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대간지기
카페 가입하기
 
 
 
카페 게시글
산행후기 스크랩 거북이의 백두대간 이어가기 [제 27구간] - 함백의 눈꽃 축제장으로
만사태평 추천 0 조회 110 08.01.13 16:00 댓글 14
게시글 본문내용

     산행일시 : 2008. 01. 12. 06:00 - 16:40 (10시간40분)
     산행구간 : 화방재 - 함백산 -  은대봉 - 두문동재
    

     오늘 산행이 몇번째 구간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간 많이 빠졌다. 고치령에서부터 끊겼으니....
     당연한 결과로 땜빵이 걱정이다. 잠을 설칠 정도로.

 

     주객이 한참 전도되어
     이제 본 구간보다 땜빵이 더 힘들게 생겼다.

     만사를 제치고 땜빵에 나서야겠다.


     그도 그럴것이 모두들 향로봉에서 만세 부를 날이 머지 않았는데, 만세 부르는 그 시간까지 땜빵 구간을 남겨 놓아서는 안될 말이다.

 

     오늘은 색다르게 대간길에 나선다.
     그간은 자가운전으로 오고 갔었는데 이번부터는 대간행 버스를 이용키로 한다.
     겨울 눈길과 특히 천태없이 혼자 졸음운전과 싸우는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다.


     오며가며 특히 귀가길에는 졸음과 사투를 벌인다는 걸 알기에 천태의 반대가 심하다.

     그래서 바빠졌다.
     7시에는 집을 나서야하기 퇴근부터 서두른다.
     
     그런데 일주일내내 고민에 고민을 하던 천태가 결국 따라 나서지 못한다.
     싸리재까지만 하고 탈출할 수 있다니 해 볼려고 했었으나 눈치 볼 곳이 많은가 보다.

 

     눈이나 비가 올꺼라는 예보다.
     아니 아침부터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그러나 우리가 가려는 강원도 1500고지엔 대설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라 새벽 백두대간 능선엔 은빛 찬란한 눈으로 변했을꺼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어쨋든 소한과 대한 사이라 절기상 젤 추울때인만큼 몸도, 마음도, 복장도 단단히 갖춰 나서지만 오랜만에 드는 대간길은 나를 흥분시켜 오르가즘(?)을 느끼고 엔돌핀을 팍팍 솟게 한다.

 

     새로운 한 해가 열렸다.
     그리고 금년들어 첫 대간 산행이다.
     팀은 그 앞에 대장정에 들었으나 작년 1. 13일 성삼재에서부터 합류한 나는 오늘이 꼭 일년이 되는 돌이다.

 
     지나온 구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때론 힘들었던 대간길,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눈이 올려나 바람이 불려나 하면서 걱정하였던 가족들, 그 보다도 순간의 좌절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자신의 승리, 이제 한해가 지나 조용히 걷어 수확 할 시간이 눈앞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나 유종의 미가 또한 중요하다.
     아름답고 멋있는 그리고 행복한 향로봉의 그 날을 미리 그려본다.
  
     대전역에 오니 24시간 이상 주차할 곳이 마땅찮다.
     너무 비싸게 달라고 한다.
     그러나 백두대간을 오가며 터득한 나만의 노하우(?)로 무료로, 안전한 곳에 주차를 시키고 KTX에 오른다.

 

     서울역까지 한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데, 10여분 연착한다. KTX가.... 
     촌놈 서울에서 길 잃어 버릴까봐서 한산님께서 마중 나오셨다.
     사당으로 잽싸게 이동한다. 그 와중에 한잔 꺾어야 하기에....ㅋㅋ


     산사랑님께서도 합류하여 각 1병씩 비우고 일어선다.
     그 덕분에 길이 미끄러워 버스가 돌아서 가는 줄도 모르고 잘 수 있었다.

 

     부평과 양재를 거쳐온 차 안에는 그 늦은 밤시간에 대간을 간다고 모인 낯익은 얼굴들로 가득하다.
     모두 반가왔다.
     그간의 안부를 묻는다.
    
