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잇몸에서 피가 나지만 아프진 않아요” - 치주염의 전형적인 시작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5년 3분기 다빈도 상병 분석에서 치주염이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이 질환이 특정 연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국민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대표적인 만성 구강질환임을 보여줍니다. 흔히 ‘풍치’라고도 불리는 치주질환은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나뉩니다. 치은염은 염증이 주로 잇몸에 머무는 초기 단계로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통해 회복될 수 있는 반면 치주염은 염증이 깊어져 치아를 붙잡아 주는 치조골까지 소실된 상태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이미 소실된 치조골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어려워 질환의 진행을 막고 남아 있는 치조골을 보존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 됩니다.
치주염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질환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통증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양치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붓는 증상, 반복되는 입 냄새, 치아 사이가 벌어지는 느낌, 잇몸이 내려가는 등의 변화는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입니다. 더 진행되면 씹을 때 불편하거나 치아가 흔들리고, 결국 치아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프지 않으니 괜찮다”는 판단은 치주염에서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2. 원인은 ‘구강세균’, 진행을 좌우하는 것은 환자 개인이 가진 위험 요인들
치주염의 출발점은 치아 표면과 잇몸 경계에 달라붙는 세균성 치태(플라크)입니다. 치태가 충분히 제거되지 않으면 염증이 지속되고, 시간이 지나 단단한 치석으로 굳으면 칫솔질만으로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같은 정도의 치태가 있어도 질환의 진행 속도와 심한 정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흡연,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연령, 면역 상태, 유전적 소인, 일부 약물과 생활습관 등이 치주조직의 염증 반응과 치료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흡연은 치주염의 중요한 위험요인입니다. 흡연자는 치주조직의 파괴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고 치료 후 회복도 불리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과 치주염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관성이 잘 알려져 있어 혈당 조절과 잇몸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심혈관질환 등 여러 전신질환과 치주염의 연관성도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지만, 이러한 연관성을 곧바로 단순한 인과관계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점은 구강건강이 전신건강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3. 스케일링은 시작일 뿐, 치료의 핵심은 ‘염증 조절과 유지관리’
많은 분들이 정기적으로 스케일링만 받으면 치주염 치료가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치은염이라면 치석 제거와 구강위생 개선만으로 호전될 수 있지만, 이미 치주염이 진행되어 잇몸 아래 깊은 부위에 치석과 염증이 존재하면 추가적인 치주치료가 필요합니다. 치과에서는 잇몸과 치아 사이의 깊이(치주낭), 출혈 여부, 치아 동요도, 방사선사진에서 보이는 치조골 상태 등을 종합해 상태를 평가합니다. 기본적으로 잇몸 아래 치석과 감염된 치근면을 제거하는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며, 더 진행된 경우에는 치주수술이나 치주조직재생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치주염은 한 번 치료했다고 완전히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 재발과 진행을 막기 위한 장기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입니다. 구강 관리에 소홀하면 치료 후에도 염증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개인의 위험도에 맞춘 정기적인 유지치료가 중요합니다. 치료 성패는 치과에서 시행하는 전문적 처치와 환자가 매일 실천하는 구강위생 관리가 함께 이루어질 때 가장 좋아집니다.
4. 평생 치아를 지키는 네 가지 습관
1) 잇몸 경계를 닦기: 칫솔질 횟수보다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의 치태를 꼼꼼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치아 사이도 늘 닦기: 칫솔이 닿기 어려운 치아 사이는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합니다.
3) 위험 요인 관리하기: 금연은 치주 건강과 치료 결과에 도움이 되며, 당뇨병이 있다면 혈당 관리와 치주 관리가 함께 필요합니다.
4) 정기검진 받기: 치주염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을 수 있으며, 검진 주기는 연령,흡연, 당뇨, 치주염의 정도에 따라 개인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5. 치주염 예방은 ‘치아를 오래 쓰는 전략’입니다
고령화 시대의 구강 건강 목표는 자신의 치아를 가능한 오래 건강하게 사용하며 잘 씹고 먹는 기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치주염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질환이 아니라 오랜 시간 염증과 조직 파괴가 누적되어 진행됩니다. 반대로 그 시간 동안 우리가 개입할 기회도 충분합니다. 잇몸 출혈이나 부종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않고, 올바른 칫솔질과 치간 관리, 정기적인 검진과 필요한 치주치료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예방법입니다.
“치주염은 아플 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기 전에 미리 관리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치료를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면 치아를 잃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