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중앙일보(우리집 중앙일보 본다. 내가 딴 신문 보자고 했는데
아버지가 걍 고집하는 바람에 보고 있다. 어차피 신문대금 내가 안 내니까 뭐라 할 말은 없다 ^_^) 1면에 ' 영정만 참여한 입학식 '이라는
사진 하나가 나왔다. 이번 지하철 참사때 실종된 한 학생의 어머니가
딸의 영정을 들고 슬픔을 억누른채 서울대 입학식에 참석하는 장면이다.
이렇게 숙연한 사진 앞에서 무슨 뚱딴지같은 생각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난 분명 전에도 이 여학생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그 여학생은 이번에 서울대에 입학했다 참변을 당했다. 그날 참사로
죽은 신입생이 그 여학생 말고도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그녀가 서울대 입학생이 아니라 다른 이름없는 대학의 입학생이라면 이렇게 두 세번씩 신문에 오르내릴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너무 지나친 해석일수도 있지만, 솔직히 난 아직도 서울대 하면 모든
특혜의 온상이라는 생각부터 먼저 드는게 사실이다. 서울대 못나온
놈의 열등감과 질투심이라고 해석해도 좋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서울대를 나왔거나 들어갔다는건, 이미 그 자체로 이 사회에서 상당수 어드벤티지를 획득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대학 서열을 매기기가 참 쉽다. 무조건 서울대가 1등, 그
다음 연세, 고려, 그 다음은 서울의 무슨무슨 대학.... 어느 누구도 감히 이견을 제시하기 힘들 정도로 당연시되어있다.
과거에 비해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서울대의 위용은 대단하다. 웬만한 고위관직은 온통 서울대 출신이고 대기업 취업 및 인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가 대학에서 아무리 삽질을 했다손 치더라도). 그것뿐만이 아니다. 서울대 생들은 이성을 사귀는데나 배우자를
고르는데에도 선택의 폭이 넓어 유리하다. 비록 크게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주위에선 그가 서울대를 나왔다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동경과
부러움의 시선을 던진다.
서울대생들은 일반적으로 남들보다 머리가 상당히 뛰어나다는 선입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어느 정도 동감은 하지만 그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는 않다고 본다. 예를 들어 서울대생과 비서울대생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집단 아이큐 검사를 실시한다면 서울대생들이 조금
높게 나올거라는 예상은 하지만, 그 차이가 결코 그들이 누리는 특권과 혜택을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또 어떤분은 학창시절 그만큼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했으니 그 정도 혜택은 주는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말도 하지만.... 아직 성인이 되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그렇게 많은 부분을 공부에 내맡겨야 한다는 자체도 맘에 안들고, 3 년간
고생의 댓가치고는 그 혜택이 너무나 크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우리 부모님들이 온갖 악역을 자처하면서까지 우리를 모질게 공부시킨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 같다. 그분들은 이미 이 사회에서 좋은 학벌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뼈저리 느꼈기 때문이다. 막말로 3
년만 죽어라 고생하면 자기 자식이 그런 혜택을 볼 수 있는데, 어느
부모가 자녀교육에 무관심할수 있겠는가..... 하지만 대개 고교 시절엔 그런 말들이 귀에 안들어올뿐더러 피부로 느끼지도 못한다. 그래서 난 서울대를 들어간 학생들은 머리가 좋은 학생이기 이전에,
현실을 남들보다 빨리 인식한 사람이라고 보고 싶다. 참고로 저희
부모님같은 경우는 저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일체 안 하셨습니다.
무관심한게 아니라,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면 저는 기분이 나빠져서 아예 안하기땜에 일부러 잔소리 하고싶어도 못한거죠. 그때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으흐흐
물론 서울대생이라는 이유때문에 안좋은 점도 있습니다. 서울대 나온
아는 후배가 하나 있는데, 저에게 그러더군요. 뭐라고 쓴소리 한 마디
할라치면 괜히 싸가지없다느니 잘난체 한다느니 라는 말을 들을때도
있고, 주위의 기대가 큰 만큼 일이 잘 안풀리면 서울대 나와서 왜 그거밖에 못하느냐는 핀잔도 듣는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라서 받는 혜택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은 본인도 인정하더군요.
이번에 제가 노무현을 지지한 작은 이유중 하나는 그가 서울대를 나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회창, 권영길, 이한동 모두 서울대 출신이란 거 다들 아시죠? 연예인들 중에도 서울대 나온 연예인들은 웬만한
사람은 이름 다 압니다. 그들에겐 항상 끝에 이런 말이 붙죠. " 서울대를 나온 재원 ".... 서울대 나오면 다 재원입니까? 그 놈의 서울대, 서울대.... 지겹습니다.
제가 만일 서울대를 갔더라면 제 인생이 얼마나 바꼈을까라고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결론은 지금과 똑같이 백수건달이 되어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놈의 천성이 어디 갑니까. 오히려 서울대 나온 놈이
집에서 논다고 지금보다 타박은 더 받겠죠...ㅋㅋㅋ
저 나중에 부모되면 정말 성적에 관계없이 자식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싶은데, 솔직히 자신없네요. 공부밖에 모르는 차갑고 냉정한 부모가
되어있지나 않을런지....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