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30 - 서영남
12월 27일(일)
민들레국수집 현판식 및 확장 이전 및 송년회를 하기 위해서 좋은 분들이 모였습니다. 초등학교 동창 모임도 함께 참석했으면 좋았지만 아쉬웠습니다. 참 마음에 드는 현판입니다. 행복했습니다.
12월 28일(월)
아침에 민들레국수집에 도착하니 오전 9시입니다. 벌써 대여섯 손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찬 준비를 급히 했습니다. 새벽부터 찾아온 손님이 있다고 합니다. 배고프니 먼저 식사부터 하자고 했습니다. 문여는 시간인 열 시까지 서른 면도 넘게 식사를 했습니다. 서울에서 오신 분이 많습니다. 월요일은 서울에 무료급식을 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새벽부터 찾아와 기다렸다는 손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이는 서른 다섯이고요.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열 여덟에 나왔고, 이것 저것 일을 해 보았지만 제일 길게 했던 일이 이 년 정도. 가족이라도 있으면, 마음 터 놓고 이야기 할 사람이라도 있으면, 바람막이라도 되어 줄 사람이 있으면, 버팀목이 되어 줄 사람이 있으면 살 것 같은데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답니다. 노숙을 시작한지 이제 이틀이라고 합니다. 서울역 근처에 있는 노숙 상담소에 찾아가 보라고 했습니다. 차비 삼천 원을 주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버팀목이 되고 바람막이가 되어 주겠다는 마음이 없이는 자립할 수 없다고요.
필레몬 형제님이 구원투수로 나타났습니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손님에 대성씨가 비명을 지릅니다. 새 민들레국수집에서는 적어도 서빙을 할 사람이 세 명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전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상황입니다. 주방도 새 민들레국수집과 전의 민들레국수집 주방을 둘 다 써야만 할 것 같습니다.
손님들도 넓어진 민들레국수집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참 예민합니다. 절박한 처지라서 누군가 조금만 싫은 소리를 한다거나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자기를 흉보는 줄 알고 예민하게 반응을 합니다. 오늘도 몇 차례 싸울 뻔 했고 또 다투기도 했습니다. 어떤 손님이 "거지가 많네!" 혼잣말을 했다가 난리가 났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한 것을 자기에게 했다면서 삐져서 밥을 먹지 않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점심 무렵에 두번째 구원투수로 두 분이 오셨습니다. 아주 멋진 부부십니다. 참 보기가 좋아서 바라만 보아도 좋은 분들입니다.
오늘 민들레국수집에 도시가스가 개통되었습니다. 보일러도 작동이 됩니다. 설거지를 더운 물로 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가스 밥솥으로 밥을 하니 아주 빨리되어서 좋습니다.
오늘도 쉴 틈이라고는 밥이 뜸이 들지 않아서 쉬는 시간이 있었을 뿐입니다.
고마운 분들께서 떡국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서울에서, 주안 8동 성당에서, 그리고 유원유치원 다닐 때 크리스마스에 민들레국수집에 와서 성탄선물을 주고 간 아기 중에 한 아이가 커서 누나와 엄마와 함께 성탄선물 가즉 가져왔습니다. 참 보기 좋은 가족입니다. 용현여중 행정실 고마운 분들이 후원금을 전해주셨고요. 또 고마운 선생님이 살짝 봉투 전해주고 가셨습니다.
스카이 72에서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다가 민들레국수집을 지정해서 기부해주셨습니다. 오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가서 지정기부금을 수령하는 도장을 찍고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의 국수집(노인 분들을 위한 송림동 국수집)에 국수와 쵸코파이 그리고 사탕과 과자를 잔뜩 보내드렸습니다.
내일은 떡국 대접을 하기로 했습니다.
1월 1일과 2일은 목요일이고 또 금요일입니다. 매년 1월 1일에는 가족과 함께 인사하러 가는 곳이 있습니다. 2일에는 아무래도 교도소 면회를 가야할 것 같습니다.
첫댓글 가난한 이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민들레 국수집은 없어서는 안 될 곳입니다. 한 해 한 해 거듭될수록 더욱 감동이네요.
감동입니다!! 늘 민들레 수사님처럼 깨어있는, 가난한 이웃에게 헌신적인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민들레 국수집 화이팅!!
민들레 국수집은 절망을 희망으로 일어서게 하고 일상사가 아름답고 기쁘게 피어나게 합니다~ 민들레 국수집 화이팅!!
수사님께 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감동을 주는 따뜻한 나눔 많이 부탁드립니당~
사랑이 꽃피는 민들레 국수집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