 악물고 상처와 가시 지렛대 삼아 여리고성 돌고 또 도는 마음으로,
아니 맨발로 골고다 가시밭길 감아오르는 거룩한 발걸음으로
하늘의 중력 짊어지고 한땀한땀 기도의 소라탑 쌓아 올리다보니
어느새 '고난의 깊이'라는 칭찬도 듣고 멋들어진 키다리꽃으로 거듭나지 않는가?
떠나가는 뒷모습이 어둡고 쓸쓸하지 않은 게 없다 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뒤통수까지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한 사람이 나아가고 또 한 사람이 나아가면 길이 된다 했는가?
저들이 지나간 발자국마다 가시가 비단길 되어 화염검처럼 빛나는 신작로를 보라!
불의과 죽음을 꾹꾹 눌러밟고 선 십자가 상 봄빛 그리스도처럼...
* 시인의 말 : 제가 키우는 '꽃기린'... 긴 잎새와 예쁜 꽃이 먼저 피고, 그 자리에 어김없이 가시가 돋습니다. '꽃기린'을 보며 티벳 사람들의 오체투지가 떠올랐습니다. 아울러 하루하루 수도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 공의를 위해 가시밭길 같은 고행길을 선택한 사람들도 생각났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등불, 촛불처럼 살면서 때때로 남 모를 눈물 흘리는 멋진 분들에게 힘내라는 의미에서 이 시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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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꽃시 : "꽃과 인생"
=> https://m.cafe.daum.net/riulkht/85zx/405
세상은 하수상해도 꽃은 정말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피네요^^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세상이 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들도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