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험한세상

[기장]

3일차

비가 거세다

올 것이 왔다.

그래도 대장님은 변함이 없다.

처변 불경

바쁘고 허둥대는 것은 기장뿐인가 보다.

오늘은 대장님도 가본적이 없는 곳으로 간 단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야말로 가능하다면 분화구에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씀하신다.

Titus Canyon으로 간다.

40 mile 정도의 거리다.

이 길은 길 자체가 다르다

온통 시커먼 자갈 밭에 가늘게 실 뱀이 기어가듯 길이 누워있다.

보는 것 자체 만으로도 험난하다.

4륜 구동도 간신히 실룩거리며 간다.

산사람 차와 기장의 차는 2륜 구동이라 앞서 가는 대장님의 걱정은 앞으로 나가는데 보다는 뒤에 오는 2륜구동 차에 있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마지막 진사님의 차는 4륜 구동이다.

무슨 문제가 생겨도 믿을 구석이 있어 좋다.

비는 뿌리지 대장님도 초행 길이라 길이 어두운가 보다

안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몇 가지가 아니고 안되는 일일수록 이유는 많기 마련이다.

마지막 이유가 늘 “이유 없이 안된다”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서가 이유일 것 같은데 글쎄 진짜 그 이유 만일까?

이름도 알 수 없고 방향도 알 수 없는 곳에서 차는 멎었다.

이 길이 아닌가 비여,

저 길도 아닌가 비여.

어쨌든 차는 멎어 섰고, 비는 내려 대지를 적시고 있다.

나도 자연의 한 사람이다.

비와 함께 자연에 비를 뿌리며 몸 무게를 간추려 본다.

한편 구석에서 웬 젊은이가 무언가 하려하나 잘 안되는 모양이다.

악천후에 고생이 많다.

남이 고생하면 못 보는 게 기장의 성질이다.

다가가 물어본다.

뭐, 도울 것 없수…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기계가 받아주지 않는다며 입장료를 어떻게 냈느냐고 묻는다.

자기는 북쪽에서 내려와 이곳이 초입이라 한다.

우린 평생 입장권을 갖고 있어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서 나 역시 모른다고 했다.

대장님께서 또 자세히 안내해 주신다.

만족하며 그 젊은이 자기 갈 길로 떠난다.

우린 우리 갈 길을 확인하고 떠난다.

저 친구 Arizona에서 오는 친구라고 우리에게 설명해 주신다.

Arizona? Nevada?

뭐, 그건 중요할 게 없다.

그런데 집에 와서 거기가 어딘지 지도에서 찾아 보려 해도 거기가 어딘지 도통 찾아지지 않는다.

비 오는 중에 빨리 읽어 내려간 안내판에는 서 있던 거기가 Gate of Hell이라 쓰여 있었던 것 같다.

지옥의 문을 통해 들어가는 이 험한 세상, 로댕이 조각한 생각하는 사람, 그는 지옥의 문 앞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 앞에 가서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우리는 험난한 세상을 향하여 들어간다.

바울이 빛을 들고 여행하던 그 험한 세상에 Titus가 가던 그 길을 찾아 간다.

그때 Titus가 다니던 그 곳을 방불케 하는 이곳 사방의 자갈밭길로 간다.

우리 인생도 이리 흔들리며 가고 있겠지

입구에 도착하니 어느새 누군가 사막용 자동차를 세워놓고 먼저 트레일을 시작한 모양이다.

서준이 이를 보고 환호한다. 자기가 몰아보고 싶단다.

원님이 너무 귀여워 한 장 또 기념으로 찍어 자동차를 선물로 준다.

계곡안으로 들어서자 발에 밟히는 모래 자갈이 포근하다.

불현듯 Zion Canyon에 갔을 때 the Narrows가 떠 오른다.

그곳은 물이 흘러 장화를 신고 물살을 가르며 올라가는 Tour가 있었는데 이곳은 물살이 없다.

이 곳은 물이 없어 편히 걸을 수 있다.

폭이 10여 미터나 되어 넉넉한 마음을 주고, 높이가 10여길이나 되어 고개를 들어 우러러보면 하늘만이 보여 웅장함이 압도해 온다.

모든 이들이 환호하며 즐거워한다.

대장님이 처음이라 하니 다른 분들도 초행이라 감격이 더 커서이겠지.

아마도 이곳에서 사진을 제일 많이 찍는 것 같다.

지체하는 시간도 제일 긴 것 같다

이렇게 쓰다 보니 제일 좋은 곳을 표시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폭우, 날벼락.

갑자기 Flash Flood가 휘몰아쳐 내려 오면

Zion Canyon의 Narrows의 물결처럼 흘러 내려 온다면

갈랐던 홍해가 채워지며 덮치듯 물이 밀려 내려 온다면

발을 돌려 내려 오며 생각해 보니 송화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대장님이 어떤 뿐이냐.

우리가 쉬는 것 죽으면 죽었지 못 보는 분이다.

서둘러 그곳을 향하여 떠난다.

만약에 가능하다면 가겠다는 그곳으로

도착했다.

차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자갈 길에 고장이라도 났나?

아니다

차는 멀쩡하다.

하도 바람이 거세어 차 문을 열수 없다.

