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7일 금요일 ·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이영근 신부
복음; 요한19,31-37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 31 그날은 준비일이었고 이튿날 안식일은 큰 축일이었으므로, 유다인들은 안식일에 시신이 십자가에 매달려 있지 않게 하려고, 십자가에 못 박힌 이들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시신을 치우게 하라고 빌라도에게 요청하였다. 32 그리하여 군사들이 가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첫째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33 예수님께 가서는 이미 숨지신 것을 보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대신, 34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35 이는 직접 본 사람이 증언하는 것이므로 그의 증언은 참되다. 그리고 그는 여러분이 믿도록 자기가 진실을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36 “그의 뼈가 하나도 부러지지 않을 것 이다.” 하신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37 또 다른 성경 구절은 “그들은 자기들이 찌른 이를 바라볼 것이다.” 하고 말한다.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
오늘은 예수성심 대축일입니다. 곧 사랑의 대축일입니다.
이는 마치 물줄기를 찾아 올라가, 산꼭대기의 높은 곳에 있는 바위에서 흘러나오는 가장 맑은 샘을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곧 우리가 마시고 있는 사랑의 강줄기의 발원지인 그 원천을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아주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 화답송입니다. 화답송에서 이사야는 바로 이를 예언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기뻐하며 구원의 샘에서 물을 길으리라.”(이사 12,3)
그렇다면 그 사랑의 발원지인 ‘구원의 샘’은 무엇일까? 그것은 ‘예수님의 심장’ 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 마음’입니다. 오늘 말씀전례의 열쇠는 '심장'(마음), 곧 '사랑'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호세아 예언자는 하느님의 백성에 대한 사랑을 응석받이 아기에 비유하여, 간장을 태우는 어머니의 절실한 사랑을 감동적으로 전해줍니다. 그러나 당신의 백성들은 이 사랑을 알아듣지 못하고 끊임없이 배신하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은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히 밝혀지게 됩니다.
오늘 제2독서는 이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하느님 안에 감추어져 있던 그 신비의 계획이 어떠한 것인지 모든 사람에게 밝혀주게 하셨습니다.”(에페 3,9)
그러니 예수님께서는 당신 안에 감추어진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십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몸소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주러 오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결코 놀라운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사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이 사실을 드러내 보이러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최상의 증거를 십자가에서, 곧 ‘당신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물’과 ‘피’로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전해줍니다.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4)
‘예수님의 늑방과 심장에서 흐르는 물과 피’! 이는 ‘가나안의 혼인잔치’(요한 2,1-12 참조)를 반향해 줍니다. 곧 물이 포도주로 바뀌었던, 정결례에 쓰던 여섯 개의 항아리는 마침내 예수님의 몸인 ‘일곱 번째 항아리’에서 완성을 이루게 됩니다. 그리하여 신부가 없던 ‘카나의 혼인잔치’는 이제 ‘갈바리아의 혼인잔치’에서 신부인 교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아담에게서 하와가 탄생하듯 새 아담에게서 새 하와인 교회가 탄생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을 잠들게 하고 하와를 지으시듯, 새 아담 예수님이 잠든 후에 그의 옆구리에서 교회를 지으십니다. 하와를 아담에게 데려다주신 하느님께서는 이제 ‘그리스도의 피’로 우리를 적시시고 성체성사를 건네주십니다. 곧 그리스도의 심장에서 성체성사가 흘러나오게 하고, 노아의 배의 옆구리에서 동물들이 나오게 하듯, 물로 죄를 씻어내는 세례성사가 흘러나오세 합니다.
‘예수님의 늑방과 심장에서 흐르는 물과 피’는 또한 ‘여인이 깨트린 옥함’(요한 12,1-8 참조)을 반향해 줍니다. 값진 옥함을 부수고 남김없이 쏟아 부은 향료가 온 집안으로 번지듯, 감춰진 하느님의 사랑을 담은 그리스도의 부서진 몸에서 흘러나온 ‘사랑’이 온 세상을 기름칠하고 번져가게 된 것입니다. 곧 ‘성소의 휘장을 찢고’(루카 23,45 참조), ‘아버지의 사랑의 신비를 담은 성전을 부수고’(요한 2,19 참조), ‘성문 밖 골고타 언덕’에서 온 세상에 ‘아버지의 사랑’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온 세상은 축성되고 새롭게 탄생됩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심장’이 찔리는 것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보여주신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안에 감추어진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십니다. 예수님의 옆구리는 바로 ‘아버지의 심장’이었습니다. 지금도 아버지께서는 그리스도의 심장에서 부어주신 ‘피’와 ‘물’로 우리를 씻으시고 새롭게 하십니다. 그 사랑으로 저희를 감싸십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를 거룩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시는 ‘하느님 사랑’의 신비가 있습니다. 결코 그 누구도 떼어놓을 수 없는 ‘아버지의 사랑’ 말입니다. 바로 오늘이 ‘하느님의 사랑’인 '예수 마음'이 우리에게 선사되는 은혜로운 날입니다. 곧 “그리스도께서 우리 마음 안에 사시게 하시고”(에페 3,17 참조).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에페 3,19 참조) 맛보게 하십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4) 주님! 당신께서는 휘장을 찢으시고 가로막힌 모든 것을 치우셨습니다. 남김없이 쏟아 부은 물과 피로 우리의 영혼을 씻으셨습니다. 온 누리를 새로 지으시고 아버지의 향기를 가득 채우셨습니다. 사랑의 옥함인 당신 몸을 부수어 사랑의 향유로 온 세상을 기름칠하셨습니다. 오늘, 그 누구도 떼어놓을 수 없는 당신 사랑에 제 영혼이 뛰놀며 찬미의 노래를 부르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이영근 아우구스티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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