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31:25-54
찬송가 435장 ‘나의 영원하신 기업’
인터넷에서 고 이어령 교수님의 짧은 글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나'와 '우리' 곧 공동체에 대한 짧은 소견이었습니다. 내용이 이렇습니다.
나는 나 없는 우리말로 전체주의를 낳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왜냐하면 개인의식이 부족할 때 언제나 독재자의 손이 뻗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비극은 태반이 나를 찾지 못하는 데에 있었다. 내가 없는 우리는 힘이 없다. 또 '우리주의'라는 것이 있다. 학연, 지연, 혈연 위주의 우리주의가 매우 강하다. '개체주의'는 '우리주의'와 같이 통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 스코토마(Scotoma)이다.(스코토마는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인해 사물이나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증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곧 ‘심리적 맹점’이라는 뜻입니다.) 이 스코토마를 깨뜨려야 한다. 대인관계에 나타나는 스코토마 현상을 보면 심각하다.
(1)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배타성이 강하다.
(2) 통하는 사람끼리 '우리끼리' 의식이 강해진다.
(3) '우리끼리' 외의 사람은 담 너머 사람으로 만든다.
(4) 실리적으로 그 사람만 보면 할 말도 없어지고 편견이 도사린다.
(5) 전통적인 공동체의식인 학연, 지연, 혈연 단위는 잘 안 따지고 넘어간다.
(6) 스코토마가 심화되면 사람을 마구 심판한다. 즉 지옥에 보낼 사람이 너무 많아진다.
우리 민족과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을 잘 꼬집고 있습니다. 우리끼리, 끼리끼리는 진정한 공동체, 성숙한 공동체의 문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배타성을 버리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하나 되기를 힘쓰는 것이 아름다운 공동체의 모습일 것입니다. 또한 서로 적절히 분배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조직이 건강한 공동체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광야의 이스라엘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동체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공동체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전쟁에 승리한 후 전리품을 분배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통해 함께 살펴보기를 원합니다.
미디안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전투 참가자들과 포로들의 정결 규례를 말씀하신 하나님은 이어서 전리품을 분배하는 과정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이것을 통해 전쟁에서의 승리가 하나님의 도우심 때문이었음을 다시금 강조하고 깨닫게 하시는 것입니다.
전리품의 분배(25~47)
(25-28)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너는 제사장 엘르아살과 회중의 수령들과 더불어 이 사로잡은 사람들과 짐승들을 계수하고 그 얻은 물건을 반분하여 그 절반은 전쟁에 나갔던 군인들에게 주고 절반은 회중에게 주고 전쟁에 나갔던 군인들은 사람이나 소나 나귀나 양 떼의 오백분의 일을 여호와께 드릴지니라
하나님은 먼저 모든 탈취물을 계수하라고 하시고 전쟁에 나갔던 군인들과 나가지 않았던 회중이 똑같이 반으로 나누라고 말씀하십니다.그리고 전쟁에 나갔던 사람들, 곧 군인들이 나누어 가진 절반에서 오백분의 일을 여호와의 거제로 제사장 엘르아살에게 주고, 회중들이 받은 절반에서 오십분의 일을 취하여 여호와의 장막을 맡은 레위인에게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하여 누구도 빠짐없이 골고루 전리품을 나누어 받게 하십니다. 이것은 앞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전리품을 나누는데 표본이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전쟁에 나갔던 사람과 나가지 않은 사람, 제사장들과 레위인들 모두에게 전리품을 나누어 줌으로 이들은 모두 한 공동체로서 하나님의 공급하심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신 것입니다. 또한 그 전쟁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가슴에 깊이 새기도록 하셨습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때로 성공과 승리의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자칫 잘못하면 그 공적을 우리 자신에게 돌릴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돌리며 감사를 표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에 가장 먼저 하나님을 떠올리며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에 감사를 올려드린다면 그 사람은 진정 하나님의 사람일 것입니다. 오늘은 감사주일맞이 축하의 밤 행사가 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를 올려드리는 시간입니다. 우리 각자에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떠올려보면서, 또 기록해 보면서 어떻게 하나님께 그 고백을 올려드리고 찬양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32절부터 36절은 탈취물의 종류와 숫자에 대해 기록하고, 37절부터 46절까지는 여호와께 공물로 드린 종류와 숫자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전리품 분배에 대해 이토록 자세히 말씀하신 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물질 문제로 인해 분쟁에 싸이지 않고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군대 지휘관들의 헌물에 대해 언급합니다.
