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아내가 먼저 전쟁영화를 보잔다. 나에게 맞추어서 둘만의 시간을 제안한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데이트는 결혼한 지 처음이란다.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공 준식이가 사고로 전쟁에 끌려가는 억울한 대목부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군복과 총, 달려야하는 상황은 나의 전생인 듯하다. 그저 마음이 아려온다. 거기다 한일중의 묘한 관계가 겹쳐져 있다. 사실성을 잃고 꿈을 지향한 영화가 되었다.
감독 강제규는 독일군 군복을 입은 동양인 사진을 보고 영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상상력! 이 하나로 일이 시작되었다면 인간을 움직이는 근본 동인은 인간의 마음이다. 마음에서 비롯하여 세상 끝까지 펼쳐지고 다시 나에게 수렴되는 상상력의 여행을 밟은 것이다.
다시 돈주고 볼 이유가 없다면 영화는 흥행참패다. 하지만 영화볼 때 그 속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기도 하다. 모든 선입견을 배제하고 영화에서 얻을 수 있는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용의 "군자무입이불자득언"의 경지라고 보아야한다. 어쨋든 돈을 주고 본다는 것은 관람자의 책임을 끌어올리는 좋은 방법이며 좀더 적극적으로 나아간다면 나의 품위 향상에 힘써야한다. 마이웨이는 꿈에 대한 존중을 극대화시키고자 사실성을 은폐시켰다면 나의 지나친 평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