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년간 쉬었더니 몸이 근질근질해서 나왔다"
"이종범 코치 영입 이유? 한화를 빠른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
"야구인생 처음으로 외국인 코치 쓸 예정이다"
"신인들 과감하게 기용할 거다. 베테랑들 입이 툭 튀어나올 것"
"류현진은 팀의 기둥, 미국에 간다면 팀의 기둥이 뽑히는 일. 그러나 개입은 없다. 구단 결정에 따를 것"
"박찬호 필요하다. 그러나 보직은 중간이나 마무리"
"포수 트레이드 시도, 투수만 요구하니"
"선동열과 사제대결? 프로에 '사제'가 어딨나. 다 프로지"
시대가 그를 불렀다. 김응용 감독을 두고 하는 소리다.
10월 15일 대전 한밭구장에선 한화 제9대 감독 취임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김응용(71). ‘김응용’이란 이름 석 자가 주는 무게감 때문일까. 취임식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한화 관계자가 “류현진이 미국 진출 기자회견을 열어도 이 정도로 많은 취재진이 몰릴지 의문”이라고 말한 것도 과장은 아니었다.
김응용이 누군가. 그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이었다. 해태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을 9회나 거머쥐었다. ‘빈자(貧者)의 팀’ 해태에서 성취한 결과라, 의미가 더 깊었다. 삼성 감독이 돼서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또다시 안으며 그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전무후무한 ‘V10' 사령탑이 됐다.
2004년을 끝으로 현장에서 은퇴하고서도 그의 전설은 계속됐다. 현장 감독으론 사상 최초로 구단 사장을 맡아 2005,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일생에 단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들다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그는 현장과 프런트를 오가며 12회나 경험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응용을 가리켜 “천운을 타고난 야구인”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김응용에게 천운은 한국시리즈 제패가 아니었다. 일전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좋아하는 야구를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진정한 천운이었다”고.
하지만, 천운은 2010년까지였다. 그해 삼성 구단 사장에서 물러나며 김응용은 야구인(野球人)에서 야인(野人)이 됐다. 1983년 해태 감독 취임 이후, 1년도 쉬지 않고 야구와 함께 숨을 쉬었던 그는 사장에서 물러난 뒤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은퇴자의 삶을 살았다.
그즈음 <스포츠춘추>는 제주에서 그를 만났다. 시대는 그를 놔준 듯했다. 그도 시대로부터 자유로워진 듯했다. 그는 카리마스마 넘치던 과거의 냉혈한 승부사가 아니었다. 웃음 많고, 해맑은 영락없는 70살 야구소년이었다. 그라운드를 누비던 거구의 코끼리 감독은 사라지고, 야산에서 복숭아를 따며 자족하는 명랑한 노인만 있을 뿐이었다.
당시 그는 “마지막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야구계를 위해 할 일이 있으면 헌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방법으로 헌신하실 거냐”는 말엔 호탕하게 웃으며 “감독 빼곤 다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야구는 하되 감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스포츠춘추>는 김응용과 다시 만났다. 하지만, 김응용은 1년 전 유유자적 인생을 즐기던 그 김응용이 아니었다. 그는 해태와 삼성 감독 시절 야구계를 호령하던 명장 그 김응용이었다.
한화가 김응용 감독을 선임한 배경 10월 1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제9대 김응용 감독 취임식 장면(사진=한화)
김응용 전 삼성 감독의 현장 복귀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걸 안건 9월 말이었다. 김 전 감독은 9월 중순 현장 복귀 의사를 내비친 바 있었다. 당시 김 전 감독의 측근은 “감독님이 현장 복귀 의사를 넌지시 밝히셨다”며 “슬쩍 의중을 떠보라”고 귀띔했다. 원체 확실한 정보통이라, 순간 “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현장 복귀가 현실화될지 의문이었다. 감독에서 물러난 지 8년, 사장을 그만둔 지도 2년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게다가 세상은 젊은 감독들을 원하고 있었다. 휴대전화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놨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화가 김응용 전 삼성 감독과 접촉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긴가민가했다. 그도 그럴 게 이전까지 한화의 감독 후보군에 ‘김응용’이란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한화의 김응용 영입은 하루가 다르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처음 한화가 김 전 감독과 만난 건 우연이었다. 소개로 만났다. 그때는 ‘만나 이야기나 들어보자’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김 전 감독과 만나고서 생각이 바뀌었다. 김 전 감독의 현장 복귀 의지가 원체 강한데다 한화 문제점을 정확히 짚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현장 감각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김 전 감독은 이미 검증된 지도자라, 그의 능력에 의문을 품을 필요가 없었다.
