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포 만경강에 가면 강폭은 제법 넓게 펼쳐져 있고 강 건너로 전주와 김제 평야가 길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그 강은 크고 작은 모래톱과 풍성한 습지를 만들며 서해 새만금으로 흘러간다. 봄날의 둑길은 만발한 벚꽃으로 황홀하고 갈대숲을 흔드는 바람은 연신 강을 넘나든다. 그리고 그 숲에는 수많은 철새와 텃새, 고라니, 삵, 너구리, 수달, 뱀 그리고 유기견 등 많은 동물이 자기들 방식대로 보금자리를 만들고 있다.
지난 1월 29일, 둑길을 걷거나 뛰기에는 추운 날씨였다. 가끔, 자전거 무리가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있었다. 독감 후유증을 몰아내려고 러닝을 하고 있을 그때, 갈대숲에서 강아지 4마리를 발견하였다. 인가는 둑길 너머에 있었으며 꼬물이들 행색으로 보아 분명 유기견 새끼들임에 틀림이 없었다. 멀리서 젖을 늘어트린 작은 개가 이쪽을 향하여 연신 짖고 있었다. 꼬물이들은 내가 다가가자 하나둘 숲으로 숨어들었다. 그중 검은 새끼는 입구를 못 찾고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어미 개의 날카로운 짖음에 그만 그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다음날, 그 자리를 달리는데 꼬물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호기심 반 걱정 반 심정으로 여기저기 둘러봤으나 녀석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와 차를 몰고 철새 탐조 정자로 가는 길 중간에서 두 꼬물이를 발견하였다. 어제 위치에서 약 700미터 떨어진, 민가로 넘어가는 차도 가장자리에 두 녀석이 붙어서 자고 있었다. 오전에 내리는 볕에 두 녀석이 도로의 열기와 햇빛에 졸고 있었다. 다가가자, 두 녀석이 재빨리 숲으로 도망쳤다. 어제는 많은 위협을 느껴서 어미가 어린 새끼들을 이곳으로 옮겼을까. 아니면 새끼들이 어미의 뒤를 졸졸 따라왔는지 모르지만, 강아지들에게는 상당히 먼 이동 거리였다. 두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차들이 제법 속도를 내며 지나치고 있었다.
유기견보호센터에서 이 위치를 찾는데 한참 통화를 해야 했다. 저 멀리 붙어서 졸고 있던 두 녀석이 우리가 다가가자 농로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곧, 두 녀석은 센터 직원에게 생포되고, 뒤이어 나머지 두 녀석의 행방을 찾았으나 어디에도 흔적이 없었다. 물론, 어미 개도 보이지 않았다. 발견하면 연락해달라는 직원의 말을 끝으로 케이지에 담긴 두 꼬물이는 영문도 모른 채 멀어져갔다.
다음날, 그 자리를 뛰는 나에게 전화가 왔다. 없어진 두 새끼를 발견했냐고. 그리고, 귀에 점박이 있는 녀석은 바로 입양되었고, 누런 새끼는 피부병으로 치료받고 있다고 했다. 그다음 날에도 또, 며칠을 두고 계속 찾아갔지만, 나머지 두 새끼는 보이지 않았다. 어미가 잘 보살피고 있기를 바랄 뿐, 어제는 만경강 누런 갈대숲 위로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첫댓글 나는 어려서 부터 개를 좋아해서 헛간에서 강아지랑 같이 자다 할머니한테 혼난 적도 있었는데
한번은 오랫만에 고향을 갔는데 어찌 알고 동구밖까지 꼬리를 헬리콥터처럼 흔들며 반겨주던 검둥이가
생각나네,
술을 먹고 늦게 들어 가면 아무도 반기지 않는데 강아지 두녀석(별,귀남이)이 사정없이 반겨줬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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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이었던 귀남이(푸들)는 작년 8월에 당뇨병과 투병하다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어머니가 기르던 별(말티즈)이는
나이가 많아서 왼쪽 눈은 실명하였고 매일 별이와 동네 한바퀴를 돌지만 남은 오른쪽 눈도 거의 실명 단계라서 안타까운 마음뿐...
또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하니 슬픈 마음만 있네. 가버린 검둥이, 누렁이, 귀남이도 보고 싶고...
개는 주인이 버리지 않으면 주인을 배반하는 일이 절대 없는 법, 둑에서 사는 강아지들은 필시 누군가가
버렸을 것 같은데 아주 나쁜 사람들이네
그래도 미둔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구조에 도움에 주니 훗날 좋은 곳(?)에 갈 것 같네구려! 아모쪼록 복 많이 받구려!
누구나 강아지(개)에 대한 사연이 있겠지만, 회장형님의 애틋한 사연은 뭉클하군요.
맞습니다. 사람은 곁을 떠나도 개는 주인을 떠나지 않지요.
어제 다시, 춘포 뜰에 갔는데, 어미 개를 봤습니다. 축 늘어진 젖은 많이 줄어들었고 먹이를 찾는지 둑을 넘어 시골 민가로 사라지더군요.
구정 명절 잘 보내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