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47장 1절 -31절
찬송가 28장 ‘복의 근원 강림하사’
야곱이 바로에게 축복하매
세계는 심판 받고 있습니다. 13절은 ‘ 기근이 더욱 심하여 사방에 먹을 것이 없고 애굽 땅과 가나안 땅이 기근으로 황폐하니(창47:13) ’라고 묘사합니다. 기근을 멈추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비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대지가 말라 건조한 흙바람만 날립니다. 그 속에는 약속을 믿고 살아가는 야곱과 애굽의 지도자 바로와 백성들과 이집트의 제사장들이 함께 있습니다. 마치 종말을 향해 끌려가는 것 같던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떤 태도로 하루하루를 지냈는지를 보겠습니다.
1절부터 12절은 야곱과 바로가 대면합니다. 야곱은 망해버린 지역의 유지였지만 바로는 피난처 애굽의 왕이었습니다. 야곱 가문은 안정적일 수 없는 목자들이었지만 바로가 통치하던 애굽은 나일강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야곱은 아무것도 줄 수 없지만 바로는 6절과 11절에서 가장 좋은 땅과 안정적인 직장을 허락했습니다. 그럼에도 야곱은 바로 앞에서 패배의식을 느끼지 않습니다. 7절과 10절은 야곱이 바로와 만났을 때, ‘축복’으로 열고 닫았다고 말합니다.
‘ 요셉이 자기 아버지 야곱을 인도하여 바로 앞에 서게 하니 야곱이 바로에게 축복하매(창47:7) ’
‘ 야곱이 바로에게 축복하고 그 앞에서 나오니라(창47:10) ’
야곱에게 있어서 축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바로가 잘 되기를 희망했거나 또는 아첨을 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아브라함의 계보를 이어가는 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처음 만났을 때 받은 말씀인 창세기 12장 1-3절은 이렇게 약속합니다.
‘ 1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2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3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창12:1-3) ’
야곱이 축복했다는 것은 애굽에 왔기에 구사일생할 수 있었다는 식의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하나님이 요셉을 시작으로 자기 가정을 애굽에 복의 근원으로서 오게 하셨고, 그로 말미암아 애굽이 복을 받게 된 것이며, 언젠가 다시 약속의 땅으로 돌아가게 될 것을 확신했습니다. 46장의 시작에서 하나님이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 1 이스라엘이 모든 소유를 이끌고 떠나 브엘세바에 이르러 그의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께 희생제사를 드리니 2 그 밤에 하나님이 이상 중에 이스라엘에게 나타나 이르시되 야곱아 야곱아 하시는지라 야곱이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매 3 하나님이 이르시되 나는 하나님이라 네 아버지의 하나님이니 애굽으로 내려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거기서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4 내가 너와 함께 애굽으로 내려가겠고 반드시 너를 인도하여 다시 올라올 것이며 요셉이 그의 손으로 네 눈을 감기리라 하셨더라(창46:1-4) ‘
가장 위대한 왕은 창조주 하나님이시고, 자신은 그분의 사자로 바로와 마주했기에 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히브리서 7장 7절은 ‘ 논란의 여지 없이 낮은 자가 높은 자에게서 축복을 받느니라(히7:7) ’ 고 기록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빈털터리로 들어왔음에도 축복했던 야곱에 대해 비웃었겠지만, 그럼에도 그는 하나님이 자신을 이곳에 오게 한 이유인 축복을 바로에게 줍니다. 야곱에게 축복은 물질만능사회 속에서 참된 왕이 누구인지에 대한 선언이고, 130년 동안 나그네로 험악하게 살았다 해도 하나님 사신으로 후회 없이 살았다는 자신에 대한 고백이자, 인생이란 보이는 세력이 아닌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손에 삶을 의탁해야 한다는 설교인 것입니다.
야곱은 애굽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었고 총리의 아버지라는 명예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초지일관 신앙의 정체성을 지켜냅니다. 야곱은 17년 동안 애굽 문화 가운데 살면서, 풍요를 만끽하고 싶다는 내면의 유혹과 셀 수 없이 싸우며 절제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의 것은 모두 기근 앞에 말라버리는 것이고 의지할 대상은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진리를 지키며 살아갔던 야곱의 보이지 않는 전투였습니다. 27절부터 31절은 인생 마지막에 이 전투를 승리한 야곱이 요셉을 불러 애굽이 아닌 하나님이 약속한 땅에 장사지내 주기를 맹세하게 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닮아야 할 삶이 바로 이것이며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도 이것입니다.
우리는 물질만능 세상의 대표자 바로와 신앙인 야곱 사이에서 어느 위치에 설지 정해야 합니다. 요셉은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갑니다. 그의 말대로 기근이 왔고 심해지고 있습니다. 바로가 애굽에 대한 전권을 주었기에 토지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요셉은 조금씩 땅을 자기 몫으로 돌릴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정직을 지킵니다. 백성들은 어쩔 수 없이 국가에 토지를 주고 오분의 일을 세금으로 내기 시작합니다. 애굽의 종교인들은 이러한 백성들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 땅만 지켜냅니다. 어려운 세상에 있더라도 우리는 요셉처럼 정직하게 살아가려 노력해야 합니다. 어려움을 내가 부자 될 수 있는 기회로 여기지 말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백성들처럼 굶고 휩쓸리기만 했다면, 노예였고 죄수였던 요셉이 총리가 되어 지금 곡식을 나눠줄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묻고 배워야 합니다. 종교인이라면 자기 땅은 빼앗기지 않았다고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자기 땅을 나눠 백성들의 빚을 감해주어야 하는 것 마땅합니다. 하지만 더해가는 기근 앞에서도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정의를 위해 자신의 삶을 절제하고 공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흘러갑니다.
오늘도 살기 어려운 날이 시작됩니다. 어제는 어제가 제일 살기 힘든 것 같았는데, 어찌어찌 살다 오늘까지 왔습니다. 기근이 점점 심해집니다. 이렇게 가다가 진정한 심판의 날이 올 것입니다. 그 날을 바라보며, 우리는 어떤 생활방식을 갖고 살아가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애굽에 온 야곱이 받았을 문화충격처럼 신앙인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당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돈 있는 자는 호화롭게 살고, 없는 사람들은 종이 되는 것을 택해야만 살아갈 수 있으며, 종교인들은 자기 문제 아니라고 손 놓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에 취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절제하며 정의를 추구하게 하소서. 세상을 축복함으로 우리 본문을 다하게 하시고,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께서 다시 오실 심판의 날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삶이길 원합니다. 다시 오시겠다 약속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바로와 같이 왕으로 살아가거나 야곱과 같이 나그네로 살아야 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할지 생각해 봅시다.
2. 물질만능주의에 물든 세상에서 야곱과 같이 살아가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봅시다.
3. 요셉처럼 정직하게 산다는 것은 오늘 내 삶의 영역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봅시다.
4. 백성들처럼 시대의 물결에 휩쓸려 다니고만 있지는 않나 돌아봅시다.
5. 기독교라는 종교를 믿는 우리가 애굽의 제사장들처럼 자기 땅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돌아봅시다.
(작성: 이광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