      그 사이 회갑을 보내고 손주를 본 안나회장님은 더 젊어지셨고,
     오랜만에 보는 마라토너 체리향기님도 건강해 보인다.


     망울님의 따뜻한 미소도 반갑고,
     예솔님의 미소는 더 살인적이다.
     새로운 젊은 미인도 한분 보인다. 그래서 차 안이 환하다.

     그런데, 내 눈엔 왜 여성회원들만 보이지?

 

     화방재에 도착한다. 눈길을 돌아 오느라 시간은 새벽 6시를 향하고 있다.
     모두 차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한다.
     나는 아직 동작이 굼뜨다. 젤 늦다. 

 

 

  [화방재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높다랗다. 간간이 눈발이 날린다]

 

 

     이곳 화방재가 꽃의 천국이요, 꽃방석고개라는데....
     오늘은 그 어느 꽃보다도 아름다운 화사한 눈꽃이 피어 우리를 반겨 준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눈 없는 겨울은 사막보다 잔인하다고.
 
     더구나 북풍한설 몰아치는 가운데 살을 에는 차거움으로 다가오는 겨울산의 삭막함과 고통은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러기에 눈 덮인 겨울산은 큰 축복으로 다가온다.

 

     6시 화방재를 출발하여 피재를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두 달만에 하는 대간길이라 그런지 다리가 땡긴다.
     녹슬만도 하다.


     대간길이 아니면 하루 10시간 이상을 걸을 일은 흔치 않으니까.

     수리봉까진 치고 오른다.
     온통 눈, 눈으로 덮힌 그래서 난 구름위를 즈려밟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첫번째 다다른 수리봉 정상이다. 06:53]

 


     수리봉, 청옥봉을 지나니 약간의 산죽 군락지가 나온다.
     눈이 꼭 산죽을 덮을 만큼 내렸다.
     산죽 잎새들이 고개를 빼곡히 내밀고 우리를 반긴다.

 

     군사 시설물이라는 건물을 지나면 만항재까는 내리막 도로다.
     만항재의 추위는 가히 살인적이다.
     전화 걸려다가 손가락에 동상 걸릴뻔했다. 

 

 

 [하늘을 찌르는 나무들 사이길을 따라 만항재로 내려선다. 여기까진 좋았다]

 

 

     이제 함백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눈이 더 많이 쌓였다.
     그래서 힘이들어 쉴 때에도 앉질 못한다.  

 

 

 [ 사방이 눈! 눈! 눈이다]

 

 

     앞에서 길을 낸 분들의 수고가 컸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쳐 길을 만들었으니 그 고생이 배가되었으리라.

    

    

 [눈이 몰린 곳은 스틱의 키를 훌쩍 넘는다]

 

 

 [잠시 쉬고자 하나....쌓인 눈때문에 배낭을 걸어 놓는다] 

 

 

     또 하나 고마울 일이 있다.

     그 산중에 우리를 위해 식사할 장소를 마련해 준 분이 있다.
     다 같이 모여 식사하기엔 약간 비좁았으나 바람만 막아줘도. 눈밭에 앉지 않은것만도 얼마나 다행인지.
     누군지 모르지만 감사를 드린다.

 

     식사 후 악천후에 너무 많이 쌓인 눈 때문에 팀이 갈라진다.
     계획대로 피재까지 갈 1진과, 탈출이 용이한 싸리재까지만 갈 2진으로....
     결국은 출발부터 지체되었고, 이동간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어 모두 2진이 되고 말았다.
      
     절반만 가는 2진으로 합류하니 여유는 만만했다.
     그러나 1573m의 함백산 정상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상당한 수고를 요구한다.

 

 

[함백가는 길은 그 끝을 모르게 길게 이어져 있다]  

 

 

     원래 계단이라는데 눈이 덮여 몰랐다.

     송신탑, 송전탑, 안테나 등과 산 전체가 눈 속에 파묻쳐 있다.

