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arning : 모든 글은 저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w. 글쟁이 선생님
01. 가시
아프게 날 찌르는 것. 가시, 나의 가식이 덕지덕지 붙은 껍질을 파고 들어 가시는 내 몸을 찔러온다. 세상 모든 것에 그 속을 드러내지 않았던, 갉아 먹히지 않았던 그 껍질이, 바람과 돌팔매에도 부서지지 않았던 그 껍질이 이 조그만 가시에 너무도 쉽게 그 속을 드러낸다. 나를 아프게 한다. 아니, 아픈 것인가, 후련한 것인가. …그대의 기억이 가시같다. 지난 사랑이…, 너무나 가시같다….
내 안을… 파고드는…… 그런 가시가 되었다….
제발 가라…….
아주 가라…….
너, 아주 가. 날 버리고 너 아주 가. 어차피 잊어야 할 사랑이라면
두 번 다시 찾지 않아. 너 아주 가.
Writer : 데프콘, 박명수, 김주영
02. 변기
아, 이건 급똥의 신호다. 그래. 이런 일이 있을 거 같긴 했어. 아까 점심을 먹은 직후부터 뭔가 뒷골이 쎄하니 마치 시베리아의 만년설로 된 사람이 내 목을 쓰다듬는 그런 기분이 들었으니. 애써 그 느낌을 외면한 건 물론 나였지만서도 이건 너무 가혹한 게 아닌가 말이다. 다음 정차 휴게소가 어디더라. 얼마나 가야 하더라? …똥인 줄 알았는데 방구이다. 너인 줄 알았는데 바람이었다. 이 바람은 왜 내 맘의 문을 두드리나, 꼭 너처럼.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급똥처럼, 너도 나에게 언젠가 갑작스런 문자를 보낸 적이 있었지. 외면하려 할수록 존재감이 더욱 느껴지는 너였기에, 나는 끝내 너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
'흐읍…!'하고 숨을 참으며 똥을 참는 모습은, '흐읍…!'하고 갑자기 뜨는 너의 연락에 놀라는 내 모습과 같았어. '아앗….'하고 갑자기 주저앉아 발뒤꿈치로 내 항문을 막는 모습은, '아앗….'하고 너의 연락에 무너져 주저앉는 내 모습과 같았어. 호다닥 화장실로 달려가서 푸드득 똥을 싸는 것은, 호다닥 일어나서 핸드폰을 켜 푸드득 나의 마음을 날리는 것과 같아. '휴우-'하고 일을 다 마친 후의 상쾌함은, '휴우-'하고 답장 후 차단을 하는 상쾌함과 같아. 맞아, 넌 똥이야. 이 똥아. 연락하지마 이 똥아. 똥 똥 똥 똥 똥아!!! 잘 가라! 굿바이 변비! 웰컴 쾌변! 에블바리 쎄이 쾌변 월드!!!
변기 위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봤다. 공용 화장실은 대개가 지저분하다. 아무리 청소를 한다 하더라도 깊게 남아있는 찌든 때와 곳곳이 배어있는 기분 나쁜 냄새들. 급한 경우에는 그 무엇보다 고마운 존재지만, 일이 끝나고 나면 아무렇게나 저질러버리고 나가지. 당장 나만 해도 어서 이 지저분한 공간을 아무렇게나 쓰고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공용 화장실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십분 이해되었다. 공중변소, 누구에게나 한 번쯤 필요하지만, 볼일이 끝나면 매정하게 돌아서는… 나는 누군가를 공중변소처럼 지나친 적이 있었는가? 아니면 내가 공중변소처럼 쓰였던 적은?
이곳에서의 시간이 끝나간다. 아마 앞으로 두 번 다시 들르지 않겠지.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공중변소일지도 모르겠다. 너도, 나도, 그리고 우리 모두….
