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无邪 사무사 - 생각함에 삿됨이 없어야 하고
毋自欺 무자기 - 스스로를 속이지 말아야 한다
남녀간의 지극한 사랑
비익조(比翼鳥)는 중국 숭오산(崇吾山)에 산다고 전해지는
새로 날개와 눈이 하나 뿐이어서 암수가 몸을 합쳐야만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남녀간의 지극한 사랑을 표현한 많은 문학작품에서
이 비익조가 인용되었고,
그 중 당나라의 백거이가
양귀비에 대한 현종의 사랑에 대해 읊은 다음의 시가 유명하다.
장한가(長恨歌)/백거이
한황중색사경국(漢皇重色思傾國)한황제 색(色)을 즐겨 경국지색(傾國之色) 찾았으나
어우다년구부득(御宇多年求不得)오랜 세월(歲月) 구(求)하여도 얻을 수 없었네.
양가유녀초장성(楊家有女初長成) 양씨가문(楊氏家門)에 갓 성숙(成熟)한 딸이 있어
양재심규인미식(養在深閨人未識) 집안 깊이 길러 누구도 알지 못했네.
천생려질난자기(天生麗質難自棄) 타고난 아름다움 그대로 묻힐 리 없어
일조선재군왕측(一朝選在君王側) 하루아침에 뽑혀 황제(皇帝) 곁에 있게 되었네.
회모일소백미생(回眸一笑百媚生) 한번 눈웃음지면 이는 애교(愛嬌) 그지없어
육궁분대무안색(六宮粉黛無顔色) 단장한 육궁미녀(六宮美女)들의 얼굴빛을 가렸네.
춘한사욕화청지(春寒賜浴華淸池) 봄추위에 화청지(華淸池) 목욕(沐浴)함을 허락하니
온천수골세응지(溫泉水滑洗凝脂) 온천물 부드럽게 매끄러운 몸을 씻네.
시아부기교무력(侍兒扶起嬌無力) 시녀(侍女)들 부축에도 연약하기만 한 교태(嬌態)
시시신승은택시(始是新承恩澤時) 그때부터 황제(皇帝) 사랑 받기 시작(始作)하였네.
운빈화안금보요(雲鬢花顔金步搖) 구름 머리, 꽃 얼굴, 한들거리는 금장식
부용장난도춘소(芙蓉帳暖度春宵) 부용휘장(芙蓉揮帳) 안에 따뜻한 봄밤은 깊어
춘소고단일고기(春宵苦短日高起) 짧은 봄밤 한탄(恨歎)하며 해 높아 일어나니
종차군왕부조조(從此君王不早朝) 황제(皇帝)는 이로부터 조회(朝會)를 보지 않았네.
승환시연무한가(承歡侍宴無閑暇) 총애(寵愛)로 연회(宴會)에 매이니 한가할 틈 없어
춘종춘유야전야(春從春游夜專夜) 봄에는 봄놀이에 밤에는 밤잠자리에
후궁가려삼천인(後宮佳麗三千人) 빼어난 후궁(後宮)에 미녀삼천(美女三千) 있었지만
삼천총애재일신(三千寵愛在一身) 삼천명에 내릴 사랑 그녀 혼자 받았네.
금옥장성교시야(金屋粧成嬌侍夜) 황금방에 단장하고 교태로 밤시중 들고
옥루연파취화춘(玉樓宴罷醉和春) 옥루 잔치 끝나면 봄기운에 취했네.
자매제형개열사(姉妹弟兄皆列士) 자매형제(姉妹兄弟) 모두에게 영지(領地)를 내려주니
가련광채생문호(可憐光彩生門戶) 이윽고 그들 가문(家門)에 광채(光彩)가 나게 되어
수령천하부모심(遂令天下父母心) 이에 따라 세상(世上) 모든 부모(父母)들의 마음이
부중생남중생녀(不重生男重生女) 아들보다 딸 낳기를 중(重)히 여기게 되었네.