한화는 김 전 감독과 한차례 더 만나고서 마음이 기울었다.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다면 건강이었다. 김 전 감독은 71살의 고령이었다. 당뇨로 고생한 바도 있었다. 하지만, 병원 진단 결과는 ‘신체 나이는 50대’라는 것이었다. 한화는 건강 문제가 해결되자 김 전 감독에게 10월 초 계약서 초안을 보냈다. 감독 발표는 10월 5일에 하기로 했다. 김 전 감독은 한화 선수명단과 코칭스태트 면면을 보며 새 시즌 구상에 들어갔다. 예정보다 발표는 다소 미뤄졌지만, 김 전 감독 카드는 여전히 유효했다.
결국 한화는 8일 ‘김 전 감독을 제9대 사령탑으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왕이 귀환하는 순간이었다. 김 감독 영입을 발표하고서 한화 관계자는 선임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팀엔 젊은 선수가 많다. 박찬호, 류현진, 김태균 등 슈퍼스타도 즐비하다. 코치진 역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들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젊은 선수들의 역동성과 슈퍼스타의 능력,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지도자들의 노하우가 더해져 훌륭한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젊은 선수는 자릴 못 잡아 방황하고, 슈퍼스타는 팀보다 자기 위주,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코치는 과거의 이름값만 믿고 지도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우린 그런 부정적인 면을 단번에 휘어잡을 강력한 감독이 필요했다. 그래서 김 감독을 선택했다. 과거를 돌아보면 제아무리 슈퍼스타라고 해도 김 감독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였다. 능력만 있으면 20살 신인이라도 과감하게 기용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를 이뤘다. 다년이었던 코치 계약을 1년으로 바꾼 것도 ‘코치들이 나태해지면 안 된다’고 주장한 해태 시절 김 감독의 작품이었다. 김 감독 휘하에선 누구도 이름값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해야만 한다는 것. 지금 한화에 필요한 게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소통? 야구 감독은 대학교수가 아니다."
![]() 한화 김응용 감독이 야구계에 돌아왔다. 베테랑 감독의 등장으로 내년 시즌 프로야구는 더 흥미진진해질 전망이다(사진=도현석 작가) |
한화 제9대 감독에 선임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아, 이거 죽겠어(웃음).
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오셨는데요. 소감이 남다르실 듯합니다.
한편으론 즐겁고, 한편으론 긴장도 되고 그래요.
지난해 제주 서귀포에서 뵙을 때만 해도 “감독은 죽었다 깨도 맡지 않으시겠다”고 하셨는데요. 그로부터 1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계기가 있으셨나요.
계기는 뭐, 하고 싶던 차에 찾아와서 좀 해달라고 하니까 한다고 그런 거지. 2년 정도 쉬니까 몸이 근질근질하더라고(웃음).
한화에서 감독 제의를 받으셨을 때 고민 좀 하셨을 듯합니다.
고민? 고민은 뭐, 한편으론 재밌잖아. 하위팀 맡아서 해보는 것도. 만날 해태, 삼성 강팀에만 있다가 약팀 맡는 것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지.
한화가 일사천리로 감독님을 영입했습니다.
일사천리? 그랬지. 서로 마음이 맞았으니까. 뭐 고민할 필요 없잖아. 안 그래?(웃음).
2010년 삼성 사장 그만두시고, 오랜만에 가족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셨을 텐데요.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셨을 때 가족분들이 서운해하셨을 듯합니다.
서운한 것보다도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 선수들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데 대화가 되겠느냐고 하더라고. 그래 내가 그랬지. ‘나는 31살 때부터 감독했다. 감독 밑엔 코치가 있지 않느냐. 감독과 대학교수는 다르다. 대학교수는 혼자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지만, 감독은 코치가 있고, 그 코치가 선수들을 가르치는 거다. 난 코치들과 잘 호흡을 맞추면 되는 거다.’ 그러니까 별 이야기 안 하더라고.
사실 요즘 시대엔 ‘소통’이 화두입니다. 돌아보면 해태, 삼성 감독하실 때도 선수들과 교류는 적었던 것 같은데요.
원래 안 했지.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야. 만약 선수 폼이 마음에 안든다. 그걸 하나하나 선수한테 말하면 선수만 피곤해. 또 감독이 그런 걸 물고 늘어지면 코치들이 뭐가 되겠어.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도 못하지 않겠어? 선수들이 안 보는 데서 미팅할 때 코치한테 “잰 어떠냐” 정도 물어야지. 직접 선수들 가르치는 건 코치니까 인정해줘야지. 우리 코치들 면면이 좋으니까 잘 지도하리라고 봐. 무엇보다 야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하는 거야. 선수가.