     함백산 정상이다.

 

     특히 눈이 많이 쌓여있어 정상 바로 밑에서 한참을 놀았다.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했다.

     우린 2진이라 여유가 있었으니까

 

 

 [도와줘요, 뽀빠이. 예솔이가 눈 속에 빠졌어요. 엉엉]


  

[그래도 마냥 행복해 하는 예솔님] 

 

   

 [2008년판 러브스토리 주인공 안나님]

 

 

 [함백의 정상에서 안나푸르나를 꿈꾸고 계신건 아닌지....]

 

 

 [함백의 정상만큼이나 늠름한 귀연 삼인방]

 


     뒤를 돌아다본다.
     눈속에 파묻힌 저 멀리가 태백의 산줄기이리라.
     장엄함이 대간길 답다.
 
     앞으로 보이는 대간 능선도 희미함 속에 환상적이다
     이것을 보려고 힘들어하며 여기에 왔다고 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이 한 장면으로 그간의 고생은 모두 보상하고 남을 것 같다.

 

     함백을 넘으면 또 하나의 함백이 있으니 중함백이다.

     주목의 군락지란다.

     살아 천년, 또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 1000살짜리 주목들이 눈을 맞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죽어 천년을 준비중인 주목들] 

 

 

 [주목 군락지 사이로 난 눈길 터널이 끝이 없다]

 

 

     힘이 들어 2진으로 자처하였으나 그것마져도 포기 또 중간에서 탈출을 꿈꾸던 우리 앞에 1진이 기다려 주고 있다.

     물리적으로 피재까지는 힘들다고 판단 모두 2진이 되기로 했던 거였다.

 

 

 [2진을 공개하라는 1진들의 성화에 이 사람들을 공개합니다. 물론 이 사진 찍사 포함] 

 

 

 [야생화 대신 나무마다 눈꽃의 천국인 금대봉, 은대봉 길을 지나서]

 [이 때 잠시 햇빛이 비추어 은빛 꽃가루들이 반짝인다]

 

 

 [설화가 유난히 고운 나무 아래에의 女心은?]

 

    

     1573m의 함백산은 태백산보다도 6m나 더 높다.

     그래서인지 은대봉 아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기차터널인 태백선의 정암터널이 지나고 있고,
     또한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기차역인 추천역이 근처에 있다.

 

    

     싸리재(두문동재)에 도착 오늘 산행을 접으려 했으나 이 아래로 난 싸리재(두문동재)터널까지 걸어가야 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

     역시 눈 때문에 버스가 올라올수 없어서다.

 

 

[정선쪽에서는 두문동재로, 태백에서는 싸리재로 부른다는 다음 산행의 들머리] 

 

    

     발 아래 터널까지 걷는것도 큰일이었다. 내려가 올려다 보니 이 또한 큰 산이었다 

     그러나 끝은 반드시 있었다.

     4시 40분 - 10시간 40분의 악전고투끝에 버스에 오를수 있었다.

 

     버스에 오를때 처음 본 미인은 이미 10여년전에 백두대간을 연속 종주한 실력파 산꾼이었다.

     고바우님께서 영예로운 막내 자리도 물려 주었다.

 

 

 [키를 넘기는 큰 배낭에서 산행 고수다운 내공을 느낄수 있다]

 

     

     산행후의 빠질수 없는 참맛 뒷풀이 - 오늘은 힘든만큼 더 진했다.

     거기다 특별한 날에나 맛보는 한우와 회장님께서 미국에서 공수한 조니워커까지....ㅋㅋ 

     그래서 우리는 술도 고기도 배부르게 먹었다.

