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나라의 어린이>의 혼정신성(昏定晨省)
<새나라의 어린이>라는 동요는 광복 후 처음 나온 동요로 윤석중(尹石重) 작사, 박태준(朴泰俊) 작곡이다.
광복의 기쁨과 어린이의 다짐을 나타낸 창작 동요이다. 광복전후에 태어난 세대가 20대에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기를 때까지(초등학교 어린이)도 ‘새 나라의 어린이’를 부르고 들으며 자랐다.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의 어린이를 새 나라의 어린이라고 할까? 초등학교까지의 학동을 어린이라고 하면 1945년에 초등학교 6학년까지, 그러니까 1933년 출생부터 1945년까지 출생아가 해당되고, 1945년에 출생아가 초등학교 입학년도인 1951년, 그리고 졸업년도인 1957년도까지의 어린이를 새 나라의 어린이라고 할 수 있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넓게 보면 광복 전의 어린이로서 1933~1945년생, 광복 후의 어린이는 1945~1957년생의 어린이가 해당된다.
새 나라의 중심세대는 초등학교 입학이전의 어린이로 구별하면 광복 전 6년간(1939~1945) 출생아, 광복후 6년간(1945~1951) 출생아, 합하면 1939~1954년간의 출생아가 새 나라의 어린이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새 나라의 어린이>라는 노래는 듣고 부른 세대가 자식을 낳아서 부르고, 들려주었을 터니까 1954년의 6학년생이 스무 살에 결혼한 낳은 첫 출생아는 1974라고 한다면 1970년대의 어린이들도 자주 부르고 듣던 노래이었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베이비 부머 (Baby boomers)’와 중첩된다. 세계적으로는 베이비붐 세대란 보통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1946년부터 1964년까지, 베이비붐이 일어난 시기에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한국에서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통상 1950~1964년생을 말한다. 또는 출산이 본격화되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가족계획정책이 시행된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말하기도 한다. 나는 1944년생이니까 이렇게 보든 저렇게 보든 틀림없는 ‘새 나라의 어린이’이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말을 나에게 빗대어 보니 맞는 말이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나의 버릇이 정규교육과정으로 배운 것이라기보다, 어깨너머나 밥상머리에서 배웠던 것이고 생활화 되었던 것이다. 지금 와서 나의 버릇과 생활태도를 회상해보니 모두가 당시의 전래적인 공교육과정(?)이랄 수도 있는 서당에서 가르치는 교재에 다 들어 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서당을 안 다녔다 하더라도 몸으로 익혀진 것들이었다. 몇 가지만 생각해보자.
먼저 잠자리를 보살피는 혼정신성(昏定晨省)을 생각해보자. 나는 어렸을 적 아버지 방인 사랑방에서 형과 함께 잠을 잣다. 잠자기 전에는 반드시 이부자리를 펴고 잠자리를 보아드렸다. 겨울에는 미리 이불속으로 들어가서 따뜻하게 해드렸다. 여름밤에는 부채질을 해드렸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편히 주무셨느냐고 여쭘고 이부자리를 정돈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요강을 비워드리고 세수 물을 떠다 드렸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형들이 하는 것을 보고 당연하게 그냥 몸에 배어서 편하게 따라서 하는 것이었다. 이를 가리켜 혼정신성이라고 하는데 사자소학(四字小學),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말이다.
다음으로는 나들이 예절이다. 출필고 반필면(出必告 反必面)이다. 사자소학(四子小學)에 ‘출필고지(出必告之)하고, 반필면지(返必面之)’하라」고 실려 있다. 외출시에는 부모님이나 집안 어른께 꼭 말씀을 드리고 나가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얼굴을 보이며 인사를 드려야 부모님, 가족들이 안심 한다는 말씀이다.
부모님이 근심 걱정하지 않게 안심시켜드리고,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면 그보다 더한 효도가 어디 있겠는가?
자식이 가까운 곳 나들이는 부모에게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면 된다. 그러나 좀 멀리 떨어진 곳이나 며칠이 걸리는 곳을 나다닐 때에는 반드시 갈때, 올때 큰 절을 하면서 보고하여야 한다.
외국을 다녀올 때는 반드시 정장을 하고 정식으로 큰 절을 해야만 보고절차가 끝나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 살던 동네에도 서당이 있었고 학동들도 많았다. 당시 내 동무들도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못가면 서당에 많이들 다녔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한다고 했듯이 나도 자라면서 형들이나 동무들이 책 읽는 소리, 외우는 소리들을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박혀있다. 찬자문의 천지현황(天地玄黃)하고 우주홍황(宇宙洪荒)이라, 일월영측(日月盈昃)하고 辰宿列張(진수열장)이라 . . . . 한 때는 맨 끝 부분인 위어조자 언재호야(謂語助者 焉哉乎也)라 까지 외우기도 하였다. 천자문이 끝나면 대체로 사자소학, 동몽선습, 명심보감 . . . 등으로 이어지는당시의 교과과정이었다. 이러한 기초과정만 잘배워도 인간으로서의 교양은 충분히 갖추게 되었고 사회적 안정이 유지되어 왔다.
[2023.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