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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식품이 몰려온다
한국을 WTO에서 처음으로 제소한 국가는 어디일까? 미국이다.
그러면 제소 대상이 되었던 정책은?
한국의 농산물 위생검역 조치였다.
한국이 두 번째로 제소당한 사건에서 제소국은 어디일까? 미국이다.
그 대상 정책은?
식품 정책이었다.
[한미 FTA의 본질]
우리는 때로는 보이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농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것들,
즉 정부가 언급하는 쇠고기, 오렌지(감귤), 포도만이 한미 FTA
농업 분야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더 본질적인 것이 있다.
한국 농업의 희망과 장래를 담보할 식료 체계와 제도가 미국 농업을 위해
왜곡되는 것이 바로 한미 FTA이다.
즉 한미 FTA는 한국 농업·식품법의 좌절이다.
한미 FTA는 한국의 식료체계 관련 제도와 정책을 미국 농업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 한국과 미국의 농업 차이 ]
한국의 농업과 미국의 농업 사이에는 세 가지 격차가 있다.
1>농지 면적의 자연 환경적 격차
2>미국이 1933년 제정한 농업조정법을 통해 75년 동안 지속해 온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loan rate) 제도' 등 제도적 격차
3>한국 국가 권력의 오랜 촌락 지배와 급속한 공업화에서 비롯된
인적 역량의 격차 등이 있다
.
정부의 계획대로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해 7년에 걸쳐 90조 원을
투입하더라도 이 세 가지 격차에서 한국 농업이 미국 농업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이 90조 원은 한미 FTA 피해대책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 2004~2013년 농업 투융자 예산 총액인 119조 원에서
지난 3년 간 이미 쓰인 30조 원을 뺀 개략치다.)
[ 농업과 환경에 대한 두 패러다임의 전쟁 ]
오늘날 세계에서는 농업과 환경에 대한 두 개의 패러다임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 하나는 '경쟁력 농업관'이다.
이 패러다임은 농업도 결국은 하나의 산업에 불과하며, 따라서 농업은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 논리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이 패러다임은 농업을 제약하는 환경 문제나 농업으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는
과학기술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자연은 자본으로 대체될 수 있다.
그들의 핵심적 대안은 바로 농업생명공학, 곧 유전자변형 생물체다.
이런 패러다임의 선두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카르타헤나 의정서에 서명조차 하지 않은 나라다.
■ 다른 한 패러다임은 농업을 단순히 하나의 산업으로만 보지 않는다.
농업은 단지 경쟁력에 의해 이해될 것이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농업의 과제는 우리 세대의 식료품 수요를 충족시키고,
나아가 다음 세대가 필요로 할 자연 환경을 보전하는 것이다.
이 패러다임에 따르면 인간의 기술과 자본이 자연의 역할을 대체하는 데에는
근본적 제약이 있을 뿐 아니라, 이런 대체는 오히려 자연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해칠 수도 있다.
인간이 개발한 농약과 제초제는 생태계에 이로운 야생 곤충과 야생 식물마저
멸종시켰다. 또 인간이 개발한 다수확 품종은 수많은 다양한 종자들을
사라지게 했다. 그 결과 우리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 농업생명공학 양해서 ]
한미 FTA '농업생명공학 양해서(Understanding on Agricultural
Biotechnology)는. 미국이 미국산 '유전자변형 생물체(LMOs)'의 수입과 관련된
한국의 법(laws), 규제(regulations) 그리고 정책(policies)의 명료화(clarification)를
요구했고, 한국이 이를 다짐(confirm!)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양해서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먼저 한국의 한 법률을 찾아봐야 한다.
2001년 3월 28일 제정된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은 아직 시행조차 되고 있지 않다.
이 법률의 제정 목적은 "유전자변형 생물체로 인한 국민의 건강과 생물다양성의
보전 및 지속적인 이용에 미치는 위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있다"(제1조).
이 법률은 왜 6년이 넘도록 시행되지 못하는걸까?
바로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수입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률이 6년 간 잠자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그 부칙에
"이 법률은 한국이 '카르타헤나(Cartagena) 의정서'를 비준하는 날로부터
시행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 의정서는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을 규제하는
국제법의 원칙을 최초로 규정한 것이다.
한국도 2000년 이 의정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이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세계화의 첨단 국가인 한국은 왜 이 세계적인 조약에 서명해 놓고 7년이
되도록 비준을 하지 않는 것일까?