언제나와 마찬가지 결정이 떨어진다.

갈 수 있는 사람은 가고, 아닌 사람은 차에 남아라.

기장도 비옷을 입는다. 판초를 덮어쓴다. 별의 별 야단법석을 떨고는 맨 꼴찌로 따라붙는다.

세상에 맙소사.

어느 젊음이, 이 모진 날씨에도 반 바지에 간편한 차림으로 분화구를 한 바퀴 돌고 태연히 내려와 나를 힐끗 처다 보고 지나간다.

사람임에 틀림없다.

저게 사람이면 나는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나도 사람은 사람인데.

무엇이 다른가?

혹시 나이가 달라서? 왜 하필이면 나이에 갖다 걸어.

뭐, 다른 이유가 있겠지

길을 따라 올라보니 꼭 해야 할 일은 해야 마음이 편하다.

아무리 흉악한 날씨라도 올라온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이제껏 백록담이 최고 인줄만 알던 나는 더 크고 넓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내 앞 날에는 내가 알지 못하던 더 크고 더 아름다운 일들이 늘어서 있는 것을 안다.

내려와 차 속에 앉는다.

오장육부가 다 후련하다.

또 어디로 가시려나.

Quo Vadis 대장님!

20 Mule Team으로 간다.

길이 막혀 있다.

날씨 탓인가? 날씨 탓만은 아닐 성싶다.

이 무시무시한 날씨에도 다른 곳들은 열려 있는 것을 보면

탄력을 받은 대장님은 쉬는 법이 없다.

나아간다.

날씨는 더욱 험해 진다.

산봉우리를 덮은 안개는 산 허리를 감싸더니 이내 산 자락으로 내려 앉는다.

전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시계 제로.

대장님 차에 비상등이 번쩍인다.

우리 차도 비상등을 켠다.

거북이도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지 못 할 정도로 천천히 운전한다.

길은 예전에도 있던 그 길 이련만  오늘은 왜 이리 꼬불거리나.

Baden Powell 산길의 Switchback보다 더 꿈틀거리는 것 같다.

드디어 목적지 꼭대기에 올라섰다.

Dantes View

단테가 바라보는 죽음의 계곡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까?

단테는 세상 가장 깊은 곳, 그 밑에 지옥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위에 연옥이 있다,

그 연옥에 Devel’s Golf 장이 있다.

Titus를 시켜 밝은 빛을 전하던 Titus Canyon은 그래서 그 이름을 붙였을까?

그러면 연옥위에 빛나는 천국, 그곳에서 단테는 사랑하는 이, 베아트레체를 만난다.

앞에 건너다 보이는 Telescope 산상에 올라가면 내 사랑 베아트리체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다음에는 거기에 올라 이곳 Dantes Views를 바라 보며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꿈과 몽상이 흐릿해 짐은 세차게 부는 바람 때문이요.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대장님은 땅도 밟아 보기전에 차를 돌려 내려가신다.

눈이 내려 얼어붙으면 안전에 치명타다.

눈은 대장님에게 큰 트라우마를 안겨주고 있다.

전체를 언제나 먼저 생각하는 대장님으로서는 손쉬운 결정이다.

Home Sweet Home.

비가 새고 바람이 새 들어와도 내 집이 좋다.

남자들은 부엌을 만들고, 장숙님은 이 때를 위해 천막을 두개나 여벌로 준비해 오셨다.

기장과 서준이는 마당 가득히 고인 물을 퍼내야 한다.

위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줄기를 우선 차단해야 한다.

고인 물은 아래로 수로를 만들어 흘러가게 해야 한다.

내리는 비에 옷은 젖어가도 고였던 물은 서서히 빠져나간다.

주방도 비를 피해 마련되고 국 끓는 냄새와 연기에 할머니 처마 앞에 앉아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서준이는 어떤 느낌일까?

서준이는 무엇이든 자기를 중심으로 요구한다.

모두가 귀여워하니 흥에 겨워 더 자기 중심적이다.

포장께서 서준이를 나긋이 부르신다.

서준아, 여럿이 함께 하는 공동 생활에서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해.

그러니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보고.  할 수 있는데 까지 해 보렴.

어린아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준다.

얼마후 서준이의 반응을 살펴 보았다.

이해 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을 알았단다.

나에게 부족한 점을 알려주고 바른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서준이는 고마워한다.

이 마음이 그가 자라는 동안에 마음 밭에 자라서 공동생활에서도 잘 적응하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

이번 여행이 그 앞에 주어진 가장 값진 여행이 되겠지.

빛이 있기에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가며 살아가는 서준이를 바라본다.

서준아

세상은 험하지 않아.

잘 헤쳐 나갈 수 있 단다.

[아쟈]

디도가 가는 길이 어디었든지는 잘 모르지 만
우리는 디더의 길을 따라 비맞으며 열심히 걸었죠
형형색색으로 변하며 나를 삼키는 바위속으로
멋진 걸음 재촉 했습니다

Ubehebe의 분화구는 갈 때마다 우릴 날리는 바람땜에 숨도 못쉬고..
옛날의 Indian들이 부르든 바위속의 광주리 ㅎㅎ
사과를 몇개를 넣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