“일본인 투수코치 영입 고려 중, 베테랑이라고 봐주는 거 없다.” 한화 주루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이종범. 이종범은 "연봉 5천만 원이라도, 김응용 감독님을 도와 한화를 강팀으로 만들 수 있다면 5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공부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말했다(사진=한화)
코칭스태프 조각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온 것 같습니다. 코치들 이름만 보면 ‘슈퍼스타 코칭스태프’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감독 낙점을 받고 나서 바로 코칭스태프를 조각하신 게 아닌가 싶은데요.
(손을 가로 저으며) 아니야. 내가 감독 되고서 갑자기 구성한 거야. 처음엔 아무도 없었어. 기존 코치들 바뀐 것도 프런트에 가서 물어보라고. 내가 바꾸라고 한 적 없어. 코치 몇 명 이름이 없어서 물어보니까 자기들이 그만뒀다고 하더라고.
과거 해태 감독 시절 감독님을 보좌했던 ‘해태 출신 코치’들이 상당수 한화 코치진에 합류했습니다.
그것도 그래. 갑자기 코치 몇 명이 그만두니까 서둘러 영입한 거지. 난 어느 팀에 가도 누굴 데리고 다니거나 그러지 않아. 감독하면서 ‘김응용 사단’ 그런 게 한 번도 없었다고. 삼성 갔을 때도 봐. 가니까 코치진이 4명인가 비어 있더라고. 그래 ‘딱’ 4명만 채웠지. 난 맨몸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늘 맨몸으로만 움직인 놈이야. 이번에도 구단에서 ‘이 코치는 계속 두겠습니다’ 했을 때 ‘아. 그렇게 하세요’했다고.
애제자였던 이종범이 주루코치를 맡게 됐습니다.
이유가 있어. 비교적 한화가 느린 팀 아니야. 빠르게 만들려면 이종범 같은 코치가 필요하지. 그래서 불렀어.
프로야구에서 수석코치는 흔히 감독의 ‘복심(腹心)’이라고 합니다. 그 복심에 김성한 수석코치를 선임한 배경이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김 수석은 근성이 있잖아. 한화가 충청도 양반이라 그런지(웃음), 이겨야 한다는 근성이 부족한 것 같더라고. 그래서 불렀지. 근성 좀 불어 넣으려고.
타격코치와 투수코치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듯한데요.
(배팅 케이지를 가리키며) 타격코치들 봐. 김성한, 김종모, 장종훈 타격달인들이 수두룩하잖아. 그 코치들이 타선을 잘 이끌 거라고 본다고. 이종범도 주루코치지만, 타격 달인 아니야. 우리나라 한 시즌 최고 타율도 기록했고 말이지. 투수코치는.
네.
(잠시 말문을 닫았다가) 외국인 코치 하나 데려오려고 해.
외국인 코치요?
일본인 투수코치를 영입할 생각이야.
해태, 삼성 감독 시절 외국인 코치를 일절 옆에 두지 않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랬지. 한 번도 쓴 적이 없지. 순 토종 코치만 썼는데…. 왜 쓰려고 하냐면. 투수들 몇명 기량 좀 발전시키려고 그래. 선수들 마인드 컨트롤이 약하다고 해서 그것도 좀 교정하고 싶고.
김응용 감독은 인터뷰 도중에도 계속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해태, 삼성 감독이 됐을 때도 한 달간 묵묵히 선수들의 훈련장면만을 지켜봤다.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와 함께했던 야구인들은 “김 감독의 선수 파악법이 원래 그렇다”고 귀띔했다.
한화 감독 취임하시고서, 계속 선수들의 훈련만 말없이 지켜보고 계십니다.
지금 (선수들을) 파악하려고 그러는 거지. 어느 선수가 어느 정도 실력인지 보는 거야. 나처럼 실력도 없는 놈이 지금 나서서 뭐하겠어, 보라고, 코치들이 다 달인들 아니야. 김성한, 이종범 다 한 가닥 했던 코치들이잖아. 코치들이 나서지, 나는 뭐 선수들이나 보는 거지.
한화 선수단을 보시면서 보강해야할 점이 뭔지 발견하셨을 것 같습니다.
