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운대
이틀에 걸쳐 주왕산을 구경하고 계획했던 경주와 감포여행은 나중으로 미룬채 한번 찾아보지도 못했던 부산의 여동생 집에서 하루를 묵는다.
작년에 몇명이서 낙동정맥 종주를 시작했다가 사정상 경주의 땅고개에서 접고 말았는데 그나마 몰운대구간은 빼 먹어서 항상 찜찜해 있던차에 기회를 살려 다녀오기로 한다.
새벽 일찍부터 산행을 하려 했지만 전날의 술이 과했는지 늦잠을 자게 되고 시끄러운 차소리에 깨어 부리나케 아파트를 나선다.
전철로 마지막역인 신평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다대포로 가 보니 30년전 학생때의 추억이 깃든 한적했던 해수욕장은 낯이 설고 주위에는 고층아파트들이 빽빽해서 상전벽해를 실감하게 된다.
몰운대표지석을 지나고 군부대를 끼고 넓은 산책로를 따라 화손대에 서면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섬들은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가파른 돌길을 내려가 파도가 철썩이는 절벽으로 함몰하는 정맥의 종착점을 확인하고 화손대를 되돌아 나온다.
(화손대에서 바라본 바다와 섬)
- 다대고개
몰운대를 나와 횟집촌을 지나고 아파트사이로 언덕을 올라가다 응봉초등학교 위로 보이는 능선으로 붙으려니 마땅히 올라갈 길이 없다.
그냥 포장도로따라 계속 올라가면 몰운대성당을 지나고 바다와 합류하는 낙동강하구가 내려다 보이는데 갈대밭사이로 모래톱들이 떠있는 드넓은 물줄기는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세찬 바다바람을 맞으며 아파트공사장으로 들어가 넓은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니 산위에 아파트를 지으려는지 정맥은 마구 깍여 나가서 누런 속살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의 쉼터가 있는 홍치고개로 내려서고 나무계단을 올라 가는데 맑은 하늘에서 제법 굵은 빗줄기가 뿌리기 시작한다.
소나무들 사이로 깨끗한 길을 오르고 억새밭을 지나 응봉 봉수대(233.7m)에 서니 시설물이 있는 시약산이 멀리 보이고 바다와 어우러진 부산시내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봉우리를 내려가며 곧 정맥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떨어지고 돌탑이 있는 사거리안부를 넘어 산길을 왼쪽으로 휘돌아 내려가면 장림동과 다대포를 잇는 다대고개이며 4차선도로에는 차들이 가득하다.
(낙동강하구)
(낙동강하구)
(낙동강하구 안내판)
(아파트공사장에서 바라본 정맥길)
(응봉 봉수대)
- 봉화산
음료수를 보충하며 김밥도 한줄 사서 넣고 중국집에서 자장면으로 점심을 먹으니 30여분이 후딱 흘러간다.
건물들이 꽉 들어차 있는 산마루를 쳐다보며 가파른 포장도로를 걸어 올라가면 햇빛은 뜨겁고 지열은 푹푹 올라와서 산길보다 훨씬 힘이 든다.
삼환아파트 103동 뒤로 올라가 시멘트도로를 따라가다 공장사이를 지나고 통신탑이 서있는 봉우리에 올라 온갖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는 덤불숲을 넘는다.
곧장 산길따라 내려가다 되돌아와 방향을 맞추며 오른쪽으로 내려가니 가구단지가 나오고 포장도로를 건너 텃밭으로 망가진 지저분한 야산을 오른다.
잡목과 억새가 가득찬 봉우리에 올랐다가 2차선 포장도로를 건너고 봉화산(149.6m)에 오르니 깃대있는 삼각점이 보이고 정상은 온통 무덤들이 들어차 있다.
운동시설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 그늘진 벤치에 앉아 있으면 바람이 너무나 시원해 일어날수가 없고 핑계김에 오랜시간 휴식을 취한다.
- 괴정고개
잘 나있는 산길을 내려가면 샛길이 자주 갈리고 유일하게 보이는 정맥표지기를 따라 내려가니 아파트가 나오는데 장림고개는 조금 오른쪽으로 내려왔어야 했다.
4차선도로따라 고개로 올라가니 구평고개라 적혀있고 부일냉동과 대동중학교를 지나며 음료수를 더 보충하고 아파트의 쉼터로 들어가 산으로 오른다.
군부대의 철조망을 따라 정맥은 이어지고 헬기장을 지나고 야외에서 교육을 받는 군인들을 보며 조용히 전술종합훈련장을 지난다.
