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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봉 광덕산에서)
1.산행 시간
강천호 11:20
강천사 12:00
전망대 12:30(점심~12:50)
광덕산(578m) 13:20
시루봉(금성산성) 14:05
운대봉(593m) 14:30
산성산(연대봉 603m) 14:40
구장군 폭포(거북바위) 15:20
구름다리 15:40
주차장 16:30
2.산행 落穗
한 모금 마셔야 하는 샘물인가......剛泉이라는 漢字가 독특하다.
지금의 剛泉寺가 예전에 福泉寺나 龍泉寺로도 불리웠다니 틀림 없이 샘물과 관련이 있을 터이다. 실제로 강천사 앞뜰에 샘물이 졸졸 흘러나오고 골짜기에도 물맛이 산뜻한 지하 암반수가 퐁퐁 솟아 오른다.
또 강천사 부근의 지형과 郡界가 조금 복잡하다. 산길의 흐름을 따라 전북의 淳昌과 전남의 潭陽이 갈리는 곳이다. 그렇고 보니 강천산은 호남 정맥의 산줄기인가.....
순창이 감칠맛 나는 순대와 고추장으로 유명한 곳이고 담양도 야들야들한 죽순과 부드럽고 기름지게 살살 녹는 떡갈비가 우선 생각나는 고장이다.
특히 기름을 적당히 떼어낸 한우 암소의 갈비살만 다져 석쇠에 구워내는 떡갈비를 맛보면 무언가 귀한 食道樂을 알차게 즐겼다는 생각이 오래 갈 터이다.
또 호남 내륙은 돼지 갈비가 아주 제맛이 나는 지역이다. 고추장 양념이나 간장 양념에 재웠다가 숯불에 먹음직스럽게 구워내는 풍성한 돼지 갈비를 한 점 뜯어 소주 한 모금 마시면 일단 행복하고 집의 식구들을 생각해서 포장까지 한다면 더욱 행복한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오늘 호남 내륙의 珍味를 맛볼 좋은 기회인데 강천사로 밀려드는 인파와 차들을 보니 산행을 마친 후 맛의 고향을 찾아가는 것이 뜻대로 될런지 알 수가 없다. 일단은 즐겁고 행복한 상상에 빠진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이국적으로 누렇게 물든 시골길을 지나 버스가 쌍치 고개를 천천히 넘어 간다. 옛날식으로 이야기하면 정읍, 순창, 담양이 만나는 노령산맥의 오지이다. 그 옛날 빨치산이나 여순 사건의 비극과도 연결되는 지명이 아닌가.....
근처 임실과의 경계인 회문산에 남부군 사령부가 있었다 하고 일부 미월북 병력과 빨치산 병력은 담양쪽 추월산으로도 필사적으로 스며들었다 결국 모두 토벌되었는가......비슷한 비극적 종말이 50 여년 전 대둔산에서도 벌어진 것을 전적비에서 본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끝물 단풍을 구경하려는 人波가 강천사 십리 밖에서부터 소란스럽고 입장권을 사는 것도 거의 전쟁 수준이다. 입장권과 조그만 고추장 선물을 맞바꿀 수 있어서인가......
일찌감치 차에서 내려 강천사를 향해 십리 길을 걷기 시작한다. 강천호도 구경하며 걷는 것이 아주 잘 한 선택인 것이 뜻밖에도 죽 늘어선 단풍이 아직 붉고 고운 빛으로 나그네를 맞아준다. 물 흐르는 시내를 따라 이파리 크기가 앙증맞은 아기 단풍이 붉게 타오르고 있으니 일단 단풍 나무 사열을 하는 기분이 좋고 단풍숲 속으로 서서히 빨려드는 느낌이다.
활활 타오르는 단풍은 강천사 앞마당에서 절정을 이룬다. 낮은 산에서 일찌기 이런 단풍의 장관을 본 적이 드물고 내장산 단풍 못지 아니하게 빛깔도 곱고 손가락을 대면 붉은 물이 들 듯하다.
강천사 앞 마당은 단풍도 곱지만 노란 은행잎으로 뒤덮인 풍경도 아늑하여 가슴을 잔잔히 적시는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하다.
누구는 낙엽 태우는 냄새가 좋다고도 하였지만 떨어져 뒹구는 잎에서 가을의 憂愁와 쓸쓸함도 배어나온다. 바람에 흔들려 제 나름대로의 공중 제비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이파리가 마음의 波紋이 되어 번져가는가......