자꾸들 나한테 와서 ‘한화 단점이 뭐냐’고 묻는데, 자꾸 단점만 이야기하면 뭘 해. 이제 새출발 하는데 좋은 것만 봐야지
그럼 한화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뭐 장점도 이야기할 필요 없을 것 같아. 이제 만들어내야지. 음, 일단은 수비를 강화해야 할 것 같아. 다 이기는 경기를 수비 때문에 놓친 게 얼마나 많아. 그리고 말이지. 좀 생각하면서 야구했으면 좋겠어. 너무 생각을 안 하고 야구했던 것 같아. 이기고 있을 때 괜히 엄한 짓 해서 죽는다든지 그런 플레이는 앞으로 안 해야지.
![]() 김응용 감독이 첫 번째로 '될 성 싶은 나무'로 꼽은 신인 우완투수 조지훈(사진=한화) |
많은 이가 한화의 타격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 글쎄. 사실 한화 타격이 강한 편은 아니잖아. 팀 타율도 그렇고. 다 이유가 있어서 하위팀이 된 거 아니야? 명단 봐. 김태균 빼면 누구 있어.
김태균 같은 강타자를 만들어내는 게 한화 코칭스태프의 임무가 아닐까도 싶은데요.
선수를 키워내려면 방법은 하나야. 젊은 선수들한테 기회를 주는 길밖엔 없어. 내가 원래 그런 거 좋아하잖아. 고교 졸업하고 바로 입단한 선수들 주전으로 쓰는 거(웃음).
세대교체를 하시겠다는 말씀처럼 들리는데요.
(고개를 끄덕이며) 해야지. 지켜보라고. 홍현우, 장성호, 저거 누구야. LG에서 4번 치는 놈. 걔 있잖아.
정성훈이요?
그래 정성훈. 홍현우고, 장성호고, 정성훈이고 걔들 다 고교 졸업하고 해태 입단해서 바로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이야. 내 덕분에 30대 이전에 다 FA 된 거 아니야(웃음). 된다 싶으면 어린 선수들부터 쓰는 게 중요하다고. 베테랑들 입이 좀 튀어나올거야(웃음). 난 못하면 일단 안 써.
감독님 눈에 들어온 신인이 있을 듯한데요.
지금 ‘딱’ 하나 보는 게 투수 조지훈이야. 하프 피칭 하는 거 처음 봤거든. 괜찮더라고. 팔 스윙도 좋고, 폼도 좋고.
감독님만의 ‘이 선수는 된다’하는 기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유연해야 해. 그런 애들이 연습시키면 시킬수록 금방금방 실력이 늘지. 그리고 폼이야. 야구는 정말 폼이야. 폼 나쁜 선수 억지로 훈련시켜보라고. 몸만 고장 난다고.
감독님은 선수들 폼을 억지로 손 대는 지도자는 아니신데요.
해태, 삼성 있을 때도 선수들 폼은 안 고쳤다고. 웬 줄 알아? 이 세상에서 제일 고치기 힘든 게 폼이라고. 감독이 선수한테 “폼 고치라”고 아우성쳐봐야 다 필요 없어. 담당 코치랑 선수가 상의해서 수정하는 게 제일 좋다고. 사실 감독이 하는 게 뭐 있나. 코치들이 다 하는 거지. 코치가 쓰자면 쓰고, 빼자면 빼야지(웃음).
감독님 말씀 들으니 팀이 상당 부분 변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데요.
모르겠어. 내 말의 요지는 ‘베테랑이라고 봐주는 거 없다’ 이거지. (빙그레 웃으며) 베테랑들 입 좀 튀어나올 거야. 보라고.
“류현진이 미국 간다면 팀 기둥이 뽑히는 일. 하지만, 개입은 없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좌완 투수 류현진(사진=한화)
‘베테랑이라고 봐주는 거 없다’고 하셨는데요. 기존 베테랑 선수들이 바싹 긴장할 듯합니다.
한화 와서 보니까 좋은 선수가 별로 없어. 베테랑이라고 봐주고, 뭐라고 봐주고 그렇게 할만한 선수도 없어. ‘김태완, 김태완’ 이야기해서 봤는데. 공익근무 2년 차라고 하더라고. 보니까 훈련 많이 해야겄대. 야간훈련하는 걸 한번 봤는데, 아직 멀었어. 스윙이 ‘영’ 아니야. 지금 스윙은 슬로비디오 스윙이야. 스프링캠프에서 엄청 훈련해야 할 것 같아.
일부에선 “한화처럼 약팀은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서만 거듭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감독님은 훈련량이 비교적 적은 감독으로 유명하셨습니다. 그 기조를 계속 유지하실 것인지, 다소 변화를 주실 건지 궁금합니다.
