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방’은 숲과 호수 사이에 통로처럼 존재한다. 경기도 포천시 소홀읍 고모리.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숲을 배경 삼아 호수가 내려다보이
는 ‘명당’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일단 첫인상부터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여기에 짙푸른 하늘을 화폭삼아 처마선이 유연하게 휘어져 오른
한옥이 주변 풍광과 잘 어우러져 보이는 것도 강점이다. 낯선 숲길을 헤매다 범상치 않은 인가를 만난 나그네 심정이랄까.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이런 곳에 이런 집이?’라는 놀라움과 함께 반갑고 고마운 느낌을 먼저 받는다.
더구나 이곳에는 몸은 편하되 마음이 늘 숨가쁜 도시생활을 과감하게 버리고 몸은 바쁘되 마음이 편하고 느긋한 전원생활을 택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연인을 지향한다. 또 자연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통로를 제공함으로써 더욱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 친자연의 삶을 접하고 함
께 공유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 키워드는 좋은 먹거리, 신선한 마실거리다. 그것은 그들의 삶과 의지를 지탱하고 결속하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도시인들을 자연으로 이끄
는 효과적인 방편이기도 하다. 식(食)은 모든 생명체의 생명유지 수단이자 가장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다. 물꼬방은 바로 이 수단과 본
능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자연적인 삶의 실체를 보여주고 그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고자 한다. 친환경 유기농 카페 ‘물꼬방’의 진정한 존재
이유와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좋은 먹거리, 신선한 마실거리를 위하여
“7년 전에 이 집을 완공했지요. 친환경 유기농 단지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자연과 잘
어울리는 한옥을 택했습니다. 일부 분양한 건물까지 합쳐 총 5개동을 지었는데, 아
직도 미흡한 구석이 많아요.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얘기지요. 어
떤 의미에서 물꼬방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관의 협조와 지원을 받아 고모리 저수지
일대를 친환경 문화단지로 조성한다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실행단계로 접어들
었거든요.”
이곳의 주인장 김산동 대표는 이 프로젝트의 문화예술부문 총괄기획자이기도 하
다. 김 대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고모리문화예술단지 추진위원회는 포천
시를 상대로 한 끈질긴 설득과 담판을 통해 총 100억원의 정부지원금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위원회는 구체적인 설계를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공사를 시작
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 실험무대이자 첫단추가 물꼬방인 셈이다.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친환경단지 만들기에 나선 데에는 아내이자 사업파트너인
소정희 씨의 도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무대미술을 전공한 소 씨는 물꼬방의 실
질적인 운영자이자 요리장이다. 그녀는 지난해 5월 아이들 교육을 위해 선뜻 단행
했던 3년여 뉴질랜드살이를 접고 귀국했다.
“힘들지요. 편하게 살다가 직접 밥하고 요리하고 접대하고 정리하고 청소하는 게
쉽기야 하겠어요. 단체손님들이 올 때는 정말 정신없지요.
그래도 마음만은 편안해요.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시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거든요. 아직 어설픈 구석이 많지만 멀리 보
고 하는 일인만큼 하나씩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야지요.”
그녀는 프랑스 유학시절에 커피를 접했다. 거의 매일 에스프레소를 마실 정도로 지독한 커피광이었단다. 요즘도 틈나는대로 커피와 차를 즐
긴다. 소품들을 직접 챙기고 배치하는가 하면 전공을 살려 벽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친환경 식당, 매장, 그리고 유기농 카페
물꼬방의 테마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소정희 요리장이 직접 관
장하고 있는 친환경 식당, 유기농 소재의 두부와 각종 곡물, 식재료
등을 판매하는 리테일샵, 각종 티와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등
이 그것이다.
이곳의 밥상은 맛깔스러우면서도 수수하다.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하
고 직접 담은 된장과 간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옛날 시골집 밥맛 그
대로다. 빼어난 풍광을 감상하며 전통음식을 맛보는 즐거움, 유기농
천연재료에서 비롯되는 신뢰감, 식후의 포만감은 어느새 행복감으로
승화된다. 뱃속이 편해지면서 마음까지 느긋하게 풀어진다.
200여 종 이상의 유기농 곡물과 친환경 식재료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
리이자 쇼핑거리다. ㅁ자 한옥의 실내와 마당 곳곳에 진열되어 있는
이 식재료들은 모두 이집에서 직접 사용하는 100% 유기농 제품이다.
특히 이곳에서 국산 콩을 이용해 직접 만드는 두부는 인기만점의 상
품이자 퍼포먼스다. 하루에 한 번 있는 두부만들기 장면을 직접 보고
사기 위해 기다리기를 마다않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카페는 물꼬방의 마무리코스이자 이집의 명물이다. 아담한 규모의
티하우스로 꾸며져 있는 이곳에서는 30여 종의 티와 원두커피, 움료, 쿠
키,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직수입한 유기농 티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맛과 향이 뛰어나다. 달콤한 키스, 봄의 전령 등 감미
로운 별칭의 각종 티와 다양한 포장의 원두커피는 물론 아기자기한 다구와 커피기구들도 전시판매하고 있다.
카페는 뉴질랜드에서의 인연으로 합류한 김효경 씨가 맡고 있다. 효경 씨는 아들만 넷을 둔 ‘부자’ 엄마다. 지난해 9월 6년간의 뉴질랜드살
이를 접고 귀국, 11월부터 이곳 식구로 합류했다. 환한 웃음이 일품인 그녀는 유기농 재료로 쿠키를 직접 만들고 독특한 분위기의 라떼아트
도 척척 해내는 유능한 바리스타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에스프레소 커피메뉴 외에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메뉴는 곡물라떼. 직접 가공한 현미, 조, 콩, 수수, 콩나물 등 유기농 소
재들과 우유를 섞어 만들기 때문에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인 웰빙메뉴다. 청국장, 녹차, 오트밀, 땅콩, 에스프레소 커피 등 유기농 재료를 이
용해서 직접 만드는 쿠키와 함께 먹으면 한끼 요기로도 손색이 없다. 티 5000원, 커피4000원~7000원으로 식당 이용객에게는 50%를 할인해
준다.
가장 자연적인 테마 문화예술단지 지향
“한 5년쯤 지나면 이곳은 많이 달라져 있게 될 겁니다. 자연과 함께 공생하고 공존하는 생태학적인 문화마을, 자연 그대로의 친환경 문화예
술 단지가 그 면모를 드러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산동 대표의 생각은 확고하다. 고모리 저수지 일대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살린 동네, 지극히 자연스러운 마을로 꾸밈으로써 도시와 자
연을 잇는 통로이자 가교로 승화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물꼬방의 중앙 마당을 개조해 간이무대를 만들고 가족음악회, 연주회, 강연회 등 소규모 문화행사를 유치할 예정이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홍보는 물론 오프라인 홍보 강화를 통해 그 취지와 목적을 알리고 공유해 나간다는 계획도 세웠다. 맞은편 건물을 이용해 전시
박물관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 뒤편에 있는 아담 별채를 취침과 취사가 가능한 티룸으로 활용한다는 복안도 마련했다.
“친환경의 집 물꼬방”
물꼬방 입구에는 이런 간판이 세워져 있다. 그 문구가 더욱 의미로운 것은 이곳이 단순한 전원카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친환경 테마단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산동 대표와 소정희 요리장은 그래서 자신있게 말한다.
“이곳으로 이사 오세요. 가장 인간답게, 자연인으로 사는 방법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출처 : 월간 커피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