군대 지휘관들의 헌물(48-54)
(48-50) 군대의 지휘관들 곧 천부장과 백부장들이 모세에게 나아와서 모세에게 말하되 당신의 종들이 이끈 군인을 계수한즉 우리 중 한 사람도 축나지 아니하였기로 우리 각 사람이 받은 바 금 패물 곧 발목 고리, 손목 고리, 인장 반지, 귀 고리, 목걸이들을 여호와께 헌금으로 우리의 생명을 위하여 여호와 앞에 속죄하려고 가져왔나이다
이 전리품을 골고루 나누어 주는 것을 보고 군 지휘관들이 모세에게 나아와 말합니다. 한 사람도 죽지 않은 것을 깨닫고, 이 전쟁의 승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는 것을 고백하며 모세에게 여러 가지 패물을 가져옵니다. 하나님 앞에 속죄의 의미로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거룩하심 앞에서 두려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54) 모세와 제사장 엘르아살이 천부장과 백부장들에게서 금을 취하여 회막에 드려 여호와 앞에서 이스라엘 자손의 기념을 삼았더라
모세와 엘르아살은 금을 취하여 이스라엘 자손의 기념으로 삼았습니다. 내가 전쟁에 나가 싸워 이겨서 얻은 것이 다 내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삶에서 내가 수고하여 얻은 것이 내 것이 아닙니다.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인 것을 알 때 우리는 나누며 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생명을 지키시고 우리에게 여전히 공급하고 계신다는 것을 믿을 때 우리의 것을 나누며 베풀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내가 수고하여 얻은 것이라 할지라도 거기에는 다른 사람들의 몫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에 조금 더 받은 자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나누고 베풀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좀 더 주신 것은 무엇입니까? 물질입니까? 재능입니까? 건강과 시간입니까? 이것을 공동체를 위해 드리고 나눌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기꺼이 나눌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전리품의 분배 과정을 보면서 이스라엘은 한 공동 운명체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기쁨과 슬픔을 같이하고 서로 평균의 원리와 나눔을 실천하면서 나아가야 했습니다. 또한 서두에서 스코토마의 예를 들었습니다. 이스라엘이, 또한 오늘날 주님의 몸 된 교회가 하나 되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로 세워져야 할 것입니다.
어느 수도원이 위치한 깊은 산 속 작은 오두막집에 한 랍비가 조용히 살고 있었습니다. 쇠락의 길로 가고 있는 수도원 문제로 고뇌하던 수도원장은 문득 그 움막의 랍비가 떠올랐습니다. 그를 찾아가 수도원을 부흥시킬 조언을 청해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랍비가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아무런 조언도 드릴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당신들 가운데 메시아가 있다는 것입니다."
수도원장은 이 수수께끼 같은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늙은 수도사들은 랍비가 한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들 중에 메시아가 있다니. 이 수도원에 있는 우리 다섯 명의 수도사 가운데 한 사람이 메시아란 말인가? 그렇다면 과연 누가 메시아일까?" 늙은 수도사들은 이렇게 생각하면서 어쩌면 메시아일지 모르는 서로를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 수도원의 분위기는 전과는 사뭇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점차 많은 사람들이 그 수도원을 찾아와 수도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습니다. 수도사가 되겠다고 지원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져서 마침내 그 수도원은 옛 명성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랍비의 지혜로운 선물 덕분에 그 수도원은 다시 그 지역에서 빛과 영성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진정한 하나됨의 공동체는 어떻게 이루어지겠습니까? 우리가 서로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될 때, 서로를 주께 하듯 대하며, 존중하고 사랑할 때, 비로소 하나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참된 공동체, 주님의 몸 된 교회는 완성되어 갈 것입니다. 오늘도 그러한 공동체를 세워가기 위해 우리의 눈을 들어 주님을 바라보며 또한 형제자매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바라보기를 소망합니다. 그러한 시선으로 훈련된 공동체는 고난과 박해 속해서도 오히려 기뻐하고 즐거워할 것입니다. 또한 영원한 그 날을 꿈꾸며 이 땅을 더욱 신실하게 살아가는 주님의 참된 제자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전쟁에 승리한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향해 감사의 제물을 드리고, 영광을 돌려드리는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금 기억하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광야와 같은 인생길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고, 감사의 고백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기쁨의 찬송과 겸손한 기도가 끊이지 않도록 저희를 붙들어 주시옵소서. 또한 주님의 몸인 교회를 아름다운 공동체로 세워가는 일에 우리 모두가 더욱 힘쓰며 나아가도록 인도해 주시옵소서. 존중하며, 격려하며 세워주며 사랑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도록 은혜 베풀어 주시옵소서. 그러기 위해 우리가 주님의 시선을 가지게 하시고, 주님을 향해 눈을 들 듯 형제자매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또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올 한해를 돌아볼 때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큰 은혜는 무엇입니까?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드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겠습니까?
2. 우리 공동체가 주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주님의 몸을 이루기 위해서 더욱 힘써야 할 모습과 사역은 무엇인지 묵상해 봅시다.
3. 건강하게 성장하는 주님의 몸을 위해 내가 있어야 할 봉사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4. 우리 삶의 자리에서 눈을 들어 영원한 그 날을 바라보며 주님으로 인한 고난과 박해 가운데서도 오늘을 더욱 신실하게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결단하시겠습니까?
(작성: 최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