일단 프로잖아. 프로에서 훈련량은 선수 본인이 알아서 정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기조는 계속 유지할 생각이에요. 그런데 몰라. 김성한 수석코치한테 물어보라고. 훈련 많이 시킬지, 안 시킬지(웃음). 성공할 수 있는 선수는 훈련을 많이 시키겠지.
현재 프로야구는 ‘강도 높고 긴 훈련을 효율적’으로 보는 시각과 반대로 비효율로 판단하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감독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난들 알아(웃음).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우리 선수들은 생각부터 다르잖아. 걔들은 개인적으로 어떻게든 몸을 만들려고 하고, 자기가 만들 줄도 알잖아. 반면에 우리나라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누가 시키는 훈련에 익숙하잖아. 지도자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을 시키니까 개인훈련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그게 문제지. 현실적으로 미국식만 고집해선 안 되는 이유야, 그게.
마무리 캠프는 어디서 하실 예정이십니까.
충남 서산 2군 훈련장에서 할 것 같아. 열심히 해서 선수들을 잘 만들어내야지.
해태, 삼성 모두 강력한 투수진을 바탕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많은 야구전문가가 감독님을 평가할 때 “마운드 구축에 일가견 있는 지도자”라고 말합니다. 한화 마운드를 어떻게 강하게 만드실까 사실 기대가 큽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혼잣말) 그런데 우리 투수진 보면 참 큰일이야.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아니지, 큰일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지. 키워야지. 키우는 수밖엔 없어.
올 시즌 김혁민, 유창식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구단 말을 들어보니까 두 선수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고. 유창식도 일본 교육리그에서 잘 던지고 있다고 하고. 마운드도 마찬가지야. 난 고등학교 졸업만 하면 야수고 투수고 ‘막’ 썼어. 신인투수도 몸이 부드럽고 폼이 좋다 싶으면 ‘막’ 쓸 거야. 그러면서 키워내야지. 이거 투수진에서도 입이 삐죽 튀어나올 선수들이 많겠네(웃음).
2006년 이후 한화 마운드의 기둥은 늘 류현진이었습니다. 내년 시즌 한화 마운드도 류현진의 미국행 여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감독님께서 보시는 류현진은 어떤 선수입니까.
우리 팀의 기둥이지. 내년에도 기둥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모르겠어. 아직 (미국행 여부가) 결정난 게 없으니까. 개인적으론 (류)현진이와 면담도 하지 않은 상태야. 구단에서 어떻게 결정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
감독 입장에서 류현진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클 듯합니다.
그럼 크지. 현진이가 우리 팀 기둥 아니야. 안 그래도 우리 팀 투수력이 약한데, 현진이까지 빠진다고 생각해봐. 참….
과거 해태 시절 감독님은 당대 최고 에이스 선동열을 일본으로 보내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선)동열이가 은퇴할 때가 돼서 아쉬움 없이 보낸 거야. 정말 즐겁게 보내줬지. 그런데 (이)종범이 보낼 땐 굉장히 아쉬웠다고.
선동열, 이종범과 비교해 만약 류현진이 미국에 간다면 아쉬움의 강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현진이가 훨씬 세겠지. 왜냐하면 아까도 말했지만, 현진이가 우리 팀 기둥이라고. (미국) 가면 기둥이 완전 뽑히는 셈이 되는 거야. 미국행 여부는 구단이 결정할 문제라고 봐. 어쨌든 2014년까지 두 시즌 동안 선수는 구단 몸이니까. 잘 매듭짓겠지. 난 절대 개입 안 해.
![]() 박찬호는 계속 선발로 뛰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화 새 코칭스태프는 "박찬호가 필요하다"면서도 팀을 위해 불펜에서 뛰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박찬호의 향후 거취는 11월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사진=한화) |
류현진만큼이나 박찬호의 거취도 야구계의 관심사입니다.
(혼잣말로) 이런 이야기까지 다 해야 하네. 난 몰랐는데 애초에 (박)찬호가 한화에서 1년만 뛰기로 했었다네. 취임식 즈음에 구단한테 그렇게 들었다고. 선수 본인은 ‘10월 중 미국으로 건너가 지인들과 논의해서 11월 귀국할 때 결정사항을 말씀드리겠다“고 하더라고. 뭐 어떡해. 박찬호 같은 대선수한테 내가 "하라, 마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잖아.
감독님께서 박찬호에 “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신 것으로 아는데요.
있으면야 도움은 되지. 내 생각은 역할을 좀 바꿨으면 싶은데.
감독님께서 박찬호를 마무리로 쓰고 싶단 말을 하신 걸로 압니다.
