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고난의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고난들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매우 다른 양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고난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더구나 하나님의 뜻과 관련해서 우리는 고난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잘못된 시각 1: 숙명적 신앙
고난에 대한 잘못된 시각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은 “모든 고난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 숙명적 신앙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전칭(全稱)명제를 사용할 때는 매우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 과연 모든 고난은 하나님의 뜻일까? 내가 병들고 아파서 고통당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가? 만일 그렇다면, 나는 마땅히 고통 가운데 살아야 한다. 하나님의 뜻을 거역할 수 없으니까. 가정불화가 일어나 내가 배우자와 이혼한 것도 하나님의 뜻인가? 만일 그렇다면, 나는 그 뜻을 거역하지 말고 이혼해야 한다. 내 자녀가 교회수련회를 갔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나는 그것조차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일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면 욥이 당한 고통도 그 자체가 하나님의 의도된 뜻으로 해석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당하는 고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물론 숙명적 신앙만큼이나 잘못된 태도는 그것을 방임하는 것이다. 이는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것과 하나님은 무관하다고 보는 것이다. 무신론이나 이신론이 이런 태도와 연결된다.
“모든 일은 하나님의 뜻이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미 예정된 것이다.” 이렇게 굳게 믿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고난도, 그 어떤 형통함도 사실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하나님이 절대적으로 주관하신다고 믿기 때문에, 정작 내가 할 일은 사실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어쩌면 이런 자세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대단히 매력적인 태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자세 안에는 자신의 책임을 전부 하나님께 떠넘기려는 마음이 들어있지 않을까?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언제나 그렇듯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하나님도 인격자시요, 우리 인간도 인격자이기 때문이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2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