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여야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두고 더욱 격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이번 선고 결과를 바탕으로 ‘정치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공격하면서 항소심에 대응할 방침이고, 국민의힘은 ‘위증은 있고 교사는 없다’는 사법부의 무죄 논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고, 위증교사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위증 범죄가 사법 질서를 교란해 사회 혼란을 부르는 중대 범죄라며 이 대표에게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대치인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있었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에서 당선 무효 형에 해당되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유죄 판결이 난 상황에서, 이번 무죄 선고로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오는 12월 12일로 조국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 선고일이 잡혔다.
이 사건이 2019년 12월 기소됐으니 무려 5년 만에 3심 판결이 선고되는 셈이다. 동일 사건의 관련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오래전에 확정된 점에 비춰보면, 너무 지연됐다. 상고 기각이라면 모르되 유죄임에도 파기 환송된다면 의원 임기 만료 후 확정될지도 모르겠다.
지난 15일 선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 지연은 더 심각하다. 2022년 9월 기소된 지 2년3개월 만에 1심이 선고됐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 재판의 1심을 6개월 이내에 반드시 마쳐야 한다고 규정하는데도 이를 4배 넘게 초과한 것이다.
선거사범은 공소시효 6개월로 초단기이고, 2·3심도 각각 3개월 안에 반드시 마치도록 규정하는 등 신속한 재판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데도 2년이 넘게 걸려 1심이 끝났으니 2·3심이 법정기간에 끝날지 의구심이 앞선다.
판사들은 재판 기간 조항을 임의규정이라면서 거의 지키지 않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선거사범에 대해 6·3·3개월 지키라고 채근하지만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이다. 임의규정은 법 조항과 다른 내용으로 합의하면 그 효력이 배제되는 규정을 말한다. 사인 간의 거래에 관한 민법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는 사인 간의 합의로 결정할 사항이 있을 리 없으므로 임의조항이 있을 수 없다.
재판 기간을 넘긴 판결이라 해서 무효로 할 수는 없고 재판 지연을 법관의 징계 사유로 삼을 수도 없으니 임의규정이라 칭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지켜도 안 지켜도 그만인 규정은 아니다. 조문 제목에도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했다. 법정기간을 넘긴 판사는 법을 어긴 것이다. 법관이 대놓고 법을 어기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정치인, 특히 이 대표에 대한 형사재판이 줄지어 있다. 오늘 선고된 위증교사죄의 2·3심이 계속될 것이요,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대장동·백현동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사건, 대북송금 사건 등은 1심 판결조차 언제 나올지 전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최근에 기소된 업무추진비 사건은 말할 나위도 없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윤미향 전 의원에 대한 판결이 그 전형이다. 윤 전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기소된 지 4년 만에야 최종 판결이 나오면서 결국 국회의원 임기 4년을 모두 채웠다.
윤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결정적인 공적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이었을 텐데, 그 과정에서 거액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임기를 모두 마쳤으니 부정의(不正義)도 이런 부정의가 없다. 법원의 업무가 과중하다고 이런 부정의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정치인이 일정한 형벌을 선고받아 출마가 막히는 일을 두고 일각에서는 판사가 정치생명을 결정함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유권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무지한 주장이다. 죄를 지은 자에게 응분의 형벌을 과하는 것은 필연이요, 일정 기준 이상의 형벌을 받은 자에게 공직을 맡길 수 없는 것도 필연이다.
그러니 정치인이 유죄 판결을 받아 출마할 수 없게 됐다면, 이는 그 정치인이 범한 죄 때문이다. 죄를 범한 사람이 재판 지연으로 인해 출마할 수 있게 된다면 이야말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문화일보. 이재교 세종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포럼, 정치인 형사재판 지연은 不正義 극치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 재판에 대한 절대적인 명제지만 이게 제대로 지켜지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위안부 후원금 횡령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전 의원은 지난주에야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됐으니 하나 마나 한 판결이었습니다. 이 대표 역시 2년 2개월 만에 겨우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판결해야 하는 강행 규정, 즉 ‘6·3·3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이 대표는 국회의원도, ‘여의도 대통령’도 못됐을 것입니다.
재판 지연은 진영논리에 갇힌 김명수 사법부 때 특히 심했다. ‘지연된 정의’가 이 대표 재판에서 또 되풀이돼선 안 될 일입니다. 6·3·3 규정 준수를 강조한 조희대 사법부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큰 이유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