선발로 뛰기엔 나이도 있고, 투구수가 적을 때 공이 확실히 좋더라고. 중간이나 마무리나 그게 좀 더 나을 것 같긴 해. 그런데 선수 본인이 아직 결정을 못한 상태에서 내가 ‘선발해라, 마무리해라’ 할 순 없을 것 같아. 현역으로 계속 뛰겠다 결정하면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논할 생각이야.
만약 박찬호가 1년 더 한화에서 뛰고, 보직이 마무리로 결정된다면 외국인 투수 2명을 선발로 뽑을 수 있겠군요.
그렇지.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 선수한테 어떻게 마무리를 맡겨. 몇 년 같이 뛰었으면 모를까. 그런데 모르겠어. 외국인 선수 한 명은 결정된 것 같은데, 나머지 한 명을 어떤 스타일로 뽑을지 모르겠어. 그거 봐서 결정해야 할 것 같아.
감독님께서 취임 일성으로 “우승하려면 운동장을 넓혀야 한다. 대전구장의 가운데 펜스까지 거리를 현재 114m에서 125m까지 늘여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요. 그 또한 한화 투수진의 특성을 고려한 조치란 생각이 듭니다.
펜스가 짧으면 투수들도 불안하고, 수비수도 불안해 하지. (손가락으로 펜스를 가리키며) 저기 보라고. (인상을 찌푸리며) 아이, 한 두발 가면 타구가 펜스를 넘기는데 무슨 야구 보는 재미가 있겠어. 어떻게든 쫓아가서 잡고 그런 맛이 있어야지. 중앙 펜스 거리가 114m면, 이게 뭐 리틀야구장이지.
구단에서 “늘리겠다”고 하던가요.
늘린다고 하던데. 늘리기로 한 거 아니야? 투자할 게 뭐 있어. 있는 땅에 펜스만 뒤로 늘리면 되는데. 그거 돈도 얼마 들지 않아. (뭔가 생각난 듯) 아, 좌석이 좀 줄겠네. 몇백석 줄 거야.
한화가 펜스 늘리는 대가로 정규 시즌 10승만 더 따내도 본전은 뽑는 게 아닌가 싶긴 한데요.
내가 예전에 감독 할 때도 대전구장만 오면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고. “운동장 좀 넓혀야겠다”고 말이지. 좌석은 좀 줄어도 선수들이 더 잘하면 관중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 야구가 재밌으면 손님들도 많이 모이지 않겠어?
"선동열과 사제간 대결, 프로에 '사제'가 어딨나?"
![]() 해태 감독 시절 김응용. 그는 빙그레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꿈을 매번 좌절시켰던 감독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삼성 감독에 이어 이제 한화 감독이 됐다 |
해태 감독 시절 빙그레(한화의 전신)는 한국시리즈만 올라가면 해태를 상대로 ‘영’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1988, 1989, 1991년 한국시리즈에서 빙그레는 결국 해태라는 산을 넘지 못하고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는데요. 그래선지 당시엔 감독님을 미워하는 대전 야구팬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러나 팬들의 증오 이면엔 존경심이 숨어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이, 그 이야기는 내가 삼성 감독 갈 때도 많이 들었다고. 대구 팬들이 그러데. “제일 미워했다”고 말이지(웃음). 삼성도 한국시리즈에서 3번인가 해태한테 졌잖아. 그러고 보면 참 그래. 내가 삼성도 가고, 한화로도 오고 말이지(웃음). 몇 번 대전구장 출근할 때 한화 팬들 뵙는데 많이들 알아보시고, 인사해주시더라고.
과거의 빙그레는 어떤 팀으로 기억되십니까.
빙그레, 강팀이었지. 장종훈이 ‘펑펑’ 넘기지. 송진우 잘 던졌지. 한때는 굉장한 강팀 아니었어. 근래 많이 약해져서 그렇지, 원래 좋은 팀이었어.
과거 빙그레엔 좋은 포수도 많았습니다. 역설적으로 근래 한화의 약점으로 포수진을 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한숨을 내쉬며) 이야-. 포수 때문에 투수들도 손해를 많이 봤을 거야. 첫째 과제가 그거야. 좋은 포수를 만들어 내는 거.
포수 강화 차원에서 트레이드도 고민하신 것으로 아는데요.
트레이드를 하려고 그래도 ‘포수 달라’고 하면 저쪽에서 ‘투수 달라’고 하니 이게 되나. 우리 선수층이 얼마나 얇아. 투수는 말할 것도 없잖아. 그런데 어떻게 투수를 주냐 말이지. 말이 안 되지.