140개 국가가 이미 비준했고, 북한도 2003년 7월 비준했는데 말이다.
만일 한국이 카르타헤나 의정서를 비준하고, 그 결과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이 6년간의 기나긴 동면에서 깨어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한국의 건강 영향평가 및 환경 영향평가, 즉 이른바 '위해성 평가'에서
승인을 얻지 못한 미국산 유전자변형 옥수수, 콩, 사료에 대한
수입이 금지된다.
이런 상황을 따져볼 때, 미국이 한미 FTA의 마지막 순간에
'농업생명공학 양해서'를 관철시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환경 위해성 평가 심사지침 ]
국내 법령은 유전자변형 생물체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크게 '시험 및
연구용 유전자변형 생물체를 수입한 경우'와 '식용, 사료용, 가공용
유전자변형 생물체(LMOs-FFP)를 수입한 경우'로 나누고 있다.
미국산 유전자변형 콩을 '식용 콩'으로 수입한 경우, 이 콩의 전량은 오로지
식용으로만 사용돼야지, '종자용 콩' 등으로 둔갑해 한국 콩 농사에 쓰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런 위험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콩에 대한 환경
영향평가, 곧 토양재배실험을 통한 위해성 평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농림부 장관이 2002년 제정한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환경 위해성
평가 심사지침'은 식용, 사료용 농산물이라도 원형 상태로 국내 환경에
방출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환경 위해성 평가를 하도록 되어 있다(지침 제3조).
환경 위해성 평가 기준에는 '토양이 화학성에 미치는 영향', '토양 또는
수계에서의 생존 능력', '포자 생성 여부', '토양 유용 미생물, 주변 곤충,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 '식물병원균과의 유전물질 교환 가능성 여부' 등이
포함된다.
한미 FTA의 볼모로 체결된 '농업생명공학 양해서'는 이같은 한국의
환경 위해성 평가 기준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다.
[유전자변형생물체<LMO>- 항목별 문제점 ]
[항목 1] 한국은 식용․사료용․가공용 LMO 수입품에 대한 환경위해성 평가시
수입품의 사용 용도에 관련되고 그에 적합한 위해성 기준을 근거로 한다
1항은 한국의 제도를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다
식용유전자 콩을 예를 들면 이 콩에 대한 위해성 평가는 애초 식용이라는
“예정된 사용 용도”에 맞는 적절한 평가 기준을 사용하여야 한다
즉 식용유전자 콩에 대한 환경 영향평가, 곧 토양재배실험을 통한 위해성
평가를 하지 말고 식용에만 한정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이런 양해서의 내용은 농림부 장관이 고시한 평가 기준을 심대하게
제약하는 것이다.
미국은 도대체 왜 이런 양해서를 관철시켰을까?
한국에 수출되는 미국산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절대 다수가 식용, 사료용,
가공용이기 때문이다.
[항목 2] 한국은 둘 이상의 기 승인된 개별 작물의 통적인 교잡에 의해 개발된
후대교배종에 대해 규제 검토 절차가 적용될 경우, 기 승인된 LMO 특징에 대한
위해성평가에 근거하도록 보장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기 승인된 특징이 포함된
후대교배종 관련, 동 후대교배종이 사람, 동식물의 생명 및 건강에 추가적인 과학적
위험을 유발하지 않는 경우 추가적인 위해성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한다
미국은 이 양해서에서 새로운 유전자변형 작물이 출현하더라도
이 작물이 기존에 승인된 유전자변형 작물의 '전통적인 교잡'에 의해
생산된 '후대교배종'일 경우 '그 새 변형체로 인해 인간과 동식물의
생명과 건강에 새로운 과학적 위해성이 창출된다고(introduce)
믿을 만한 이유가 없으면' 한국이 이 작물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아예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제2항).
이 복잡해 보이는 합의가 지닌 실질적인 의미는 미국에서 새로운 교잡
변형작물이 출현하더라도 이유 없이 위해성 평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A와 B유전자 변형작물이 승인된 작물이라고 하면, 이들을
전통적인 교잡에 신작물 AB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과학적 이유없이는
따로 위해성 평가를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이는 한국이 가입한 '유엔(UN) 생물다양성 협약'의 원칙인
'사전예방의 원칙'을 사실상 부인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 협약은 "완전한 과학적 확실성이 결여됐다고 해서 생물다양성
보전 대책을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한국은 영향평가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과학적인
이유가 따로 있어야만 비로서 가능하면 이는 한국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것이다
[항목 3] 한국은 LMO 및 그 제품에 대한 표시 요건이 투명하고 예측가능 하도록 한다.
