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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휴양림은 숲 자원을 활용하는 아주 매력적인 방법이다.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심신을 충전하는 데 이만큼 완벽한 장소는 찾기 어렵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자연휴양림을 여가를 즐기는 장소로 선호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자연휴양림의 대부분이 통나무집과 휴양관 등 숙소 대여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완벽하게 갖춰진 휴양림 속의 주거시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휴식방법이다. 하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휴양림의 숲 자원을 이용하려는 노력이 아쉽다.
휴양림의 숲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숲에서 머물며 삼림욕을 즐기는 것은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접근법이다.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량한 기운을 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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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장을 이용해 캠핑을 즐기는 것도 좋은 이용법이다. 울창한 숲 속 나무 사이에 자리 잡은 야영데크에서 즐기는 캠핑의 묘미가 남다르다. 대형 텐트와 타프를 치고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자동차야영장을 갖춘 자연휴양림도 제법 많다. 산막과는 차별화된 고급스런 아웃도어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휴양림에서 즐기는 캠핑은 숲을 온전히 내 것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나무와 더불어 숨쉬고 잠자며 그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휴양림 숲길 걷기와 함께하는 오토캠핑을 소개한다.
90년 된 잣나무 숲을 걷다
송홧가루 날리는 5월 초, 숲이 좋기로 이름난 옥화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충북 청원군 미원면에 자리한 옥화자연휴양림은 해발 400m 남짓한 나지막한 산지에 조성되어 있다. 밑에서 보면 고만고만한 산줄기로 둘러싸인 이곳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숲은 충북산림환경연구소의 채종림(採種林)으로 조림용 나무의 종자를 채취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그만큼 숲의 조밀도와 품질이 우수하다.
휴양림 입구의 야영장에 캠프사이트를 구축하고 식사준비를 마쳤다. 산림욕장 내의 임도를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해 여유가 있었다. 간편한 복장에 등산용 스틱과 가벼운 배낭으로 숲길 걷기 채비를 마쳤다. 산행을 앞두고 갖게 되는 비장함 보다 여유와 느긋함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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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막지구로 이어진 숲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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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입구의 관리사무소 왼쪽으로 산림욕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보인다. 널찍하고 단정한 길은 정면에 보이는 산봉을 향해 곧게 뻗어 있다. 잠시 길을 따라 들어가면 차단기가 막고 있는 삼거리다. 여기서 오른쪽의 임도로 방향을 잡는다. 초반의 숲길은 하늘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넓다.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시다.
임도로 접어들어 완만한 비탈을 치고 오르니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그늘을 찾아 길가를 따라 걷는다. 바람 한 점 없는 초여름 날씨에 초반부터 고전이다. 반바지와 짧은 팔 티셔츠 차림이 그립다. 하지만 바람이 지나가는 그늘 속에는 여전히 냉기가 묻어난다. 숲 깊은 곳의 봄은 아직도 멀리 가지 않은 모양이다.
계곡을 따라 15분쯤 올라가니 길 왼쪽으로 사방댐이 보인다. 물이 가득 고여 있는 호수 위에도 송홧가루가 노랗게 떠 있다. 소나무의 살아 있음을 알리는 확실한 물증이다. 호수 위에는 옛 관리사가 외롭게 서 있고 그 앞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의 임도는 주능선 부근까지 오르는 임도다. 이 길을 따라 잠시 가다 등산로를 이용해 팔각정이 있는 476m봉으로 오를 수 있다. 산림욕장으로 가려면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른다.
길은 다시 숨을 고르기 좋을 경사로 적당히 가팔라진다. 이제 숲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짙고 빽빽하다. 코를 통해 들어오는 공기의 품질이 다르게 느껴진다. 크게 굽이치며 경사를 높인 숲길은 고갯마루에서 잠시 숨을 죽인다. 이 고개 주변에 산림욕장이 조성되어 있다. 수령이 90년의 아름드리 ‘스트로보 잣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노랗게 송홧가루가 쌓인 벤치에 앉아 산림의 에너지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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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엽송으로 둘러싸인 옛날 휴양림 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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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에서 ‘야간 산행’ 프로그램 운영
옥화자연휴양림은 남쪽의 440m봉과 팔각정이 있는 남동쪽의 476m봉으로 연결된 산줄기로 둘러싸여 있다. 북서쪽을 향해 열린 이 U자형 산줄기 안에 조림된 숲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주요 수종은 잣나무와 낙엽송, 편백, 소나무 등 침엽수 위주다. 산림욕장 부근의 잣나무 군락이 가장 오래됐고, 덩치 큰 낙엽송은 40년 정도 나이를 먹었다.
산림욕장을 빠져나와 내리막길을 타고 잠시 진행하니 숲 사이로 연결된 산책로가 눈에 띈다. 임도도 좋지만 산책로를 따라 깊은 숲 속을 걷는 것이 산림욕 효과는 더 높을 것이다. 바닥에 통나무를 깔아 운치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설치한 지 오래되어 나무가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출입을 막고 있어 아쉽다.
급커브의 경사로를 통과해 5분 정도 내려서면 왼쪽으로 두 가닥의 오솔길이 보이는 임도 사거리다. 이 작은 산길 역시 숲을 가꾸기 위해 만든 산림도로로 구 관리소에서 시작된 임도와 이어진다. 호젓한 분위기의 이 임도를 타고 오르는 코스도 숲이 좋다. 경사가 조금 가파른 편이라 운동 삼아 오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임도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돌아서면 산중에 조성한 거대한 사방댐이 나타난다. 새파란 물이 가득 차 있는 호수가 인상적이다. 댐을 지나 300m 정도 내려서면 계곡을 막아 만든 수영장이 나온다. 한여름에도 물에 들어갈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수온이 낮다고 한다. 피서지로 적격인 곳이다. 계곡 건너편에 탈의실과 샤워장도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휴양림 숙박객에게 한해 무료로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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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토캠핑장 입구의 넓은 공터에 캠프사이트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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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을 지나 250m 정도 내려서면 임도는 다시 두 가닥으로 갈린다. 왼쪽 길은 논을 가로질러 마을로 이어지고, 오른쪽 임도는 휴양림의 산막지구로 연결된다. 느긋한 경사의 임도를 따라 산막 방면으로 걸어간다. 삼거리에서 400m 정도면 산막지구가 나온다. 동네 주민 두 명이 한가롭게 숲길을 산책하며 나물이 뜯고 있다. 자연휴양림다운 평화로운 풍경이다.
옥화자연휴양림에는 총 연장 14km 정도의 등산코스가 있다. 산이 낮아 코스별로 3시간이면 충분히 능선까지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산책하기 좋은 임도 구간은 6km 가량으로 여러 방향으로 코스를 구성할 수 있다. 옥화자연휴양림에서는 ‘숲 체험 야간산행’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밤중에 산길을 걸으며 숲을 경험하는 이벤트다. 5인 이상 단체가 구성될 때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