凋落의 계절에 누구나 결국은 갈길은 간다는 외롭고 쓸쓸한 기분에 잠길 수 있을 터인데 어디선가 落葉의 法門이 들려온다.
이 세상에서 제일 고독한 존재는 누구인가......바로 나라는 자기 자신인가.....나를 내세우면 내세울수록 남들을 나를 경원하고 못마땅하게 여겨 내가 더욱 외로와지는 것이 아닌가.....바보처럼 살면 업신여김을 받아 더욱 외로운가.....따뜻한 마음과 마음이 어떻게 해야 맺어질 수 있는가.....착한이이든 나쁜이이든 사람의 본성은 고칠 수 없고 거의 태어난 그대로 살도록 되어 있는가.....인간은 대부분 반목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며 남의 잘 하는 일, 좋은 일을 진심으로 격려해주고 기뻐해주지 못하는가.....
정자 좋고 물 좋은 곳 드물 듯이 돈 많고 인격도 갖추는 것이 어려운 일이고 돈도 없고 인간도 우스운 사람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인가....스님도 법문을 제대로 하려면 세상 공부를 해도 많이 해야 하겠는데.....
예상 밖으로 가파른 길을 따라 팔각정 전망대에 오르는 것으로 4 시간 반의 강천산 일주 산행을 시작한다. 실제 강천산 봉우리는 일주 산행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500~600m급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는 것이라라고 수월하게 생각했는데 발걸음이 생각 보다 쉽지 않고 오늘도 시간의 제약의 뒤따른다.
제법 땀을 흘리고 전망대에 올라 울긋불긋 형형색색으로 불타 올라 산을 뒤덮는 단풍의 물결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저 멀리 서쪽으로 솟은 산은 추월산인가.....산들의 높이가 그리 높지 않더라도 바라보기에 단풍에 물든 萬壑千峰의 모습인가.....
올망졸망한 산세를 따라 봉우리들이 흘러가고 강천사와 계곡이 내려다 보이니 꼭 내장산 신선봉쯤에서 내장사를 내려다 보는 기분이다. 실제 산봉우리의 배열도 비슷하고 산행의 강도도 비슷하다.
근처에 크고 작은 호수가 많은지 물빛이 반짝거린다. 작은 절 강천사 입지가 제법 크게 보이고 사람이 빼곡하게 들어찬 구름 다리가 저 아래 걸려 있다. 웬만큼 사람의 물결이 줄어들었지만 팔각정까지는 아직 사람이 넘쳐난다.
저녁 別味로 최소한 순창 순대를 맛볼 욕심에 간단하게 마음의 점만 찍고 서둘러 산천 경개를 구경하러 나선다. 하지만 나중에 찻속에 오도가도 못하게 갇혀 別味는 커녕 우동 한 젓가락으로 간신히 허기를 메우게 되었으니 세상사 앞일은 간단한 것이라도 알 수가 없다.
신선봉 고개로 내려섰다가 다시 신선봉 오르고 내쳐 광덕산을 오른다. 광덕산은 제법 높은 봉우리 기분이 나는데 맞은편으로 금성산성을 이루는 암봉들의 모습이 우뚝하고 형제봉과 강천산의 모습이 이어진다. 지도를 보니 동문쪽 산성이 시루봉에서 운대봉, 연대봉 거쳐 산성산으로 이어진다.
광덕산 암릉길을 내려오니 임도와 맞닿은 헬기장이 있고 왼쪽으로 금성면의 마을과 평야 지대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저 건너 담양호가 있고 그곳에 추월산이 솟아있는가.....
작은 구릉이 계속 되는 호젓한 길을 오르내리니 드디어 시루봉 옆을 돌아드는 산성이 나타난다.
이끼 낀 이 산성이 삼국 시대쯤에 쌓아졌다는데 누가 돌들을 왜 어디서 어떻게 이 높은 곳으로 날랐나.....쌓아진 돌들의 크기는 한 사람이 힘을 쓰면 들어올릴만한 정도의 크기인가.....산성길을 따라 뾰죡 솟은 문대봉을 향해 걸으니 이곳에서 품을 팔았던 옛사람들의 거친 숨소리 들려오는 듯하고 색깔 바랜 돌마다 이들의 고된 땀방울이 스며들어 이끼가 된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이 산성에 모여 항쟁의 의지를 다졌던 구한말 의병들과 동학군의 함성 소리도 들려오는가......
산성이 북문으로 향하는 곳에 작은 공터가 나오고 구장군 폭포로 향하는 산길이 나타난다. 타원형 전체 성곽길의 삼분의 일쯤 걸었나....
