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도 왜곡 해석되면 살인 병기로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이 여러분을 위해 더 낫다”(요한 11,50)
어느 날 어린 도망자 한 명이 적군의 눈을 피해 숨으려고 조그만 마을에 찾아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도망자에게 친절히 대해주었고, 숨어 지낼 장소까지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도망자를 찾는 적의 병사들이 와서, 그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묻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리게 되었습니다. 적군의 병사들은 동트기 전까지 어린 도망자를 내놓지 않으면 마을에 불을 지르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사제를 찾아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았습니다. 사제는 그 소년을 적군의 병사들에게 넘겨줘야 할지, 아니면 마을 사람들이 다 죽게 두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 성경을 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동이 트기 전에 해답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꽤 시간이 흘러 새벽이 되었을 무렵, 사제는 성경 한 구절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기뻐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 구절은 바로 이랬습니다.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이 여러분을 위해 더 낫다”(요한 11,50). 라는 이 유명한 성경구절은 이천년 전 예수님을 죽이기로 작당하고 명분을 찾던 유다교 대사제 카야파가 한 말입니다. 사제는 성경을 덮고 방에서 나와 적군의 병사들을 불러 그 어린 소년병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려주었습니다. 적군 병사들은 숨어 있던 소년병을 끌고 가 죽인 뒤에 그 마을에서는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지혜롭고 믿음깊은 사제가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제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죽어간 소년병의 모습이 생각나 깊은 슬픔에 잠긴 채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그날 밤 한 천사가 그에게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너는 지난 밤에 무슨 일을 했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 어린 도망자를 적군에게 넘겨주었고 마을 주민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천사가 말했습니다. “네가 밤에 메시아를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러자 사제가 괴로워하며 물었습니다. “제가 무슨 수로 그것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자 천사가 말했습니다. “네가 성경책을 펴 놓고 답을 찾는 대신, 단 한 번이라도 어린 소년병을 찾아가 그 눈을 들여다보았다면, 너는 그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헨리 나웬, '상처입은 치유자' 중에서 )
첫댓글 어린 도망자를 내주지 않으면 모두 죽인다는 협박앞에서 마을 사람들과 사제는 어떻게 해야했을까요? 글에서는 성경대신 찾아갔어야 한다고 찾아가 어린 도망자의 두렵고 슬픈 그 눈을 들여다보았다면 지혜를 찾았으리라고 하는데....이 글 전에도 올렸었지만 세기의 성경말씀도 잘못 이해되면 하느님을 슬프게하고 분노하게 하는 살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갖습니다. 진리는 필연 깊은 통찰이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