미국 측의 궁극적 목표는 한국의 GMO 표시제도를 철폐시키는 것이다.
즉 이 양해서는 실제 유통 단계에서 적용되는 매우 중대한 표시제에 대한
한국의 법률과 규제도 미국이 '예측할 수 있는(predictable)' 것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로써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져 유전자변형 식품 표시 의무제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미국이 한국의 표시제에 사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근거가
만들어졌다.
[항목 4] 한국과 미국은 교역에 장애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이슈를 다루기 위하여
양자 간 의사소통 채널을 활용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한다.
미국산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교역에 장애가 생길 경우 한미 FTA에서
상설화하기로 합의한 위생검역(SPS) 위원회와 기술장벽(TBT) 위원회
등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교역장애가 초래하지 않아야 하고 더 나아가 장애가 현재 일어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측까지 포함하여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면 우리는 우리나라의 재도를 우리 식으로 고치지 못하고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
[항목 5] 한국과 미국은 동 양해사항에 적용되는 품목의 양자 간 교역에 불필요한
장애를 초래하지 않을 것에 합의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카르타헤나 바이오안전성
의정서에 가입할 경우 동 의정서를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해 나가기로 한다
이 항은 카르타헤나 바이오안전성 의정서(CPB)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 정부가
업계의 요청으로 한국의 LMO법과 관련 규제 지침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줄기차게 요구해온 내용이다.
다시말하면 한국이 카르타헤나 의정서를 비준할 경우 미국산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수입을 '불필요하게 방해하지(unnecessarily impede)'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미국은 아직 6년간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면 상태의
한국 법률에 미리 성형수술을 해 놓았다. 어마어마한 내공이다.
[ 지역 조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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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조항이란 한 지역에서 가축 질병이 발생할 경우 그 지역의 가축은
수입이 금지되더라도 다른 지역의 가축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고 가정하고
수입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은 한미 FTA 위생검역(SPS) 협상에서 이른바 '지역 조항'이란 것을
삽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워싱턴 주에서 다시 쇠고기 광우병이 발생하면,
한국은 워싱턴 주의 쇠고기에 대한 위생검역 조치만 강화할 수 있을 뿐
미국 전역의 쇠고기에 대해 통일한 위생검역 조치를 취하는 것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됐다.
미국은 광우병이 발생한 워싱턴 주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주의 쇠고기에
대해서는 수입을 허용하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현재의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이와 관련된 조항이 있다.
하지만 다자간의 협의 및 승인절차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
그다지 실효성이 크지 않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 미국은 위생검역(SPS) 위원회와 기술장벽(TBT) 위원회를
아예 정기적인 상설 조직체로 만들자는 요구를 관철시켰다.
이로써 유기농 식품의 인증 기준, 유전자변형 식품의 수입 승인 및 표시제,
한국의 위생검역 조치 등 한국의 농업과 식료체계 관련 법률, 규제,
정책 전반에 대해 미국이 상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틀이 제도화됐다.
[ 육류검사시스템 동등성 인정 ]
미국은 쇠고기 작업장에 대해서 식육검사 동등성 시스템을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였고, 한국 정부는 2007년 5월로 예상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위험등급 평가에 따라 협의하기로 했다.
미국의 요구는 미국 내 쇠고기 수출작업장 승인을 한국 정부가 개별
작업장별로 승인하지 말고, 미국이 승인하면 무조건 “안전”하다고
인정하라는것이다.
미국 도축장 현지 위생 점검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미국은 수입이
금지된 캐나다산과 미국산 소를 구분하지 않으며, 30개월 미만과
30개월 이상의 소를 똑같은 전기톱으로 도축하고 있는 불량 작업장에도
“안전” 승인을 남발하고 있다.
따라서 육류검사 시스템의 동등성을 인정할 경우, 한국 정부의 검역 당국은
미국이 "safe"라고 도장을 찍어준 쇠고기에 ‘안전’이라는 마크만 바꾸어
달아주는 기관으로 전락시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