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륙하는 비행기를 잡아라
- 처음 케니야에서 짐을 분실했을 때 이륙하는 비행기를 잡으려해
- 지금은 가능한 한 짐을 줄여 몽땅 휴대품으로 들고 다녀
내가 여행 중 비행기에 실은 짐(accompanied baggage)을 잃어버린 것은 몇 번 되는데 그 처음의 경험은 1971년 케니야의 나이로비에서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쯤 된다
당시 우리 일행은 3 명이었는데 예비역 삼성장군 출신의 Y 사장님과 연구개발 이사이신, J 박사님과 나, 무역과장대리였으며 우리 회사는 한국최초로 뗏목수하식 굴 양식사업에 성공하여 굴 제품 세일즈여행 중이었다
유럽에서 일을 마치고 또 하나의 큰 시장인 호주로 가기 위해 이태리 로마에서 출발하여 남아연방의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길이었다. 호주로 가는 비행기의 접속이 즉시 되지 않는 시절이었기에 우리는 케니야에서 2 박 하기로 수배하고 나이로비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았는데 하필이면 Y사장님 트렁크 하나가 눈에 뜨이지 않는다 다른 짐은 무사한데 ...
나는 공항사무실에 가서 짐이 하나 없다고 찾아달라고 하니까 서식을 내어주며 분실신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비행기는 곧 떠날텐데 서류나 작성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며 급한 것은 비행기가 떠나기 전에 짐을 마저 찾아 내달라고 떼를 썼다.
당시 나이로비공항은 조그마한 공항이었는데 모두가 제복 입은 검은 사람들이 근무했다. 나는 책임자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겁도 없이 다급하게 비행기 출발을 늦추라고 강력히 요구하니까 항공사 직원을 데려왔지만 항공사직원은 지금 비행기출발을 다른 승객을 위해서도 막아서는 안되며 분실신고를 해주면 짐을 찾아서 이곳으로 오게 하던가 다음 기착지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나는 막무가내로 버티다가 우리 일행이 와서 사태를 파악하고 사장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셔서 그들에게 승복했다 이 소란이 하도 커서 작은 공항 근무자들 모두가 내 얼굴을 알게 되어 내가 그 뒤에 공항에 여러 번 나타날 때마다 세관구역이든 어디든 나를 막는 사람이 없었고 오히려 아직 짐을 못 찾았느냐고 그 시절 드물게 보는 아시아인인 나를 걱정해 주었다
날씨는 더운데 유럽에서 입던 양복바람으로 땀흘리는 사장님을 보니 나는 내 책임인 것 같고 송구해서 저녁이면 혼자서 공항에 나가서 분실물이 왔나 알아보았는데 그 때는 지금처럼 국제전화가 쉽게 되던 시절이 아니었고 컴퓨터도 없던 시절이라 소식을 알려면 급한 사람이 찾아다니던 시절이다 저녁에 호텔을 출발해도 공항에서 돌아올 때는 이미 캄캄한 밤인데 맹수들의 울음소리가 종종 들리는 광막한 동물자연공원을 지나는 길을 나 홀로 다닐 때 만일 택시 운전사가 중간에 차를 세우고 돈을 요구한다든가 인질이라도 삼으려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태연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마음을 놓지 못했다
그 때는 마우마우단이라는 민족주의적 원주민의 비밀단체가 백인을 학살하던 시기였기에 나로서는 처음 보는 얼굴이 암흑처럼 검고 윤이 나서 말할 때면 하얀 치아만 보이는 택시운전사의 모습이 지금도 인상깊게 남아있다
결국 요하네스버그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탈 때에야 짐이 요하네스버그로 갔으니 그곳에서 찾으라는 통보를 받고 그곳에서 찾았을 때에야 책임을 면한 것 같았던 기분이었다 그 때는 뭐도 몰랐고 젊기만 했던 시절이라 떠나는 비행기도 세우려 만용을 부렸고, 떼를 쓰면 우리나라처럼 결과가 나타날 줄 생각했던 젊고 철없던 시절의 일이었다
그 다음 여행가방을 분실한 것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이었는데 스위스의 주리히에서 환승할 때 옮겨 실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함부르크에서 분실신고 하여 찾으면 김포로 오게 했더니 귀국 시에 김포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 때는 경륜이 싸여, 당황하지도 않고 신고한 뒤 독일에서 양복 한 벌은 긴급구입하고 나머지는 영국의 Bath에서 해운회담 할 때에 점심시간에 샀는데 지금 홍콩의 정무관인 등젠화가 백화점으로 안내해 주어 속옷 등을 샀다
그 때 등젠화는 우리회사와 공동운항을 하는 OOCL의 사장이었는데 해운회담에서는 동지적 입장이라 우리회사의 대표로 참석한 나와는 긴밀한 협조관계였다
항공여행을 다니다가 짐을 잃어버리는 가능성은 20%의 확률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다섯 번 여행 중 한 번은 잃어날 수 있다 짐이 분실 될 경우에는 Baggage Claim Office 를 찾아가서 자기의 Air Ticket 에 붙어 있는 Baggage Claim Tag을 보여 주고 분실신고를 한다 짐에는 3 종류가 있다
우선 자기가 들고 타는 짐을 Hand Carry(휴대품) 라고 하고 자기가 타는 비행기와 함께 가는 짐을 Accompanied Baggage(동반), 별도의 비행기로 다른 목적지로 가는 것을 Unaccompanied Baggage (별송) 으로 나뉘는데 동반이나 별송은 분실가능성이 있으므로 목록과 가격표를 미리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 편리하다.
분실신고서를 만들 때 가장 애를 먹는 것은 품명을 적을 때 평소 잘 알던 영어 단어도 쓸려면 생각이 안 떠오르고 가격은 얼마로 해야 할지 졸지에 감이 안 잡힌다 사용하던 헌 것이라도 새로 살 때 드는 값을 기재해야 하므로 준비 없이는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이다
끝내 분실물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항공사에서는 신고된 가격으로 변상한다 그러므로 미리 품목리스트와 가격을 함께 기재해서 가지고 다니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비즈니스여행인 경우 제일 좋은 일은 안 일어버리는 것인데 짐을 줄여 Brief Case 와 바퀴 달린 소형가방 하나로 만들어 모두 Hand Carry 하는 것이며 그것이 불가할 경우 정장양복 한 벌과 업무용품은 꼭 Hand Carry 하라는 것이다
나는 쥬리히에서 분실경험 이후 이것을 지금까지 철칙으로 지키고 있어서 분실로 인한 불편을 당하지 않고 살아왔다 분실되면 그 사후처리 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비즈니스맨이라면 그런 위험은 피해야 한다
이호영
베네모어통상 대표/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물류신문】 2003년 11월 3일자 『이호영의 千字칼럼』(111) 에 게재
첫댓글 여행 경험담은 언제 들어도 훙미가 있다오 많은 참고가 되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