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디젤 3~3.5% 수준…독일 등 유럽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
[팩트요약]
전 세계적으로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에 국가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3% 수준의 바이오디젤 비율을 크게 높이면 경유 가격 조절이 수월하지만, 정부 관계부처가 국내 대형 정유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어 비율 확대에 나서지 못한다는 주장은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바이오디젤의 연료 효율성에 대한 검증도 글로벌 에너지 산업계에서는 이미 끝났다. 국내 학계에서도 실험이 다양하게 진행됐고, 연구단체 등은 바이오디젤의 연료효율성이 높고 일부 오염 물질 배출량이 적다는 결과도 냈다. 정부가 계획한 2030년까지 바이오디젤 비중 8% 달성은 8년이나 남았다. 유럽의 현재 바이오에너지 사용 수준을 8년 뒤에나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폐식용유 등 바이오디젤 비율을 확대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 정유사 눈치 보기일까.
[검증내용]
앞서 정부는 2030년까지 바이오디젤 비율을 5%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독일 등 유럽 국가의 현행 바이오디젤 혼합비율 7~9%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율이다. 이후 부정적인 여론을 포함해 여러 의견들을 청취하며 지난해 10월 ‘8%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바이오연료포럼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은 서경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연료 사용을 보다 확대할 수 있다”며 “에너지산업과 경제성장을 위해 산업적 관점에서 신재생 비율에 바이오연료 부분을 포함하고 확대하려는 투자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독일의 경우,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의 적극적인 확산을 통해 이산화탄소 감축을 이뤄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이산화탄소 감축 기여도 분석을 보면 태양광·풍력 등에 이어 바이오가스·바이오디젤·바이오에탄올 등의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연료 사용은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도 풀이된다.
사실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계획에 바이오연료 사용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도 단순히 경유가격 안정화뿐만 아니라 인산화탄소 등 오염물질 배출을 낮춘다는 목적도 포함돼 있다. EU는 이미 우리나라 현재 기준인 3% 보다 훨씬 높다. 독일 7%, 프랑스 7%, 스페인 7%, 폴란드 8.45% 및 오스트리아 9.1% 등이다.
한국기후변화연구원에서는 같은 양의 바이오연료가 온실가스 측면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라는 결과를 발표한 바도 있다. 또한 ‘커먼레일 디젤기관에서 바이오디젤 연료와 연료분사 압력이 연소 및 배기특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에서 배수진 폴리텍대학 산업설비자동화과 교수는 순수경유 80%와 바이오연료인 팜유 20%를 체적비율로 혼합해 고무적 결과를 얻었다.
시험 결과, 연소압력과 열 발생률은 연료 미립화 촉진과 균일 연소로 증가하고, 도시평균 유효 압력과 연소 최고 압력도 증가됐다. 배기 배출물 발생 특징은 매연, 일산화탄소, 탄화수소는 감소했고, 일부 질소산화물이 증가했다.
배 교수는 일요서울에 “이런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은 실험으로 검증된 내용이지만 단순 결과데이터로만 봐야한다”며 “실험을 위한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에서 반드시 동일한 결과를 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도 안정치가 고려된 상황 하에, 연소 과정에서 온도가 올랐다는 것은 효율이 올랐다는 의미”라며 “연소 과정의 온도와 연료 효율성은 비례관계”라고 말했다. 20% 비율로 혼합된 바이오디젤의 효율성은 입증된 셈이다.
