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대선은 백인 대 흑인의 대결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남성 대 여성이라는 것과 미국 안의 여러문제와 미국밖의 2개 전쟁 등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것은 흑백의 대결이 아니였나 보입니다. 미국인들의 65%정도라는 백인들의 표가 집결되었고 결과적으로 백인의 트럼프 후보가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사실 트럼프 당선인이 내건 캐치프레이즈인 MAGA 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것도 백인에게 향한 지지요구였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미국인에는 백인이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물론 이번 선거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그리고 동양계도 상당수가 트럼프후보에게 표를 준 것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백인들은 흑인과 황인들보다 우월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근현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주역들이 거의 대부분 백인이라는 점도 그런 성향을 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의 황금시기가 그리했습니다. 그 이후 대항해시절에 아메리카가 발견되고 유럽인들이 새로운 세계인 미국 등지로 이민을 떠나면서 인종간의 새로운 만남과 갈등이 표면화됐습니다. 미국의 목화밭에서 일할 노예들을 아프리카에서 대거 끌고 가면서 인종갈등이 표면화됐습니다. 유럽의 각 나라들도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면서 자연히 백인과 흑인의 교류가 이뤄지게 됐습니다. 유럽의 백인들은 흑인들을 종으로 부리며 백인들의 우수성을 만끽했습니다.
백인들의 우수성은 스웨덴 출신의 생물학자인 린네에 의해 더욱 확고하게 됩니다.린네는 1730년대 자신의 저서에서 인류의 범주에 대해 기존에 유럽인, 아메리카인, 아시아인, 아프리카인을 각각 흰색과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 등 4가지로 새롭게 분류했습니다. 4가지 인종으로 분류한 것인데 백인과 홍인 그리고 황인 흑인으로 나눴고 여기서 홍인은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들입니다. 그러나 홍인은 점차 사라지고 지금은 백인과 황인 그리고 흑인 이렇게 3가지 인종이 남았습니다. 린네의 분류에는 당연히 백인우월주의가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 백인 우월주의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터집니다. 바로 영국에서 1859년에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발표한 <종의 기원>은 기고만장하던 영국인들에게 기절초풍할만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백인우월주의에 함몰해 있던 영국인들은 다윈이 주장한 인간의 기원은 바로 원숭이였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에 망연자실하고 맙니다. 수많은 당시 지도자급 인사들이 다윈을 협박하다시피했지만 그의 오랜 조사를 뒤엎을 수는 없었습니다. 세계를 지배하는 백인들이 원숭이와 같은 계열이라는 것이 정말 믿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흑인들에게 면도 서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인류의 기원과 관련해 다지역 기원설과 아프리카 기원설이 등장합니다. 현생 인류의 조상이 지구의 여기 저기서 등장했다는 것과 아프리카에서 출발했다는 학설이 부딪힌 것입니다. 하지만 고고인류학자 상당수는 7백만년에서 6백만년전에 침팬지와 사람이 갈라지게 되고 인류의 조상은 거의 모두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에서 출현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에 무게를 두게됩니다. 이런 사실도 유럽인 백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됩니다. 경악스러웠을 것입니다. 당시 아프리카라고 하면 모두 흑인이라고 판단하는데 자신들의 조상이 아프리카 출신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인류의 조상이 나타난 그 시기를 살펴보면 충분한 이유가 존재합니다. 당시 아프리카는 4계절이 존재했던 곳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었고 먹을 것이 풍부해 생존하기에 적합한 곳이었습니다. 당시 뇌용량이 현재 인간과 비슷해진 호모 엘렉투스가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벗어나 타지역으로 옮겨 가게 됩니다. 유럽일부지역과 동남아시아 일부지역 그리고 중국 일부지역으로 흩어집니다. 자바원인과 베이징 원인으로 불리는 원시 인간이 바로 호모 엘렉투스입니다. 그 이후 20만년전에 현생 인류의 조상이라는 호모 사피엔스가 드디어 나타나 빙하기때 얼어붙은 베링해를 건너 북 아메리카와 남 아메리카로 내려갔고 멀리 호주까지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인간의 옛 조상들은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당시 백인들의 충격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대신해 주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1912년 영국 루이스 부근의 필트다운 코먼에서 유사 이전의 인류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됩니다. 그동안 아프리카 기원설을 결코 수용할 수 없었던 백인들은 환호를 질렀습니다. 그럼 그렇지 우리 백인들은 결코 아프리카 출신이 아니고 바로 영국이 백인들 조상의 터라면서 언론들은 대서특필했습니다. 이 유골의 주인공을 필트다운인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당시 유럽 각국과 미국에서 그 유골을 전시하겠다면서 난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랑우탄과 인간의 두개골을 합성해 놓은 위조품으로 판명되고 말았습니다. 하여튼 백인들이 얼마나 자존심에 금이 갔으면 이런 일도 벌일까 전세계적으로 조롱섞인 비난을 많이 받은 것은 물론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2002년에 미국에서 백인들이 크게 놀란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의 유전자는 99.9%가 동일하며 0.1%차이가 피부색과 머리카락색 그리고 얼굴 형태, 키 등을 다양하게 만든다는 연구결과입니다. 이같은 차이를 '유전자 변이'라고 합니다. 미국 서든 캘리포니아대학(USC)의 연구진이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간의 유전자 변이 차이는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0.1%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백인뿐 아니라 전세계 백인우월주의자들은 또 한차례 실망합니다. 자신들의 백인우월주의 토대가 흑인과 황인종들과 불과 0.1%에 불과하고 흑인과 황인종과 99.9%가 동일하다는 것에 낙담하고 맙니다. 결론적으로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지금까지 그야말로 0.1%차이에 목을 매고 있었던 것입니다. 앞으로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의 조상 찾기가 더욱 활기를 띄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럴 수록 인종차이는 그야말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백인 우월주의는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더욱 리얼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2024년 11월 2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