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273) - 은퇴 후 어느 대학에 다니시나요?
어제(7월 23일)는 여름이 물러간다는 처서였다. 가마솥처럼 달아오른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려 한 달 넘게 지속된 폭염이 한풀 꺾이고 남부지방의 오랜 가뭄 해갈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침 운동하러 나갔다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돌아서는 발걸음이 경쾌하다. 산책길에 나선 아내도 비를 흠뻑 맞고 돌아와서 밝은 표정이다. 때마침 남북이산가족상봉행사를 다음 달에 갖기로 했다는 낭보를 접하며 오곡백과의 좋은 열매를 선물하는 가을바람이 여러 방면에서 불어오기를 기다린다.
정년으로 대학을 떠난 지 어느덧 4년, 새로 시작한 은퇴자대학(?)을 졸업할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세계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광주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이곳은 자그마치 5만 명이 넘는 노인대학생(?)들로 언제나 붐빈다. 아내는 상담실봉사요원으로, 나는 도서실 자율학습자로 자주 출석하고 있다. 양로원과 요양원대학(?)에 다닌 지는 20년이 넘었고.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쓴 '인생은 아름다워 Ⅰ~Ⅳ'를 학위논문이라고 할는지.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은퇴자대학이 있나보다. 아내가 무더운 여름을 벗어나 즐겁고 건강한 가을맞이를 기원하며 인터넷에서 살핀 '노인대학의 부류'를 친지들에게 보냈다. 이를 소개한다.
'노인대학의 부류
옛말에 모기의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나고 오늘은 창밖에 비가 내립니다. 그리고 팔월도 마지막 주만 남았습니다.
더위에 어찌 지내시는지요.....구월이 오면.... 저도 마음을 가다듬고
구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꽃잎이 피는 소리 꽃잎이 지는 소리
패티김의 노래가 생각나서 불러봅니다.
건강하시고 즐겁게 가을을 맞이하시고 웃으면서 사시기를....
(오늘의 유머)
노인대학에는 유능한 노인들이 가는 노인대학과 무능한 분들이 가는 노인대학이 있다.
유능한 이들이 가는 노인대학은 주로 국내대학인데
연금을 받으면서 세상 구경하며 살아가는 연세대,
이자수입으로 화려한 여생을 보내는 이화여대,
건강을 유지하면서, 국민연금으로 살아가는 건국대,
고상하게 여행이나 즐기는 고려대,
부부가 아무 걱정 없이 산보나 하고 다니는 부산대,
명예와 인품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명지대 등이다.
반면 무능한 노인들이 다니는 노인대학에는
서럽고 울적하게 지내는 서울대,
동네 경로당에 다니는 동경대,
부부가 함께 경로당에 다니는 부경대,
하릴 없이 버스타고 드나드는 하버드대,
파산 하고, 이혼 당하는 파리대,
방에만 콕 처박혀 있는 방콕대,
버스와 지하철로 공원을 찾아다니는 버지니아공대,
사기와 이혼을 당하고 공원에 가면 사이공대 등이 있다.
전체적으로 무능한 노인들이 외국유학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결과이다.
* 출처 노인대학의 부류(재미있는 설교유머)'
오늘자 신문(조선일보 2013. 8. 24)에는 앞에 열거한 여러 노인대학보다 멋진 은퇴전후 바람직한 대학(?)에 입문한 사례를 소개하는 글이 눈길을 끈다. 입학을 고려할만한 내용이라 여겨 이를 살펴본다.
1. '말 근육' 누드집 낸 59세 서울대 몸짱 의사… "6년 후 또 봅시다"
서울대학교 흉부외과 김원곤(59) 교수는 '몸짱 의사'란 수식어로 더 유명하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20대 못지않은 '말 근육'을 자랑한다. 지난해엔 8개월 걸려 완성한 구릿빛 근육을 과감하게 드러내며 '상의 탈의' 누드집을 냈다. 얼마 전 서울대 병원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개인 소장용으로 만들어 본 게 너무나 크게 소문이 나서 민망하다"며 크게 웃었다. "환자들이 은근슬쩍 쳐다보면서 한마디씩 하는 데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네요. 계속 유지해야 하는 부담도 조금 들고. 하하."
그가 이렇게 몸만들기에 도전한 건 50대 초반 우연하게 계획한 '버킷 리스트(죽기 전 꼭 하겠다고 정한 일)' 때문이었다. '4개 국어 완전 정복'과 '60세 이전 식스팩 누드 사진 찍기'.
"젊을 때는 운동만으로 몸이 나아질 수 있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 운동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어요. 다치기도 쉽고, 생체 반응도 더디고. 하지만 작년보다 올해가 좋고, 올해보다 내년이 나아지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 그 짜릿함은 말로 할 수 없습니다. 요즘은 '60대 청년' 시대예요. 체력으로 젊은이 못지않게 강한 사람은 많다는 거죠. 제가 관심을 두는 건 암기력과 계산력이에요. 특유의 지적 사색력·통찰력은 노인이 강할 수 있지만, 기억력은 후퇴하기 마련이거든요. 거기에 제동을 걸고 도전해보자는 것이죠."
