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8. 01. 12. 06:00 - 16:40 (10시간40분) 오늘 산행이 몇번째 구간인지도 잘 모르겠다.
주객이 한참 전도되어 만사를 제치고 땜빵에 나서야겠다.
오늘은 색다르게 대간길에 나선다.
그래서 바빠졌다.
눈이나 비가 올꺼라는 예보다.
어쨋든 소한과 대한 사이라 절기상 젤 추울때인만큼 몸도, 마음도, 복장도 단단히 갖춰 나서지만 오랜만에 드는 대간길은 나를 흥분시켜 오르가즘(?)을 느끼고 엔돌핀을 팍팍 솟게 한다.
새로운 한 해가 열렸다. 때론 힘들었던 대간길,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눈이 올려나 바람이 불려나 하면서 걱정하였던 가족들, 그 보다도 순간의 좌절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자신의 승리, 이제 한해가 지나 조용히 걷어 수확 할 시간이 눈앞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나 유종의 미가 또한 중요하다.
서울역까지 한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데, 10여분 연착한다. KTX가....
부평과 양재를 거쳐온 차 안에는 그 늦은 밤시간에 대간을 간다고 모인 낯익은 얼굴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내 눈엔 왜 여성회원들만 보이지?
화방재에 도착한다. 눈길을 돌아 오느라 시간은 새벽 6시를 향하고 있다.
[화방재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높다랗다. 간간이 눈발이 날린다]
이곳 화방재가 꽃의 천국이요, 꽃방석고개라는데....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6시 화방재를 출발하여 피재를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수리봉까진 치고 오른다.
[첫번째 다다른 수리봉 정상이다. 06:53]
군사 시설물이라는 건물을 지나면 만항재까는 내리막 도로다.
[하늘을 찌르는 나무들 사이길을 따라 만항재로 내려선다. 여기까진 좋았다]
이제 함백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 사방이 눈! 눈! 눈이다]
앞에서 길을 낸 분들의 수고가 컸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쳐 길을 만들었으니 그 고생이 배가되었으리라.
[눈이 몰린 곳은 스틱의 키를 훌쩍 넘는다]
[잠시 쉬고자 하나....쌓인 눈때문에 배낭을 걸어 놓는다]
또 하나 고마울 일이 있다. 그 산중에 우리를 위해 식사할 장소를 마련해 준 분이 있다.
식사 후 악천후에 너무 많이 쌓인 눈 때문에 팀이 갈라진다.
[함백가는 길은 그 끝을 모르게 길게 이어져 있다]
원래 계단이라는데 눈이 덮여 몰랐다. 송신탑, 송전탑, 안테나 등과 산 전체가 눈 속에 파묻쳐 있다. 함백산 정상이다.
특히 눈이 많이 쌓여있어 정상 바로 밑에서 한참을 놀았다.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했다. 우린 2진이라 여유가 있었으니까
[도와줘요, 뽀빠이. 예솔이가 눈 속에 빠졌어요. 엉엉]
[그래도 마냥 행복해 하는 예솔님]
[2008년판 러브스토리 주인공 안나님]
[함백의 정상에서 안나푸르나를 꿈꾸고 계신건 아닌지....]
[함백의 정상만큼이나 늠름한 귀연 삼인방]
함백을 넘으면 또 하나의 함백이 있으니 중함백이다. 주목의 군락지란다. 살아 천년, 또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 1000살짜리 주목들이 눈을 맞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죽어 천년을 준비중인 주목들]
[주목 군락지 사이로 난 눈길 터널이 끝이 없다]
힘이 들어 2진으로 자처하였으나 그것마져도 포기 또 중간에서 탈출을 꿈꾸던 우리 앞에 1진이 기다려 주고 있다. 물리적으로 피재까지는 힘들다고 판단 모두 2진이 되기로 했던 거였다.
[2진을 공개하라는 1진들의 성화에 이 사람들을 공개합니다. 물론 이 사진 찍사 포함]
[야생화 대신 나무마다 눈꽃의 천국인 금대봉, 은대봉 길을 지나서] [이 때 잠시 햇빛이 비추어 은빛 꽃가루들이 반짝인다]
[설화가 유난히 고운 나무 아래에의 女心은?]
1573m의 함백산은 태백산보다도 6m나 더 높다. 그래서인지 은대봉 아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기차터널인 태백선의 정암터널이 지나고 있고,
싸리재(두문동재)에 도착 오늘 산행을 접으려 했으나 이 아래로 난 싸리재(두문동재)터널까지 걸어가야 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 역시 눈 때문에 버스가 올라올수 없어서다.
