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산행 일시: 2014.05.25(일) 당일산행 ㅇ코스: 주차장→삼신할미바위→삼단폭포→은행나무→암벽코스(A코스)→천태산 정상(715m)→헬기장→남고개→영국사→주차장(약 6Km) ㅇ산행 시간: 10:20 ~ 14:30 (약4시간, 40분 중식시간 포함) ㅇ행정구역: 충청북도 영동군 ㅇ길안내: -정상 가는 길: 암벽코스인 A코스, 사고다발구역 C코스, 완만한 D코스가 있다. 암벽코스로 올라가서 D코스로 내려오는 것이 좋다. -망탑 가는 길: 매표소가 있는 일주문으로 가지 말고 직진한다. 흔들바위와 망탑 그리고 진주폭포를 볼 수 있다. |
우리는 간혹 매력적인 것도 평소 관심밖으로 놓치고 사는 경우가 많다. 천태산이 나에겐 그런 존재였다. 100대명산임에도 다녀왔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오히려 부근의 서대산은 간혹 산행공지가 눈에 띄었었다. 하지만, 천태산은 충청북도의 설악산이라 불릴만큼 산세가 좋다하고 두번이나 다녀온 친구가 있을정도로 잘 알려진 산이었다. 더군다나 서울에서도 가까운 편이다. 천태산은 그렇게 나에게 무심함을 일깨우며 다가왔고 오늘 그 산을 가기위해 대간친구 18명이 모였다.
산행시작, 초입 때죽나무 군락을 지나
오전10시반 여느 큰 산처럼 넓은 광장 주차장에 도착한 관광버스들이 산객들을 풀어놓고 있었다. 족히 스무대쯤은 되어 보인다. 모두가 천태산 들머리인 계곡쪽으로 몰려 들어간다. 초입에 들어서니 향긋한 꽃향기가 난다. 주변에 새하얀 때죽나무꽃들이 지상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때죽나무는 꽃이 아래로 피는 습성이 있다. 계곡에 떨어진 꽃은 길에도 개울물위에도 떨어져 온통 하얀 꽃밭을 만들고 있었다. 이런 때죽나무가 물에 풀어 놓으면 고기가 떼죽음할 정도로 독성이 있다고 하니 반전이다.
▼산신할멈바위
▼삼단폭포
국난 극복의 역사를 간직한 영국사와 은행나무
천태산은 고려시대 의천이 세운 영국사란 절을 품고 있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서 국난을 극복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절앞에는 천년을 산 은행나무가 있다. 더러는 오백년되었다고 하나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용문사 은행나무 만큼이나 크고 우람하다. 마침 경내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을 통해 가을철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공민왕 이야기
고려 공민왕은 홍건적의 난을 피해 개경에서 안동으로 몽진을 한다. 그래서 충청도와 경상도에 걸친 산중에 공민왕과 관련된 유적지가 많다. 봉화 청량산의 산성도 그렇고 영동 천태산의 영국사도 그렇다. 왜구의 친입도 빈번한 시절이라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국난 극복의 콘트롤타워를 가동시켰다. 그로부터 공민왕은 난이 평정된 두달만에 다시 개경으로 돌아간다. 요즘 방영중인 '정도전'이란 드라마에도 공민왕이 나온다. 집권 초반에는 치세를 펼치다 노국공주를 잃고 남뒤부터는 방황하다 결국 수하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불행한 임금이다.
암릉타는 맛이 있는 천태산 암벽 구간
영국사를 지나 조금 오르니 암릉길과 우회길의 삼거리가 나온다. 초반 암릉이 거의 수직절벽에 로프도 없이 오르다 보니 기세에 눌렸는지 의외로 우회루트를 택하는 이들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줄서 가는것이 싫은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외줄인 경우는 꼼짝없이 기다리다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바위타는 맛(?)을 느껴봐야하지 않을까? 초반만 로프없이 위험스러웠고 나머지 구간은 로프가 잘 설치되어 있어 잡고 오르기에 수월한 편이었다. 로프구간이 많고 경사가 조금 있어 힘이 딸리는 분들에겐 조금 힘든 구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바위에 올라 전망을 내다 보면 멀리까지 보이는 것이 가슴이 확 트인다.
천태산 정상 그리고 아이스크림 파는 아주머니
12시반. 드디어 천태산 정상부에 다다랐다. 많은 팀들이 넓은 공터에 자리를 잡고 식사중이다. 우선 정상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에 쉬지않고 정상까지 올라갔다. 정상 표지석 부근에는 기념사진을 찍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서 있었다. 가까스로 사진을 찍고 기다리니 일행들이 오지않는다. 아마도 아까 지나친 정상 안부에서 식사를 하는가 보다. 조금 기다리다 올 걸 그랬나싶다. 덕분에 식사후 또 한번 정상을 다녀와야 했다. 오후1시를 넘으니 아까 그 많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표지석만 고즈넉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하 시간차 어프로치가 중요하구나.' 아까 올라올 때 아이스크림통을 메고 오르던 아주머니가 정상에서 아이스크림을 넘겨주고 있다. 여자분이 산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모습은 처음 본다. 무엇이 그녀를 이처럼 높은 곳까지 무거운 아이스크림통을 짊어지고 오르게 했을까? 사진 찍기를 청하니 손사레를 치신다. "아주머니 아이스크림 많이 파세요~"하고 인사를 하고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천태산 정상
하산길, 그리고 영국사에서 만난 소년
D코스를 따라 영국사로 내려가는 길의 능선은 암릉길에 가깝다. 중간중간 바위 구릉지대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여전히 멋지다. 중간에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하여 우산을 꺼내 들었다. 잠깐 내린 비로 산안개가 몽실몽실 올라올것만 같다. 거의 영국사 부근에 다다라 희뿌연 박무사이로 소나무숲이 나타났는데 운치가 있어 가는 걸음을 잠시 멈춘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된 것 같다. 영국사는 대웅전 앞에 삼층석탑이 있고 뒤로는 천태산 봉우리가 올려다 보인다. 대웅전에 오르니 한 체구가 마른 소년이 신발을 벗고 법당안으로 들어가 삼배를 올리고 불전함에 돈을 넣는다. 어린 소년 같은데 아마도 부모가 하는 것을 잘 본 모양이다. 나중에 주차장에서 그 소년을 또 마주쳤는데, "아까 대웅전에서 절했지?"라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불교를 믿나보다?"라고 물으니 엷은 미소를 지으며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그 소년의 대답과 미소가 오랜동안 기억에 남는다.
▼영국사
에필로그
요즘 사무실 일이 바빠지다보니 포스팅 쓰는데 자꾸 지각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오가는 지하철속에서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누가 이런 노력을 알아주기나 할까 싶지만 습관이 되니 왠지 써야만 할 것 같다. 그리고 단골로 찾아주는 블로그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써야하지 않을까하고 당위성을 찾아본다ㅎ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