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는 3년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본 적이 있다. 그때의 감동이 여전한 탓에 잠실 공연에 거액의 티켓값을 들였다.
라스베이거스는 상설 무대이므로 공중에서 하는 공연은 물론 무대 바닥의 대형 풀장에서 싱크로나이즈 공연도 기가 막혔다.
전철이 뜸하게 오는 바람에 아슬아슬 시간에 겨우 닿아 잠실 경기장에 도착을 했다. 공연장에서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자말자 바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는 안내 방송 탓에 시작하기 전에 얼른 몇 장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무대 인사를 할 때 얼른 몇 장이 전부라 아쉽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고 광대가 우리의 시선을 끄는 동안 우리는 점차 공연에 몰입되어 갔다. 광대가 무대 뒤로 티격태격하며 사자지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묘기가 숨돌릴 사이도 없이 이어졌다.
묘기를 보기도 바쁜데 뒤쪽에서는 라이브로 멋진 노래가 불려지고 있었다. 수시로 무대 앞쪽으로 공연자들이 오가며 새로운 묘기를 펼쳐 보였다. 동춘서커스가 그저 서커스라면 태양이 서커스는 서커스라기보다는 공연 예술이었다.
아슬아슬한 묘기가 펼쳐질 때마다 모두들 박수로 환호했다. 그들의 묘기는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공중 제비를 자유롭게 도는 것 보니 마치 그들에게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하나의 곡예가 끝나고 다음 곡예가 준비될 때면 언제나 광대가 나와서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그러니까 태양의 서커스는 처음부터 끝까지가 잘 짜여진 한편의 드라마였다.
공연자들은 그저 그들의 묘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야기는 광대의 우스광스러운 장난 속에서 라이브로 시원하게 내뿜어지는 노래가 이어주었다.
더러는 드럼 연주가 어깨를 들썩이게도 했고 그때마다 무대에서는 화려한 서커스가 쉬임없이 펼쳐졌다. 십자가로 된 텀블링 위에서는 공연자들이 제비처럼 날렵하게 날았다.
공중 그네를 탈 때는 늘 그렇듯이 모두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숨을 멎는다. 마치 내가 숨쉬는 소리에 그네를 타는 공연자들이 놀라기라도 할까봐 그런 것처럼. 그들은 그러나 태연하게 공중을 날았다.
찰나의 순간에 그네로 날아올라 맞은 편 공연자와 손으로 연결될 때는 모두들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조그마한 오차가 있어도 손을 놓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묘기에 정신을 빼앗겼는데도 불구하고 손에 든 팝콘은 모두 동이 나 있었다. 눈과 손은 감각 기관이 따로 움직이는 모양이다.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지경이다.
거금을 들여 티켓을 구입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몰입도 최고의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