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강남센터
글 德田 이응철
첫차의 이미지는 언제나 산뜻함 보다는 잠을 깨우며 부산을 떨어 내겐 항상 귀찮은 느낌이다.
모두 새벽잠에 빠져 있을 무렵 ,오랜만에 25번 예매표에 의해 뽀얀 새벽을 가르며 서울로 치달렸다.
지하철은 가끔씩 몸을 실었지만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앞뒷산 모두 녹음방초로 우거진 살기좋은 강촌 IC를 향해 차는 상큼한 강촌대교를 건너 거침없이 달린다.
항상 사무적인 아내는 얘깃거리 하나 준비하지 않고 잠에 빠져 있다. 년 1회씩 큰 딸 덕분에 딸 회사에서 베푸는 부모 건강검진에 매년 충실하다. 얼마나 고마운가! 다른 공무원들은 그런 특혜가 없는데 ,유난히 강원랜드에서 베품에 감사한다.
염천지절炎天之節이다. 아침부터 펄펄 끓는다. 35도, 입추가 지났는데 우리를 지치도록 물러나지 않고 강행군 하는 폭염이 아닌가!
빨간 카드로 서초구 4번 출구 문을 연다. 찾아간 접수처에서 검진 옷으로 갈아입고 손에 죄수처럼 563번이란 번호를 부여받고 한마디 던진다. -새벽 첫차로 왔습니다.
가는 곳마다 번호를 찍으면 자동 접수가 된다. 검진을 받은 곳에서 다음 갈 곳을 안내해 준다. 8시인데 벌써 꾸역꾸역 검진자들이 몰려든다. 직장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이 태반이다. 아내와 검진이 다르므로 잔소리 주머니를 자연스럽게 떼어놓으니 홀가분하다.
작은 창문앞 위내시경에 접수를 하고 창밖으로 한양 강남 서초 노른자를 응시한다. 대법원이 장엄하게 위용을 자랑한다. 사법부의 최고기관인 대법원-.복잡한 우리 사회에 다툼 또한 많아 요즘 대법원이 업무가 예전과 다르게 폭주란다.상고심, 선거재판을 다룬다고 사회선생하면서 얼마나 시험문제로 요리했던가!
위내시경을 한 아내는 씁쓸하게 용정을 제거했다고 고한다. 5만원ㅡ, 발견을 잘했다고 위로한다. 그리고 식습관 한마디를 잊지않았다. 유난히 최근들어 라면을 즐기는 내자 최 아낙!, 고집불통하면 안,강,최로 동메달이지만 내 충고엔 고집불통 금메달 ㅎㅎ.
물개처럼 유난히 많이 지체되고 있는 검진자들의 섬 ! 드디어 이름을 호출한다. 옆으로 뉘인다. 어머니 손길같다. 포근한 담뇨로 등을 대주고 다독인다. 입에 호스를 물고 깊숙히 호흡을 권한다. 순간, 괜시리 두려움이 엄습한다. 긴장하지 말라고 한다. 흡입하면서 나는 어느새 곤히 마취되어 무감각이다.
한참 후, 내시경은 벌써 끝났다고 조용히 흔든다. 잠시 누워 순간 죽어있던 자신을 돌아보며 씁쓸한 감회에 젖는다. 잠시 내려오니 위를 촬영한 사진들이 반긴다. 빨간 토마도처럼 건강한 색깔로 숨어살던 위(胃). 와ㅡ. 위가 아주 정상이라고 해주는 한마디에 힘을 생긴다. 흰색이 조금 보이는 것은 고령자들께 나타나는 것이라 묻지도 않은 말을 전해준다.
75년간 저 붉은 밥통(위)는 얼마나 바쁘게 동행하며 인고의 세월을 함께 했을까? 한때는 술을 안하니까 주점부리로 얼마나 위를 한시도 편하게 쉬지 못하게 했던 내가 아니었던가!
위는 정상입니다라고 판명해 주자 나만의 비법인 아침 토마토 익혀 먹기가 주효했음을 스스로 자위한다. 분명 효과가 있으리ㅡ.
인간은 나약하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살아있는 인간은 원래 나약하다고 한다. 그런 몸으로 삶을 헤쳐나간다. 튼튼하고 근육질인 것은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죽음 후엔 모두 강철 같지 않은가! 살면서 나약하다고 푸념했는데 요즘 책을 보고 위안을 삼곤한다.
본인 부담이 1인당 40만원씩이니 80만원을 지불했다. 그 중에는 허리 MRA, 췌장MRA등을 더 추가하며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
건강이란 결국 인간 모두가 추구하는 목표이다. 검진을 받으러 온 사람들을 보라! 숙연한 태도로 무서운 질병이 검진되지 않았다는 심판이라도 기다리는 마음이리라. 거룩하다. 묵음으로 차례를 기다리는 나약한 군상들의 행렬이다.
정오가 되기 전에 검진은 종료되어 벗어논 옷을 선녀처럼 갈아입고 , 공복으로 참아온 검진자들께 흰죽을 대접하는 협회측이 고맙다. 순식간에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위내시경할 때 목이 지금도 미식미식하다고 절반을 남겨 모두 털어 허기를 채웠다.
항상 호기심이 아이들처럼 넘친다. 직원들 간 검사부서의 불평등 문제이다. 어느 부서는 간단하고, 다른 부서는 정신이 없이 바쁘다. 알고보니, 일정 기간 동안 검사 부서를 바꾼다고 한다. 모두 친절하다. 외국인도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자랑스럽다.
딸에게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고 폭염 횡포가 절정을 이루는 두시 반경, 경춘 하행선 버스에 올라 10시간만에 우거 寓居로 돌아왔다. 후련하기도 하지만 또 코로나가 극성이란다. 은근히 걱정이 된다. 값진 하루를 선사한 신에게 감사한다.
과난성상(過難成祥)이라고 어려움을 겪으면 상서로움이 온다라는 말을 다시 새긴다. 간밤에 얼마나 새벽차를 타고 아내 잔소리를 옆에 끼고 동행하는게 솔직히 썩 내키지 않았다. 거뜬한 마음으로 춘천을 돌아오니 한결 고맙다. 보라 시도때도 없이 어느날 사형선고를 받아 지구를 떠나는 지인들이 지난해에도 손을 꼽을 정도가 아니던가!
누군가가 현대 지구는 커다란 병실이라고 했다. 과학의 발달과 역행하는 공해로 인한 무시무시한 질병들이 판을 친다, 만년설이 녹고, 북극 영구동토층이 해빙되면서 고약한 병마들이 고개를 든다고 하지 않던가! 하루 하루 건강하게 사는게 행복이다.
내일이 말복末伏인데 어디가서 한 칼 단백질을 취하리라. 찜통더위는 그칠 줄을 모르고 한반도를 강타한다. 늦게 찾아온 선비 매미도 곁에서 세상이 맵다고 맴맴 울어대는 한여름, 여름나기가 예로부터 힘들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모든이들 건강하게 참아내길 진심으로 바라며 사는거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