변기는 언제나 아구창을 벌리고선 내가 대소변을 누는 그 순간만을 기다린다. 물을 내리는 그 순간 내 안에서 나간 찌꺼기들이 저 변기의 속으로,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깊숙이 들어간다. 내 안의 모든 것을 다 꺼내진 못했지만 불결하고 나를 괴롭게 했던 것이 빠져나갔다는 쾌감! 그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변기처럼 나는 누군가를 변기마냥 대했던 것은 아닌가. 내 울분과 걱정, 우울함을 배출해내기 위해 누군가를 찾았던 적은 없던가. 다 뱉어버리면 이내 변기 뚜껑을 닫을 인연, 그것은 변기유천….
Writer : 데프콘, 방구대장 능능이, 김육쪽 선생, 탐스럽네, 민근이(~2019), 해피너스
03. 반짇고리
단추가 떨어졌기에, 오랜만에 반짇고리를 꺼낸다. 낡고 오래된 반짇고리, 이 반짇고리는 저 퀴퀴한 서랍 안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바늘을 온몸으로 품고 기다리기만 하고 있었으리라. 그런데 그 순간, 옆에 있던 엄마가 맘스터치-등짝을 세게 후리는 것- 하더니,
"너는 조심성이 없다고, 좀! 조심히 좀 다녀!!!"
이러고 다 해주셨다. 나이가 스물하고도 다섯이 지나가도록 엄마 품 안에서 모든 게 해결되었다.
결국,
난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Writer : 데프콘, 강준아 나한테 집착하지 말아줘, 인공눈물
04. 출장
친구가 출장을 떠난다. 그래서 나는 친구의 아내를 만났다. 친구의 아내는 나더러 웬일이냐며 물어왔지만, 나는 잠자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랑 내 친구 사이 방해하지 말고, 꺼. 져. 줘."
Writer : 고원, 루돌프, Wanna_One
05. 행주
행주를 빨았다. 오옥(烏玉)같이 검은 행주는 그 때가 쉬이 빠지지 않았다. 몇 번이고 삶아내고 세제를 넣고 나서야 깨끗해졌다. 천원도 안 하는 행주가 나에게는 옥과 같다. 행주는 집의 온갖 때를 묵묵히 닦아내었다. 그렇게 이 행주를 빨면 그간 너와 내가 이 집에서 함께했었던 수많은 시간의 흔적들도 같이, 깨끗하게 지워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행주를 빠는데, 한 부분에 묻은 검은 자국이 지워지지 않는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
너를 잊는다니, 지운다니.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한구석에선 그냥 잊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 너에겐 미안하지만, 미련 맞은 나는 너를 잊고 싶지 않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라면, 그냥 그렇게 그대로 쓰련다. 그렇게 쓰다가 언젠가 헤지고 바래져서 이 행주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살 때, 그때가 되어야 너를 놓아줄 수 있겠지.
Writer : 블루, 고원, 온주완, 박명수, 탐스럽네, 깡슬
* * *
모든 작품은 쑥남 여러분들이 만든 것입니다.
해당 주제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은 주제 아래에 Writer에 모두 적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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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제가 돌아왔SSSSSSAYYYYYY YO!
원래 목표는 15일마다 한 번씩 연재하는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많이 밀리게 되었네요. 하하! 원래 인생이 그렇죠 뭐!
+) 소곤소곤 [부사] :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가만가만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첫댓글 꺼 져 줘 임팩트 개쩌네
나도 나도 하고싶어 ㅠ
'[새벽감성] 릴레이 소설 쓰기' 글이 저녁~새벽 사이에 가끔씩 자유목장에 출몰합니다!
쑥남 활동하시다 보시게 되면 참여해주세요!! :)
♡
호앵 그러고보니 새벽작문 요즘 잘 못봤네 마감하느라 집에오면 바로 자서그런가 ㅠ
잘 보고 있어! 참여는 잘 못하지만...
같이 한다는 거의 부담감때문인가...
아싸의 기질이 여기서 나오는건가...
잼쪙
히힣.. 내꺼 있다
우리 쑥쑥이들 감성 넘모 조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