다만 배 교수는 정부의 폐식용유 등 바이오디젤을 무조건 확대할 수 없는데 대해 “이는 단순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시장을 고려한 정부의) 정책적 요인이 포함돼 있다”라며 “실험 결과에 따른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고 전체를 봐야 한다. 시장과 가격 등을 고려해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 실험 결과로 PBD20의 효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해서 3% 비율인 우리나라보다 7~9% 비율로 쓰는 유럽의 디젤 연료가 더 효율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비율을 높여도 디젤 연료로서의 역할은 동일하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배 교수는 “유럽 수준만큼 바이오디젤 함유율을 7~9% 까지 높이더라도 효율이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가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상황을 고려할 때, 100% 수입에 의존되는 우리나라 경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책을 쓰더라도 조절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조달 가능한 폐식용유와 팜유의 수입 다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바이오디젤은 정부의 가격 조절이 수월해 정책적 효율성도 동반된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는 바이오디젤은 일반 경유차량 연료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고, 배출가스 발생도 순수 경유의 3분의1 수준이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하수구 등에 몰래 버려지던 폐식용유가 친환경연료로 재탄생한 것. 특히 바이오디젤은 환경개선 효과도 크다. 토양 및 해상 유출 시 3주 이내 90%이상 생분해된다. 경유 1k리터를 바이오디젤로 대체 시, 2.59톤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은 서민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이 최근 정제마진 극대화로 사상최대 실적 달성을 보고했다. 서민 경제가 압박받는 동안 GS칼텍스는 1분기 1.2조 원의 영업이익을, SK에너지 석유사업부문은 1.5조 원, 에쓰오일은 1.3조 원 등 분기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당장 바이오디젤 비율을 높이더라도 정유사가 손실 입을 확률은 낮아 보이지만 수익이 줄게 되는 정유사가 이를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정부도 이를 강요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과와 자동차과에 따르면 탄소중립연료(e-fuel) 연구회가 구성돼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현대자동차와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OIL, 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해 산업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과 학계 전문가들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서 정유사 등에 바이오디젤을 혼합해 공급하도록 의무화하자는 의견 등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하지만 산업부 내외의 의견을 종합하면 정유사의 여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수익을 줄여야 하는 상황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 이에 에너지공단 등에서는 R&D 지원이나 인센티브 도입 등 탄소중립연료(e-fuel) 추진에 대한 제안사항을 내기도 했다. 고유가 지속으로 소비가 줄면서 정제마진 수익도 함께 줄 때 적정선에서 정유사와의 타협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다.
그나마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경제조정국은 바이오에너지를 포함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과 함께 A안 B안으로 나눠 재생에너지를 60~8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냈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단계적으로 연도별 로드맵을 통해 폐식용유나 팜유 등 바이오디젤 등의 바이오 에너지 활용 계획이 추가로 들어간다.
에너지경제조정국은 취재진에게 “2050년에 우리가 기대하는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춰 각 부처가 로드맵을 설계한다”라며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그에 따른 국가 기본계획을 2023년 3월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단기간 주춤했던 틈을 타 정유사에 가격 인하 선반영을 요청한 바 있다. ‘민생안정을 위한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정유사들에 국제유가 하락분 반영 선조치를 당부했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세 회복에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정유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계와 국민이 어려움을 겪어도 정부가 정유사에 협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검증자료]
김기은 한국바이오연료포럼 부회장(서경대 교수) 학술 발표
배수진 한국폴리텍대학 산업설비자동화과 교수 인터뷰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자동차과 및 에너지산업과 자료 및 인터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경제조정국
(사)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검증결과]
일요서울은 “정부가 정유사의 눈치를 본다”고 판단했다. 학계와 산업계, 정부, 그리고 소비자 사이 현재의 글로벌 고유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가격 조정이 필수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최소 유럽 평균 수준의 바이오디젤 비율 확대는 정부뿐 아니라 정유사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정부가 다른 나라 수준으로 바이오디젤 비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데는 대기업 정유사들이 양보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도 있다. 바이오디젤 비율을 올려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는 근거는 복수의 연구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되는데도 연구기관은 ‘정책적 이유’를 언급한다. 정부가 눈치 보기 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어느 부처도 공식적으로 정유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기자님이 확인해 온 자료로 충분히 아실 것 같다”고 답을 대신했다. 정유사가 포함된 탄소중립연료 연구회에서는 ‘기술력’을 지적했다. 이미 자동차 강국인 독일 등 유럽은 우리보다 2~3배의 바이오디젤을 첨가해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 기술 수준이 유럽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일까.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소비자들의 아우성은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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