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사내하청) 울산지회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간 이른바 노노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전국금속노조가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 노사가 마련한 사내하청 특별협의 합의안을 존중한다고 의사를 밝힌 게 갈등의 발단이 됐다.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는 20일 오후 김성욱 지회장, 박현제 전 지회장, 최병승씨 등이 참가한 가운데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과 위원장 사무실을 잇따라 점거했다.
지난 14일부터 금속노조 사무실 앞에서 농성에 들어간 울산지회는 금속노조 전규석 위원장에게 합의안 인정 담화문 발표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으나 거부 당해 이 같은 행동에 돌입했다.
울산지회는 이날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에 앞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2월부터 사측과 직접 불법파견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3월 3일 대의원대회까지 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울산지회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직접 조정신청을 하고 법원에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신청도 낼 방침이다.
금속노조는 지난 13일 전규석 위원장 명의의 노조기관지 ‘금속노동자’를 통해 “지난해 8월 18일 현대차와 현대차지부(정규직 노조), 전주·아산비정규직지회는 교섭 돌입을 존중받았으며 체결과 합의에 이른 사실 역시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특별합의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금속노조가 태도변화를 보이면서 합의안 인정 논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금속노조의 담화문 발표 후 울산지회는 지난 14일 금속노조 위원장 및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었으나 서로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울산지회는 이 자리에서 합의안 존중 폐기, 금속노조기관지 수거, 위원장의 사과 등을 요구했으나 금속노조는 ‘어불성설’이라고 못 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금속노조와 울산하청지회간 상호 비방전은 두 노조 홈페이지 등에서 특히 과열되고 있다.
한 울산지회 조합원은 “금속노조를 믿었는데 이렇게 뒤통수 칠 줄 몰랐다”며 “우리의 적이 사측이 아니라 금속노조로 바뀌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심지어 일부 울산지회 조합원들은 “이럴 바에 이 참에 금속노조를 탈퇴하자”는 격앙된 반응까지 쏟아내고 있다.
지역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울산지회는 최대 원군이던 금속노조와 마찰을 빚음으로써 고립무원 상태의 어려움에 봉착했다”며 “울산지회가 지속적으로 특별합의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투쟁을 전개한다 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동조세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와 울산지회가 불참한 가운데 현대차와 정규직 노조, 전주·아산하청지회, 사내하도급업체 대표단은 지난해 8월18일 ‘2015년까지 사내하청 근로자 4천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내용의 사내하청 특별협의 합의안을 마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