여궁고처입청운(驪宮高處入靑雲) 화청궁 높이 솟아 구름속에 들어 있고
선낙풍표처처문(仙樂風飄處處聞) 선악(仙樂)은 바람 타고 어디서나 들려오네.
완가만무응사죽(緩歌慢舞凝絲竹) 느린 노래 나른한 춤 여운 긴 가락에
진일군왕간부족(盡日君王看不足) 황제(皇帝)는 하루 종일 넋 잃고 바라보네.
어양비고동지내(漁陽비鼓動地來) 돌연 어양(漁陽) 쪽 땅 울리는 전고 소리
경파예상우의곡(驚破霓裳羽衣曲)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놀라 멎게 하였네.
구중성궐연진생(九重城闕煙塵生) 구중궁궐(九重宮闕)에 연기 먼지 솟아오르고
천승만기서남행(千乘萬騎西南行) 수천수만 관군(官軍)들은 서남(西南)으로 달아나네.
취화요요행복지(翠華搖搖行復止) 천자의 기 흔들리며 가다가 서곤 하며
서출도문백여리(西出都門百餘里) 도성문 서쪽 백여리 마외역에 이르러
육군부발무나하(六軍不發無奈何) 양귀비(楊貴妃) 처결하라 군사들이 멈춰서니
완전아미마전사(宛轉蛾眉馬前死) 양귀비(楊貴妃)는 몸 뒤틀며 군마 앞에 죽었네.
화전위지무인수(花鈿委地無人收) 땅에 떨군 꽃비녀 거두는 사람 없고
취교금작옥소두(翠翹金雀玉搔頭) 취교, 금작, 옥소두 땅에 흩어졌네.
군왕엄면구부득(君王掩面救不得) 황제는 얼굴 가린 채 구하지 못하고
회간혈루상화류(回看血淚相和流) 차마 돌린 두 눈에 피눈물이 흐르네.
황애산만풍소삭(黃埃散漫風蕭索) 누런 흙먼지 일고 바람 쓸쓸히 부는데
운잔영우등검각(雲棧영紆登劍閣) 구름 걸린 굽은 잔도 검각산을 오르네.
아미산하소인항(峨嵋山下少人行) 아미산(峨嵋山) 아래에는 오가는 이도 드물어
정기무광일색박(旌旗無光日色薄) 천자 깃발 빛을 잃고 햇빛도 희미하네.
촉강수벽촉산청(蜀江水碧蜀山靑) 촉강(蜀江) 맑게 흐르고 촉산(蜀山)은 푸르건만
성주조조모모정(聖主朝朝暮暮情) 황제(皇帝)는 아침저녁 양귀비(楊貴妃) 생각에 잠겨
항궁견월상심색(行宮見月傷心色) 행궁(行宮)에서 보는 달에 마음 절로 상하고
야우문령장단성(夜雨聞鈴腸斷聲) 밤비 속에 들리는 단장의 말방울 소리
천선지전회룡어(天旋地轉回龍馭) 천하 정세 변하여 황제 돌아오는 길에
도차주저부능거(到此躊躇不能去) 마외역에 이르러는 걸음 뗄 수 없었네.
마외파하니토중(馬嵬坡下泥土中) 양귀비 쓰러져 죽은 진흙더미 속에는
불견옥안공사처(不見玉顔空死處) 고운 얼굴 어디 가고 죽은 자리만 남아
군신상고진첨의(君臣相顧盡沾衣) 황제 신하 서로 보며 눈물 옷깃 적시네.
동망도문신마귀(東望都門信馬歸) 동쪽 도성문 향해 말에 길을 맡겨 가니
귀내지원개의구(歸來池苑皆依舊) 돌아와 본 황궁의 정원은 변함 없어
태액부용미앙류(太液芙蓉未央柳) 태액지의 부용(芙蓉)도 미양궁의 버들도
부용여면류여미(芙蓉如面柳如眉) 부용(芙蓉)은 양귀비(楊貴妃) 얼굴, 버들은 눈썹
대차여하불루수(對此如何不淚垂) 이들을 대하고 어이 아니 눈물지리.