[정선쪽에서는 두문동재로, 태백에서는 싸리재로 부른다는 다음 산행의 들머리]
발 아래 터널까지 걷는것도 큰일이었다. 내려가 올려다 보니 이 또한 큰 산이었다 그러나 끝은 반드시 있었다. 4시 40분 - 10시간 40분의 악전고투끝에 버스에 오를수 있었다.
버스에 오를때 처음 본 미인은 이미 10여년전에 백두대간을 연속 종주한 실력파 산꾼이었다. 고바우님께서 영예로운 막내 자리도 물려 주었다.
[키를 넘기는 큰 배낭에서 산행 고수다운 내공을 느낄수 있다]
산행후의 빠질수 없는 참맛 뒷풀이 - 오늘은 힘든만큼 더 진했다. 거기다 특별한 날에나 맛보는 한우와 회장님께서 미국에서 공수한 조니워커까지....ㅋㅋ 그래서 우리는 술도 고기도 배부르게 먹었다.
[2진으로 하다보니 사진도 산행기도 2진 위주로 되고 말았습니다. 1진의 활동 전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오늘 아침에 걸려온 한통의 전화 - 제천 휴게소에서 지갑을 주웠는데, 돈은 없고 신분증이 있어 연락했다기에 착불 택배로 부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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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中山 원문보기 글쓴이: 中山
첫댓글 산행기 올린걸 보니 무사히 집에 도착을 했군요...돈은 없어졌지만 지갑과 신분증을 찾을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네~ 산행 내내 찝찝 했는데,,,잘보고 갑니다
예. 잘 왔습니다. 지갑 건 때문에 산행기도 좀 빨리 올렸습니다.
장엄한 대간길 맞습니다 힘은 들겠지만 멋찐대간길 함께 하지못하여 제마음이 쪼그라드는거 같습니다 님들가시는 구간마다 신께서 함께 하시길 빌겠습니다 천태님 만태님 늘~~무탈산행하세요^^*
수수꽃다리 꽃이 필때면 라일락님 생각이 지독히 날것 같으니....그 전에
오랜만에 만태님의 따듯한 산행기를 대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신분증만 찾고 돈은 없다니 어떤 도둑넘이 감히 만태님 지갑에 손을 댔을까새해 벽두부터 금전손해는 보셨으나 올 액땜으로 치자구요글구 거금 들여가며 대간을 하시니 괜히 내가 왜 미안해지지
제 불찰이었지요. 다 잊었습니다. 집에 무사히 왔는걸요.
만태님...두번째 뵙는거지만 오래전부터 뵌 것처럼 너무 반가웠구요..앞으로도 자주 산행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산행후기도 넘 잘쓰셔서 잘보고 갑니다..글구 앞으로 오시면 불미스러운 일 없도록 제가 경호하겠습니다..^.^
잘 돌아 가셨다니 다행입니다.제가 회식자리에서 말씀드린데로 액탬하셨으니 올해는 좋은 일만 계속될 것 입니다.너무 반가웠구요...천태님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대간길이 꽃피는 계절에만~또는 단풍이 곱게 물들때만 간다면 얼머나 좋을까요?~그런다면 훗날 대간을 마친 기억들이 그리 소중하진 않을겁니다, 눈보라와 무릎까지 빠지는길 개척해가며,손끝이 떨어져나갈 추위도 기꺼이 동무해가며 함께 걷는길이기에~그추억이 소중하고 같이 걷는 대원들이 소중하겟지요~수고 많으셨습니다,
K.T.X 하행선 막차가 22시10분 이니까 담부턴 그시간전에 도착할수 있었음 좋겠습니다.물론 2%를 충전시키려면 꿈속같은 산행기 감합니다
만태님이 있기에 우리의 대간팀은 더욱 빛이 납니다...거기에 천태님까지 오시면 더더욱...멋진 산행기...사진은 언제 저리도 마니 찍으셨나요...만태님의 백두대간에 대한 열정이 뜨거워라...
많은 눈 ,,,힘든 백두산행,,,그 것도 대전에서 저희는 이번 주에 태백산 구간에 가는데.... 항상 건강하시고 무사 종주하시기를,,,
대간길 묵묵히 걷는 꿈의주대님들멋지십니다 만사태평님의 열정 또한 이구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