제 2 강천호을 향해 급하게 떨어지는 길을 따라간다. 가파른 길목마다 철제 계단이 달려 있어 걷기가 조금 수월하다, 형제봉 능선을 바라보고 강천사 계곡을 내려다보며 30 분 정도 내려오니 전설이 서려있는 구장군폭포가 있는 쉼터이고 거북바위가 올려다 보인다.
구장군폭포 물줄기가 두 가닥으로 흘러내리는 거북바위는 암수 두 마리 거북으로 변한 두 남녀가 서로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는 바위인데 두 거북이 서로 애타게 목을 빼어 천년만년 바라만보는 모습이 실감있게 형상화된 바위이어서 저절로 눈길을 주게 된다.
물이 말라 있지만 구장군 폭포의 낙차와 위용이 제법이다. 마한 시대의 용감한 아홉 장군의 이야기가 푸른 물빛에 서려있다 하는데 죽기를 각오 한다면 못할 일이 무엇이랴......
폭포 아래쯤 암반수가 퐁퐁 솟아난다. 강천사의 샘물로 생각하고 두어 모금 달게 마시고 빈 병마다 물을 가득 채운다.
계곡길을 편하게 갈 수 있지만 부러 힘들게 구름다리에 올라 출렁거림을 맛보며 계곡을 건넌다. 두 봉우리를 연결하는 길이 75m, 높이 30m 라는 현수교에 사람이 가득하여 정취가 떨어지는 느낌인가.....
다시 강천사를 지나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은 산중턱에 걸린 목제 산책로를 택한다. 계곡과 맞은 편 봉우리쪽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산행에 주어진 시간이 촉박하지만 밤 몇 됫박 흥정해서 배낭에 넣는다. 삶은 밤이 아주 달고 맛이 있는데 날로 먹는 밤도 물기가 많고 구수하니 이곳이 밤 산지인가.....
간신히 시간에 맞추어 주차장에 닿는다.
열심히 걸은 산행의 끝에 순대를 먹든 갈비를 먹든 남도의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서민의 음식을 즐길 즐거운 시간을 기대해야 하는데 들려오는 소식이 짜증스럽다. 차가 막혀 인근 지역으로의 이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점심도 먹는둥 마는둥 했는데.....
산행 대장이 강천산은 벚꽃피는 봄날이 더 아름다우니 그 때 다시 한 번 오자고 짐짓 달래는데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마음을 달랠 수가 없다. 산행 최초로 소주이든 막걸리이든 술 한 모금 하지 못하고 올라오는 마음이 허전하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서울에 온다나.....
막히는 찻길을 뚫는다고 차가 3 시간 이상을 전북 산간 지역을 돌아다녀도 충청도에 닿지를 못한다. 별 수 없이 순창, 임실, 전주, 진안 , 무주로 산골 읍내들을 한 바퀴 골고루 유람하고 대진 고속도로에 올라 탄 차가 대전에서부터 다시 꼼짝을 못한다. 언제 서울에 갈 것인가.....
2008.11
章
(강천사 입구 단풍)
(일주문)
(강천사 앞마당)
(강천사)
(아주 작은 절집)
(산길 입구)
(팔각정에서 내려다 본 강천사, 멍석에 말리는 것은 은행이고 먹음직스러운 감이 앞마당에 주렁주렁...)
(호남정맥의 산줄기들인가....아마도 추월산의 모습)
(강천사와 골짜기 단풍)
(시루봉, 산성길과 겹치는 곳)
(운대봉과 연대봉)
(천 몇 백년 나이든 산성)
(산성길을 걸으며)
(지나온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산성길에서)
(바짝 마른 제2 강천호)
(거북 바위, 자세히 보면 거북 두마리가....중턱과 꼭대기에서)
(물이 마른 구장군폭포)
(맨발로 걷는 하산길)
(너무 붐비는 구름다리, 흔들리니까 조금 어질어질....)
첫댓글 南쪽지방의 단풍은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特異하고도 빼어난 姿態를 보여 주는것 같습니다. 아기 단품이라는 표현... 즐~감~하면서... 소생은 시간이 철철 남아돌아 이번 週末을 앞뒤로 끼고. 南쪽 산행을 꿈꾸고 있읍니다 ~~~
남공의 사진찍는 솜씨가 점점 전문가 수준으로 되는구먼...
강천산 처음 들어보는 산이름인데 절집 풍광이 그럴듯 하네요. 단풍이 아담하니 좋습니다.
전남북 경계에 있는 호남정맥의 산으로서 추월산과 함께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유명세가 붙은 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