춘풍도리화개일(春風桃李花開日) 봄바람에 복숭아며 살구꽃이 만발(滿發)하고
추우오동엽낙시(秋雨梧桐葉落時) 가을비에 젖어 오동잎이 떨어져도
서궁남내다추초(西宮南內多秋草) 서궁(西宮)과 남원에 가을 풀 우거지고
낙섭만계홍부소(落葉滿階紅不掃) 낙엽(落葉)이 섬돌을 덮어도 쓸어낼 사람 없네.
이원자제백발신(梨園子弟白發新) 이원(梨園)의 자제(子弟)들은 백발(白髮)이 성성하고
초방아감청아노(椒房阿監靑娥老) 양귀비(楊貴妃) 시중들던 시녀(侍女)들도 늙었네.
석전형비사초연(夕殿螢飛思悄然) 반딧불 나는 저녁 궁궐 더욱 처량(凄凉)하여
고등도진미성면(孤燈挑盡未成眠) 등불 심지 다 타도록 외로이 잠 못 드니
지지종고초장야(遲遲鍾鼓初長夜) 더딘 종(鍾)과 북소리에 밤이 긺을 알았네.
경경성하욕서천(耿耿星河欲曙天) 은하수(銀河水) 반짝이며 새벽은 다가오고
원앙와냉상화중(鴛鴦瓦冷霜華重) 원앙(鴛鴦) 같은 기와에 서리꽃이 무거운데
비취금한수여공(翡翠衾寒誰與共) 함께 덮을 이 없어 싸늘한 비취금침
유유생사별경년(悠悠生死別經年) 생사(生死)를 달리한 지 아득하니 몇 년인가
혼백부증내입몽(魂魄不曾來入夢) 꿈에서도 혼백(魂魄)마저 만나볼 수 없었네.
임공도사홍도객(臨工道士鴻都客) 임공의 도사(道士)가 도성(都城)에서 머무는데
능이정성치혼백(能以精誠致魂魄) 정성(精誠)으로 혼백(魂魄)을 불러올 수 있다하니
위감군왕전전사(爲感君王輾轉思) 양귀비(楊貴妃) 그려 잠 못 드는 황제(皇帝)를 위해
수교방사은근멱(遂敎方士殷勤覓) 방사(方士)시켜 양귀비 혼백(魂魄) 찾게 하였네.
배공어기분여전(排空馭氣奔如電) 허공(虛空)을 가르고 번개처럼 내달아
승천입지구지편(升天入地求之遍) 하늘 끝에서 땅 속까지 두루 찾아
상궁벽낙하황천(上窮碧落下黃泉) 위로는 벽락(碧落), 아래로는 황천(黃泉)까지
양처망망개부견(兩處茫茫皆不見) 두 곳 모두 망망(茫茫)할 뿐 찾을 길이 없는데.
홀문해상유선산(忽聞海上有仙山) 홀연 들리는 소문 바다 위에 선산(仙山) 있어
산재허무표묘간(山在虛無縹渺間) 그 산(山)은 아득한 허공(虛空) 먼 곳에 있고,
누각영롱오운기(樓閣玲瓏五雲起) 누각(樓閣)은 영롱(玲瓏)하고 오색구름이 일어
기중작약다선자(其中綽約多仙子) 그 곳에 아름다운 선녀(仙女)들이 사는데,
중유일인자옥진(中有一人字玉眞) 그 중 옥진(玉眞)이라 하는 선녀(仙女) 하나 있으니
설부화모삼차시(雪膚花貌參差是) 흰 살결 고운 얼굴 그인 것 같다고 하네.