"96임도 표지석이 있고 송전탑이 있는 봉우리에서 정맥은 북동쪽인 괴정고개로 내려서야 하는데 뚜렸한 길은 남쪽의 구평동쪽으로 내려가고 북동쪽으로는 길이 없어서 오르락 내리락 고생을 한다.
방향만 맞추고 내려가다 까시덤불에 쫒겨 올라오기를 몇번 되풀이하고 조금 밑에 있는 헬기장으로 내려가니 그제서야 길이 보이는데 아깝게도 40여분은 까먹고 말았다.
주민들의 산책로를 따라 괴정고개로 내려서니 이글이글 타는 태양빛이 너무나 뜨겁고 문방구 좌판에 앉아 캔맥주 한개로 갈증을 달래려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에 처량한 생각이 든다.
- 대티고개
옥천초등학교를 지나고 장평중학교를 가로질러 산으로 붙으려 하니까 축대를 높게 쌓아놓고 2중으로 철조망을 쳐놓아 도저히 넘어 갈수가 없다.
빙빙 돌다가 되돌아 내려가 "봉수 벽산아파트"단지로 들어가서 제일 높은 106동으로 올라 가려니 기어코 울화통이 치민다.
아파트뒤로 올라가 괴정배수지를 지나고 낮은 봉우리에 오르니 지나왔던 정맥은 거대한 도시속에서 마치 다도해의 섬처럼 떠있고 시약산으로 이어지는 정맥길도 뚜렸하게 보인다.
마을과 가까운 안부와 산불초소를 지나고 오랫만에 보이는 표지기들을 보며 정맥에서 약간 떨어져있는 247.2봉에 가면 삼각점과 무덤 한기가 있고 역시 조망이 좋다.
우정탑이라 쓰인 커다란 돌탑을 지나면서 길은 좋아지고 키큰 억새가 무성한 산길에는 마치 공동묘지처럼 수많은 무덤들이 들어차 있다.
민가들 사이로 골목길을 지나 2차선도로인 까치고개를 건너고 대티터널이 지나가는 대티고개로 나오니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사람들도 많이 다닌다.
(247.2봉에서 바라본 시약산과 엄광산)
(우정탑)
- 구덕령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올라가다 철망문을 넘으면 나무계단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고 곳곳에 이정표가 서있다.
오래된 무덤을 지나 넓은 안부로 내려서고 산불초소를 뒤로 다시 급경사 돌길이 이어진다.
무성한 억새밭사이로 한동안 올라가다 철조망을 따라 오르면 천문관측소가 있는 시약산(565m)이며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정상에서는 부산시내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고 형형색색의 배들이 떠있는 바다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시멘트도로로 내려와 통신탑들이 서있는 구덕산(562m)을 바라보며 항공무선국이 있는 정상부근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온다.
정맥은 구덕산에서 북동방향으로 꺽어지지만 갈수가 없고 꾸불꾸불한 시멘트도로를 따라 산을 내려가야 한다.
시간에 쫒기며 뛰듯이 잰 걸음으로 내려가면 산책나온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식당옆 길을 따라서 1번 버스종점이 있는 구덕령으로 내려선다.
(시약산 오르며 바라본 바다와 배들)
(시약산에서 바라본 부산시내)
- 개금사거리
꽃마을도로를 걸어가면 초소를 지나 넓직한 등로가 이어지고 일몰시간이 얼마 남지않아 서둘러 올라간다.
나무계단을 따라 가파른 비탈길을 한동안 올라 정상석이 있는 엄광산(503.6m)에 오르니 통신탑이 서있고 우뚝 솟은 백양산이 마주 보이며 부산시내의 빌딩군들이 잘 보인다.
정상의 이정표에는 봉수대까지 1.4km 라 적혀있으며 이어지는 동쪽능선을 따라 바윗길을 바삐 올라가니 서서이 어둠이 밀려온다.
봉수대가 서있는 봉우리를 향하면서 갈림길을 찾는데 봉수대 바로 전의 암봉에서 붉은 표지기 하나가 펄럭이고 북쪽으로 꺽이는 정맥길이 보인다.
분기점인 암봉에서 바위사이로 길이 열리고 가파르고 미끄러운 산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니 임도가 나오며 산속은 컴컴해지기 시작한다.
희미한 능선을 따라가다 갈림길에서 표지기가 걸려있는 왼쪽으로 꺽어져 내려가면 곧 민가가 나오고 백병원 앞으로 나오게 되며 큰 도로따라 계속 내려가면 가야로를 건너 오늘의 목적지인 개금사거리에 도착한다.
부산시내를 관통하는 산줄기인지라 건물과 도로들로 끊겨서 정확한 정맥의 마루금을 찾기도 힘들었고 아파트나 학교의 철망들을 뚫을수 없어 정맥으로의 접근이 힘든 그런 고생스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