올 스토브리그엔 한화가 FA 영입전에 과감하게 뛰어들 것이란 예상이 많습니다. 감독님께서도 “전력강화 차원에서 2명 정도 FA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치셨는데요.
그 정도는 잡아야 힘이 될 거 같은데. 정성훈도 좋고, 다른 좋은 선수들도 이번에 나오잖아. 모르지 뭐. FA 영입도 원래 구단 간 경쟁이 심한 거 아니야? 아직 FA 공고도 안 나왔으니까 접촉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일단 지켜봐야 하지 않나 싶어. 한국시리즈 끝나고 ‘보호선수 20명’도 묶어야 하는데, 그건 코치들과 상의해 결정할 생각이고.
감독으로 치자면 8년간의 공백, 구단 사장까지 치자면 2년의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야구계의 현실에서 ‘감(感)’을 찾으시는 게 급선무 같은데요. 요즘 한국 프로야구가 어떻게 변화했다고 보십니까.
글쎄. 요즘은 뛰는 야구가 대세 아니야? 옛날처럼 홈런 타자가 많아서 한방으로 역전하는 경우가 별로 없잖아. 이젠 이기려면 세밀한 야구를 해야 해. 옛날하고 달라. 일본도 마찬가지잖아. 발 빠른 선수들만 데려다 쓴다고. 난 해태, 삼성 감독할 때 운이 좋았어. 빠른 선수들이 많았거든. 한화에도 그런 선수가 2, 3명은 있어야 해. 김태균, 최진행 같은 장타 치는 선수들은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볼 때 현재 한화엔 단독 도루에 성공할 선수가 몇 안 돼. 어찌됐든 발 빠른 선수를 키워내는 게 정말 중요할 것 같아.
구단 사장을 역임하며 프런트 생활도 하셨습니다. 당시 경험이 현장으로 돌아온 지금,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한데요.
현장하고 프런트는 역할이 다르잖아. 현장이야 야구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프런트와 만날 일도 없어. 자기 할 일만 하면 되지. 프런트도 현장 일엔 개입 안하면 그만이야. 난 원래부터 프런트한테 협조할 건 협조하고, 얻을 건 얻는 감독이라서, 구단 사장해봤다고 뭐 달라진 건 없을 것 같아.
대화 도중 느끼는 겁니다만, 감독님께서 더 부드러워지신 듯합니다.
원래 내가 부드러운 남자 아니야. 옛날엔 괜히 센 척했던 거지(웃음).
전임 감독이 공교롭게 해태 시절 선수였던 한대화 감독이었습니다.
한번 통화했어. (이)순철이, (선)동열이랑 셋이서 운동하고 식사하다가 전화했다고 하더라고. (한)대화한테 코치들에 대해 좀 물어봤지. 자긴 아직 대전에 있다고 하더라고(웃음).
내년 시즌부터 펼쳐질 KIA 선동열 감독님과의 ‘사제간 대결’에 많은 야구팬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프로에서 사제간이 어딨어. 내가 항상 이야기하잖아. ‘사제’는 아마추어 때나 하는 이야기라고. 선동열 감독도 프로로서 계약한 거고 나도 프로로서 계약한 거야. 선수, 감독일 때나 사제간이지, 이젠 같은 감독이라고. 주변에서 ‘선 감독의 성향을 잘 아니까 벤치 싸움할 때 유리하겠다’고 하는데, 난 그런 게 있을까 싶어. 아마 경기 중엔 도움되는 게 없을 거야. 김응용은 말한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어쩌면 그것이 일흔 평생을 살며 그가 깨달은 '김응용의 인생'일 것이다. 맥아더는 말했다. '노장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고. 김응용은 말한다. '노장이 죽지 않고, 잠시 사라졌다 다시 등장했다'고(사진=도현석 작가)
"무슨 야구를 나이로 하나, 실력으로 하지. 마음은 영원한 20대 청춘"
71살의 나이가 적지 않은 것만은 확실합니다. 야구계 일부에서 감독님의 나이를 거론하며 우려를 나타내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칫 한화에서 실패하면 그동안 쌓은 명예에 흠집이 갈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과연 감독님께서 달라진 한국야구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지도 의문이라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나 50대 이상 야구팬들은 감독님의 경륜과 열정을 높이 평가하며 젊은 감독들에 비해 성공 가능성을 훨씬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이런, 야구를 무슨 나이로 하나. 나 말이야. 마음은 아직 20대 청춘이야(웃음). 잘 알잖아. 미국에선 제자 감독 밑에서 나이 많은 지도자가 코치도 하고 그런다고. 난 욕심 없어. ‘딱’ 2년만 하면 되니까. 사실 나이 많은 감독이라고 장점이 유별나게 있는 것 같진 않아. 지금처럼 뭐든 빨리 변화하는 시대에 ‘경륜’ 같은 게 통할까 싶기도 하고. 그냥 죽기살기로 하는 길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
그래도 감독님의 선 굵은 야구를 다시 볼 수 있게 돼 기쁘다는 야구팬이 정말 많습니다.
