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이 더 종교적인 이유는?
이덕하
2010-05-12
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 중에 대체로 가난한 사람이 더 종교적인 것 같다. 나는
이런 상관 관계를 여러 문화권에 걸쳐 체계적으로 연구한 것을 본 적은 없다. 어쨌든 이 글에서는 그렇다고
가정해 보자.
왜 가난한 사람이 더 종교적인가? 내가 지금까지 들어 본 설명은 두
가지다. 두 설명이 서로 모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두 옳을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 할 것이다. 물론 모두 틀릴 가능성도 있다.
첫째,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고통을 당하기 때문에 더 큰 위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있다. 이것은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라고 이야기한 마르크스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마르크스가 당시에는 합법적이었던 아편에 비유한 것이 단순히 진통제라는 뜻으로 말한 것인지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
마약이라는 뜻으로 말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마르크스의 말은 프로이트의 쾌락 원리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보통
종교는 가난한 사람도 열심히 신을 믿고 착하게 살면 내세에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이것이
위안을 준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말이고 그 위안을 프로이트라면 쾌락이라고 부를 것이다.
위안을 주기 때문에 종교를 믿는다는 생각은 일반인도 학자들도 많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위안만 찾는 동물은 잘 번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연 선택 메커니즘에 의해 선택되는 것은 더 큰 위안
또는 쾌락을 얻는 개체가 아니라 더 잘 번식하는 개체다. 자식이 실종되었는데 교회 가서 위안만 얻으려고
하는 부모와 자식을 열심히 찾아 헤매는 부모 중에 누가 더 잘 번식하겠는가? 인간이 현실을 무시하고
위안만 찾도록 설계되었을 것 같지는 않다.
가난한 사람이 더 큰 위안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종교적일 것이라는 설명 방식을 그대로 다른 영역에 적용해 보자. 돈이 더 필요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기 때문에 부자는 돈을 보기를 돌 같이 한다는 설명도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자본가들이 돈을 돌 같이 보나? 가진 놈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도
있다. 만약 종교가 쾌락을 준다면 더 많은 쾌락을 얻고 있는 부자들이 더 무섭게 종교를 추구하지 말라는
보장은 어디 있는가? 실제로 부자들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온갖 쾌락을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많이 추구한다.
둘째, 가난한 사람이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더 종교적이라는 설명이
있다.
… on average, Atheists scored 1.95 IQ points higher than Agnostics,
3.82 points higher than Liberal persuasions, and 5.89 IQ points higher than
Dogmatic persuasions.
http://en.wikipedia.org/wiki/Religiosity_and_intelligence
IQ의 유전율(heritability)에
대한 강력한 증거들이 엄청나게 쌓였다. 그리고 IQ와 사회경제적
지위 사이의 상관 관계도 명백하다. 종교나 미신은 바보 같은 믿음이기 때문에 머리가 나쁠수록 믿기 쉽다는
설명은 상당히 그럴 듯하다. 그리고 위에서 인용했듯이 IQ와
종교성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는 증거도 있다.
물론 상관 관계는 인과 관계가 아니다. 따라서 속단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가난과 종교성을 직접 연결시키는 위안 가설도 상관 관계만 보여주었을 뿐이다. 가난으로 인한 고통이 종교를 믿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가난과 종교성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는
증거 말고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첫댓글 그런데 그게 한국에서는 양극화인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한국에서는 종교 그중에서도 보수색채(?)의 개신교가 정관계 경제계까지 신자(혹은 회원)들을 확보하고 있고 그 영향력이 대단하잖아요.
반대로 빈곤층에서도 우리동네보면 박스줍는 할머니들도 교회에서 십일조다 감사헌금이다 건축헌금이다 해서 수탈당하고 있구요.
둘 다
제가 생각해왔던 것과 일치하고
일리있는 설명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본 어떤 책의 설명에 의하면
사람이 한계 이상의 극심한 고통에 노출될 때
뇌에서는 다양한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 때 고통 = 쾌감으로 변하며 환각을 경험하고 일종의 도취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엔 당연히 중독성이 있으며 사람을 의존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성 판단력 또한 마비되어
종교등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상태가 되며
이런 상태로 종교에 빠지게 되면 - 세뇌 (너무 당연하게도)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정서 불안, 공황, 두통, 기억력 판단력 감퇴 등의 증상이 수반 된다고 하던 거 같아요
일례로 고대 주술사들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 특별한 행동을 하였고
그들의 의식에는 항상 약초나 버섯등이 세트로 따라 다녔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옴진리교가 LSD나 무스카린을 신자들에게 마시게 했다는 예시도 들더군요
어두운 독방에 감금, 단면, 단식, 피로, 지도자에 의한 고문, 프라이버시의 박탈 등에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장사 잘하는 종교라면 그만한 노하우가 잘 축적되어 있겠죠
이 들 종교에 대해 자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건 그렇고 종교가 처음 생겨난 시기가 언제인지 참 궁금하군요
그걸 알면 조금 더 자세히 이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은데 말이죠
~설명 방식을 그대로 다른 영역에 적용해 보자. 돈이 더 필요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기 때문에 부자는 돈을 보기를 돌 같이 한다는 설명도 가능할 것이다.
이 부분은 적절한 적용 같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스스로 느끼는 필요성, 열망 등이고 돈에 대해 더 강한 열망을 가지고 더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당연히) 부자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연구해본다면 아마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부자들은 이미 자기가 가진 돈으로 많은 쾌락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종교에서 얻어지는 고통에 대한 위안으로서의 쾌락이 필요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그에 반해 가난한 사람들에겐 선택의 폭이 좁고
그들이 취할 만한 행동도 상당히 제한되어 있을 수밖에 없겠죠 -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이건 꼭 가난에만 한정되는 얘기는 아니고 부자라도 마찬가지겠지만 - 다만 선택의 폭에서 좀 차이가 나겠지만
결국 인간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제한된 행동밖에 하지 못하는 존재죠
이를테면 체스판의 말처럼)
만약 부자들이 종교를 추구한다면 다른 이유에서 일 가능성이 더 높을 거 같습니다
부유함과 IQ에 상관관계가 있다면 그 점도 작용할 거라 예상할 수 있겠죠
제가 일전 로버트 라이트의 종교의진화라는 책을 주문했는데요. 흥미있을것 같네요. 그책 읽고나면 제도 할이야기가 좀더 있을것 같네요. 이주제 매우 흥미롭네요. 저도 평소에 궁금했거든요.
정확한 책 제목은 <신의 진화(The Evolution of God)>입니다. 한 번 읽어 보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