금궐서상고옥경(金闕西廂叩玉扃) 황금대궐(黃金大闕) 서쪽방의 옥문(玉門)을 두드리고
전교소옥보쌍성(轉敎小玉報雙成) 소옥(小玉)시켜 쌍성(雙成)에게 알리도록 말 전하니
문도한가천자사(聞道漢家天子使) 한황제의 사자가 왔다는 말 전해 듣고
구화장리몽혼경(九華帳里夢魂驚) 꿈에 깨어 놀라는 화려한 장막 안의 혼백(魂魄)
남의추침기배회(攬衣推枕起徘徊) 옷을 들고 베개 밀고 일어나 서성이더니
주박은병리이개(珠箔銀屛邐迤開) 구슬발과 은병풍 열리며 모습을 나타냈네.
운빈반편신수각(雲鬢半偏新睡覺) 구름 머리 반 드리우고 방금 잠에 깬 듯
화관부정하당내(花冠不整下堂來) 머리장식 안 고친 채 당(堂)에서 내려왔네.
풍취선메표표거(風吹仙袂飄飄擧) 바람 부는 대로 소맷자락 나부끼니
유사예상우의무(猶似霓裳羽衣舞) 예상우의무(霓裳羽衣舞)를 추던 그 모습인 듯
옥용적막누난간(玉容寂寞淚欄干) 옥 같은 얼굴 수심 젖어 눈물이 방울지니
이화일지춘대우(梨花一枝春帶雨) 활짝 핀 배꽃 한 가지 봄비에 젖은 듯
함정응제사군왕(含情凝제謝君王) 정어린 눈길 돌려 황제에 전할 말을 하니
일별음용량묘망(一別音容兩渺茫) 헤어진 뒤 옥음(玉音), 용안(龍顔) 듣고 뵙지 못하여
소양전리은애절(昭陽殿里恩愛絶) 소양전(昭陽殿)에서 받던 은총(恩寵)도 끊어지고
봉래궁중일월장(蓬萊宮中日月長) 봉래궁(蓬萊宮)에서 보낸 세월(歲月)이 오래건만
회두하망인환처(回頭下望人환處)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人間世上) 보아도
불견장안견진무(不見長安見塵霧) 장안(長安)은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와 먼지 뿐
유장구물표심정(唯將舊物表深情) 오래 지닌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려니
전합금채기장거(鈿合金釵寄將去) 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가지고 가라하네.
채류일고합일선(釵留一股合一扇) 비녀는 반쪽씩, 상자는 한 쪽씩
채벽황금합분전(釵擘黃金合分鈿) 황금 비녀 토막 내고, 자개 상자 나눴으니
단교심사금전견(但敎心似金鈿堅) 두 마음 이처럼 굳고 변치 않는다면
천상인간회상견(天上人間會相見) 천상(天上)에든 세상(世上)에든 다시 보게 되리라.
임별은근중기사(臨別殷勤重寄詞) 헤어질 즈음 간곡히 다시 하는 말이
사중유서양심지(詞中有誓兩心知) 두 마음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으니
칠월칠일장생전(七月七日長生殿) 칠월 칠일 장생전(長生殿)에
야반무인사어시(夜半無人私語時) 인적 없는 깊은 밤 속삭이던 말
재천원작비익조(在天願作比翼鳥)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재지원위연리지(在地願爲連理枝)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連理枝)가 되자고
천장지구유시진(天長地久有時盡)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차한면면무절기(此恨綿綿無絶期) 이 슬픈 사랑의 한 끊일 때가 없으리.
장한가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부분은 양귀비가 총애를 받고,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 양귀비가 죽는 장면,
둘째 부분은 양귀비를 잃고 난 후의
현종의 쓸쓸한 생활,
셋째 부분은 죽어서 선녀가 된
양귀비와 만나보는 장면으로 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작가적인 상상력을
최대한 드러내 애절함을 고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