 

     [2진으로 하다보니 사진도 산행기도 2진 위주로 되고 말았습니다. 1진의 활동 전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오늘 아침에 걸려온 한통의 전화 - 제천 휴게소에서 지갑을 주웠는데, 돈은 없고 신분증이 있어 연락했다기에 착불 택배로 부탁했습니다 ] 
                                                        
 

 

 
다음검색
댓글
  • 08.01.13 16:08

    첫댓글 산행기 올린걸 보니 무사히 집에 도착을 했군요...돈은 없어졌지만 지갑과 신분증을 찾을수 있어서 천만 다행이네~ 산행 내내 찝찝 했는데,,,잘보고 갑니다

  • 작성자 08.01.13 16:12

    예. 잘 왔습니다. 지갑 건 때문에 산행기도 좀 빨리 올렸습니다.

  • 08.01.13 18:45

    장엄한 대간길 맞습니다 힘은 들겠지만 멋찐대간길 함께 하지못하여 제마음이 쪼그라드는거 같습니다 님들가시는 구간마다 신께서 함께 하시길 빌겠습니다 천태님 만태님 늘~~무탈산행하세요^^*

  • 작성자 08.01.13 23:09

    수수꽃다리 꽃이 필때면 라일락님 생각이 지독히 날것 같으니....그 전에

  • 08.01.13 21:45

    오랜만에 만태님의 따듯한 산행기를 대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ㅎㅎㅎ 신분증만 찾고 돈은 없다니 어떤 도둑넘이 감히 만태님 지갑에 손을 댔을까?새해 벽두부터 금전손해는 보셨으나 올 액땜으로 치자구요~글구 거금 들여가며 대간을 하시니 괜히 내가 왜 미안해지지?흐흐흐~

  • 작성자 08.01.13 23:07

    제 불찰이었지요. 다 잊었습니다. 집에 무사히 왔는걸요.

  • 08.01.14 00:13

    만태님...두번째 뵙는거지만 오래전부터 뵌 것처럼 너무 반가웠구요..앞으로도 자주 산행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산행후기도 넘 잘쓰셔서 잘보고 갑니다..글구 앞으로 오시면 불미스러운 일 없도록 제가 경호하겠습니다..^.^

  • 08.01.14 07:48

    잘 돌아 가셨다니 다행입니다.제가 회식자리에서 말씀드린데로 액탬하셨으니 올해는 좋은 일만 계속될 것 입니다.너무 반가웠구요...천태님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 08.01.14 09:00

    대간길이 꽃피는 계절에만~또는 단풍이 곱게 물들때만 간다면 얼머나 좋을까요?~그런다면 훗날 대간을 마친 기억들이 그리 소중하진 않을겁니다, 눈보라와 무릎까지 빠지는길 개척해가며,손끝이 떨어져나갈 추위도 기꺼이 동무해가며 함께 걷는길이기에~그추억이 소중하고 같이 걷는 대원들이 소중하겟지요~수고 많으셨습니다,

  • 08.01.14 09:01

    K.T.X 하행선 막차가 22시10분 이니까 담부턴 그시간전에 도착할수 있었음 좋겠습니다.물론 2%를 충전시키려면~~ㅎ 꿈속같은 산행기 즐감합니다~~

  • 08.01.14 10:21

    만태님이 있기에 우리의 대간팀은 더욱 빛이 납니다...거기에 천태님까지 오시면 더더욱...멋진 산행기...사진은 언제 저리도 마니 찍으셨나요...만태님의 백두대간에 대한 열정이 뜨거워라...

  • 08.01.14 12:05

    많은 눈 ,,,힘든 백두산행,,,그 것도 대전에서 저희는 이번 주에 태백산 구간에 가는데.... 항상 건강하시고 무사 종주하시기를,,,

  • 08.01.16 14:14

    와우~ 올만에 뵌 만태님이 계셔서 이번 대간길은 더 든든하고 허전함이 덜했어요. 천태가 함께 했더라면 금상첨화일텐데... 상경길에 좋지 않은 일이 있으셔서 대간내내 마음이 무거우셨을거예요. 대간 종주에 대한 열정 존경스럽습니다. 파이팅!!!

  • 08.01.27 19:11

    대간길 묵묵히 걷는 꿈의 종주대님들~~~멋지십니다!! 만사태평님의 열정 또한 짱이구여 ^^*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