그는 2011년부터 1년간 중국어·스페인어·일본어·프랑스어 고급 등급 시험에 합격했다. 시작은 단순했다. 2003년도쯤 주 5일제가 되면서 주말에 여유 시간이 생겼다. 일본어부터 시작했다. 2년 뒤엔 중국어에 도전했다. 한자가 있으니 다른 언어보다는 익숙할 거라 생각했다. 2006년엔 프랑스어에 손댔다. 프랑스어 기초를 떼고 보니 학원 맞은 편 스페인 학원이 눈에 띄었다. 2007년부터 그렇게 4개 국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학습 스케줄은 빡빡하다. 월·수 오후 7시 반에서 9시 반까지 스페인어를, 매주 화·목·금 오후 6시 20분에서 8시까지 프랑스어를 한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일요일에 배우는 식이다.
"공부요? 당연히 애를 쓰죠. 운동하러 가기 전에 20~30분 동안 단어 20~30개를 대충 외워요. 젊은 친구들은 몇 시간 흘러도 반은 기억할 텐데 나이 들면 그게 되나. 바로 까먹기 일쑤죠. 그러니 운동하면서도 계속 머리로 단어를 반복해 외워요. 기억력 곡선에 따르면 기억력 향상을 최고조로 이르게 하는 건 가급적 빨리 반복하는 겁니다." 그는 "노화란 두뇌와 몸을 유지하지 못할 때 시작한다"며 "65세 정년퇴임 땐 이번보다 더 나아진 몸으로 또 한 번 누드 사진을 찍겠다"고 공언했다.
2. 오이도 사는 宋 선생의 은퇴 인생
시화호 제방 북쪽 끝으로 오이도(烏耳島·경기 시흥시 정왕동)가 있다. 전엔 섬이었다가 주변 갯벌이 매립돼 육지로 연결된 곳이다. 그곳 서쪽 매립지 38만㎡에 조성된 오이도해양단지는 600개쯤 필지에 4~5층짜리 다가구·다세대 빌라가 들어서 있다. 거주 인구는 1만 명쯤.
장마 끝 무렵 이곳 사는 송종씨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1948년생 송씨는 대우증권에서 26년을 일하다 교보투신·교보증권 사장을 7년 하고 은퇴 후 2007년 이곳에 노후 대비용으로 4층짜리 다가구 빌라를 지었다. 5년 동안 남에게 맡겨 관리하다 작년 5월 직접 입주해 들어왔다. 이삿짐을 풀고 나서 둘러보니 맞은편 빌라의 담 옆 두 평 남짓 공간에 쓰레기가 수북했다. 1년 이상 묵은 쓰레기로 보였다. 두고 볼 수가 없어 100L짜리 종량제 봉투 10장을 사 왔다. 봉투 8장을 쓰고서야 쓰레기를 모두 담았다. 남은 봉투로 골목의 다른 쓰레기들도 치워냈다.
송씨 집 골목 양편으로 12채의 빌라가 있다. 다 합쳐 100가구 정도 사는 골목이다. 자세히 보니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내는 사람은 절반밖에 안 됐다. 미화원들은 규격 봉투 아니면 치워가지 않는다. 쓰레기는 쌓여갈 수밖에 없다. 송씨는 우선 자기네 골목 무단투기 쓰레기에서 재활용품을 골라낸 뒤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놓기 시작했다. 두 달쯤 그렇게 하니까 주민들이 눈인사하며 아는 체하기 시작했다. 넉 달 지난 다음엔 "수고하신다"며 밭에서 딴 호박 주는 사람, 바지락 젓갈을 건네주는 사람이 생겨났다. 자연스레 송씨네 골목에선 무단투기가 사라졌다.
송씨는 동네 초등학교에서 열리는 가드닝 스쿨 프로그램에 다녔다. 어느 날 수강생끼리 저녁 먹던 자리에서 쓰레기 치우는 모임을 만들자는 데 의기가 투합했다. 처음엔 14명이었다. 모임 명칭은 '오이도 사랑 모임'으로 정했다. 작년 11월부터 매달 1·3주 수요일 오전 10시면 나와 각자 맡은 구역을 치우고 있다. 2·4주 수요일엔 동네 문화센터에서 단합 모임을 가진다. 회원은 48명까지 늘었다. 제일 나이가 젊은 동네 통장이 회장을 맡았고 송씨가 총무 일을 한다.
송씨는 1년 사이 자기가 불러온 변화에 뿌듯해했다. 동네엔 선사 유적지도 있고 해변가 쪽으론 낙조(落照)로 명소가 된 '빨간 등대'도 있다. 내년부터는 골목 공터마다 꽃밭 일구기에 나설 작정이다. 송씨는 지중해 오밀조밀한 마을 같은 아름다운 해안 마을을 가꿔보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 꿈이 실현되기에 앞서 그의 은퇴 인생 자체가 아름다운 꽃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