선 굵은 야구도 선 굵은 놈들이 있어야 하지, 내가 하고 싶다고 되나(웃음). 내 목표는 하나야. 한화를 우승도 우승이지만,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드는 거야. 구단에도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 하기야 우승을 내가 하나, 선수들이 하지.
감독님의 컴백을 보면서 가장 긴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누군데?
심판진입니다. 과거 감독님의 화끈한 어필을 기억하는 심판들이 있더군요.
그때는 해태 팬들이 좋아하니까 한 거지. (심판과) 붙어야 하는 대목이면 어김없이 관중석에서 함성이 나왔다고. 그러다 안 붙으면 “야, 김응용이 배때지에 기름이 잔뜩 끼어서 이젠 붙지도 않는구나”하고 야단이 났다고(웃음). 또 내가 심판한테 걸어나가면 “와-”하고 그렇게들 좋아했어. 지금이야 어디 예전같이 할 수 있겠어(웃음).
감독님이 한화 사령탑으로 오시니까 “김인식, 김성근 감독님도 현장에 복귀하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러게. 두 사람이 나보고 “나오라”고 해서 나왔는데 말이지(웃음). 두 사람도 나와야지. 그래야 재밌지.
내년 시즌 감독님이 생산해내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그게 뭘까 궁금합니다. 물론 많은 한화 팬은 팀의 가을 무대 진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목소릴 높이며) 우리도 프로팀인데 4강 갈 수도 있지, 우리라고 4강에 못 들란 법 있어. 앞에서도 말했지만, 난 한화를 우승할 팀 전력으로 만드는 게 임무야. 그 임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노력할 거야. 그러다 보면 가을에도 야구하고 그러겠지.
감독님이 잠시 자릴 비우신 사이, ‘야신’, ‘야왕’, ‘야통’ 등 다양한 감독들의 별명이 나왔습니다. 저는 감독님이야말로 ‘야구의 제왕’, 즉 ‘야제(野帝)’’가 아닐까 싶은데요.
야제? (고갤 저으며) 아니야, 아니야. 난 복장(福將)이야.
복장이요?
그래, 복 많은 감독. 옛날부터 사람들이 그랬잖아. ‘김응용이 저 자식은 복을 많이 받아서 우승도 많이 한다’고 말이지. 내년에 우승하면 또 복이 많아서 우승했다고 하지 않겠어?(웃음). 두고 보라고. 내가 복이 많나, 안 많나(웃음).
마지막으로 내년 시즌 감독님만의 야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네이버 스포츠 독자분들께 한 말씀 해주시지요.
지금 뭐 선수들도 제대로 파악을 못 했는데. 할 이야기가 뭐 있겠어. 최선을 다해 순위 끌어올리는 방법밖엔 없는 거지. 선수들 개성에 맞는 야구를 하는 거지. 어디 내 고집대로 야구가 되나. (카메라 불이 들어오자)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할 테니까 많이 응원해주세요. 실망 안 시키게끔 이기는 야구를 펼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해 제주에 이어 대전에서 또 한 번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야, 이거 고문이네. 고문(웃음). 내일이 휴식일이거든. 마누라가 빨리 서울 올라오라고 난리야. (매거진S 표지 사진을 찍으셔야 한다고 하자) 뭐 연출 사진? 이야, 나 생전 사진 같은 거 안 찍는 거 알지? 그래도 내가 한화 잘되라고 찍는다 찍어(웃음).
시대는 그를 불렀다. 그는 시대의 부름에 화답했다. 아니 그가 시대를 기다렸고, 시대가 그의 손을 잡아준지 모른다. 김응용 감독의 컴백이 성공을 거둘지, 아니면 실패로 끝날지 결과는 2014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분명한 건 미스를 범한 선수에게 내일은 있지만, 미스를 범한 지도자에게 내일은 없다는 것이다.
‘해태 왕조’를 건설하고, ‘삼성 왕조’ 시대를 열었던 그의 경험과 노하우가 한화에 어떻게 전수될지 지켜볼 일이다. ‘새것’만이 혁신이고, ‘젊음’만을 숭상하는 이 사회에 71살 김응용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에게 많은 걸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