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동검도 가보셨는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성당과 영화관이 있는 섬
동검도는 강화도 남동쪽 1.6㎢의 작지만 매우 아름다운 섬이다. 세상이 생긴 날부터 어김없이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이 소리없이 들고 나는 섬이다.
썰물 때는 끝이 보이지않을 정도의 광활한 갯벌이 펼쳐지고, 그 갯벌 속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숨쉬며 살아가는 ‘생명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두 개의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일곱평 규모의 작디작은 성당(채플)이 있고, 불과 35석의 좌석으로 고전적인 예술영화만 상영하는 미니영화관이 있다.
*대기점도-필립의 집
동검도 성당보다 더 작은 성당(예배당)을 굳이 찾는다면 전남 신안군의 ‘섬티아고 12사도 순례길’에 있는 예배당을 꼽을 수는 있다. 다만, 이곳 예배당들은 정식 성당이라고는 할 수 없고, 해외 및 국내 유명작가 10명이 12사도의 이름을 붙여 작품으로 만든 미니어처 건축물이다.
‘섬티아고’는 전남 신안군 소재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 등 5개 섬 트레킹 코스를 부르는 이름이다. 신안군에서 이들 섬에 예수님 12제자의 집을 세우고 ‘순례자의 길’을 만들었다. ‘12사도의 집’을 찾아가는 길이어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이름을 본따 ‘섬티아고’라고도 부른다.
동검도 성당을 섬기는 분은 조광호 신부. 조광호 신부는 카톨릭 사제로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지만 문학은 물론 그림에 있어서도 꽤 유명한 환경미술 작가이면서 디지털 회화 1세대 작가이다.
그는 특히 스테인드글라스 분야에서 최초의 특수기법 특허를 내는 등 이 분야에서 대표적인 작가이기도 하다.
동검도 성당은 영어로 Chapel로 표기하는데, 이곳은 규모가 워낙 작아 그곳에서 많은 신자들이 모여 예배를 보기는 힘들고 불과 몇 명만 조용히 기도하고 명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채플 유리창 밖에는 광활한 바다, 간조시에는 갯벌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어 자연의 변화와 신비로움을 내다보면서 조용히 명상하기에도 너무너무 좋은 예배당이다.
채플 옆에는 ‘갤러리’ 건물이 별도로 있다.
갤러리 건물 실내 1,2층에는 조광호 신부의 작품들이 상시 전시되어 있다.
동검도의 또 하나의 명물은 영화관이다. ‘DRFA 365예술극장’이라고 이름붙인 이 영화관은 현재 시점에서는 보기 힘든 고전영화만 상영하는 아담하고 예쁜 예술극장이다.
홈페이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가 극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객석수도 불과 35석이다.
필자의 여행경험으로도 외딴 섬에 극장이 있기도 어렵지만 특히 고전예술영화만 고집스럽게 상영하는 극장을 작디작은 섬 동검도에 세웠다는 건 참으로 놀랍고 기발한 아이디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극장 운영의 주인공은 유상옥 감독. 유감독은 ‘종려나무숲’(영진위 5억 사전제작 시나리오공모전 최우수상), ‘친구여, 켄터키 옛집으로’, ‘두 여자 이야기’(두편 2년 연속 영진위 시나리오공모전 대상), ‘허무의 이름들에게’(MBC문학상 수상) 등 다수의 영화 및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바 있는 관록있는 영화감독 및 시나리오 작가이다.
호주 대학에서 예술영화를 연구하고 있는 앤드류 잭슨 교수라는 분이 직접 유상옥 감독을 인터뷰하여 이 극장을 해외에 소개할 정도로 유명하다.
1999년에 동호회 형식으로 발족한 후 2013년에 정식으로 동검도에 극장을 오픈하였다. DRFA는 Digital Remastering Film Archive의 약자로 분실되고 사라져 가는 세계의 고전을 찾아서 복원하고 관객에게 소개하고 상영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DRFA는 그동안 '날이 새면 언제나', '안개 낀 밤의 데이트', '아가씨 손길을 부드럽게' 등 수많은 주옥같은 영화들을 올드팬들에게 소개해왔다.
‘DRFA365예술극장’은 1년 내내 하루 세차례 예술영화를 상영하며,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는 유 감독의 피아노 연주도 감상할 수 있다. 극장이라기 보다는 고급카페 분위기이다. 커피 등 음료수를 극장 안으로 들여와 마시면서 영화를 볼 수 있다.
극장 바로 앞에는 바닷바람에 바스락거리는 갈대숲과 함께 5천만평 규모의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이 또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다만, 좌석이 35석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관람하고자 하는 분은 사전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또, 사진에 취미가 있는 분들은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나가고 들어오는 갯벌에서 사진 장노출 촬영을 통하여 ‘고요’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도 있다. 채플 창으로 내려다보이는 북선착장 부근이 촬영포인트다. 동검도로 건너오기 직전 황산도 역시 갯골이 깊고 아름다워 장노출 촬영지로 유명하다.
세상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순간순간은 생생하지만 거칠다. 장노출 사진을 찍어보면 그 거친 순간들이 우유빛처럼 부드럽고 잔잔해진다. 마치 수묵화를 보는 것처럼 고요하고 몽환적이다. 거친 태풍바다도 장노출의 세계로 들어오면 순한 양처럼 부드러워진다. 아팠던 순간을 잠재우는 세월처럼 말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사진가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는 흑백사진을 장노출로 찍는 사진가로 유명하다. 케나의 사진은 세상의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 듯한 빛의 독특한 풍경으로 새벽이나 밤 시간에 길게는 10시간에 걸친 장노출로 촬영하기도 한다. 그는 이런 방식의 사진활동을 통하여 ‘고요(Tranquility)’의 깊이를 사랑한다. 그는 “이 순간의 소리없음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이기네”라고 말한다. 동검도는 이처럼 ‘호젓함’과 ‘고요’를 즐기기 위해 찾는 섬이기도 하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