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테스형! 왜 그래
오늘 편지는 제목만 보아도 무슨 내용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하시겠지요. 지난 추석에 나훈아라는 가수가 15년 만에 공연을 했다지요. 공연 전부터 후까지, 앞말 뒷말이 무성한가 봅니다.
코로나로 힘든 국민들에게 가수로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출연료 한 푼도 받지 않고 나섰다고 하니 칭찬도 관심도 받을만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공연 중에 했던 말이 사람들 사이에는 ‘어록(語錄)’으로 떠돌아다니고 있고, 정치권까지 나서서 어쩌고저쩌고 하는가 봅니다. “제가 살아오는 동안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는 이 말입니다. 일단 이 말의 의도는 그리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이 나라를 지금 공연을 시청하고 있는 여러분들이 지켜나가고 있다 뭐 그런 것 같습니다만, 차라리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 저런 헛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그것이 무슨 ’말씀‘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한마디 저도 끼어들까 합니다.
제가 살아오는 동안 왕은 잘 모르겠고 그래도 국민들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대통령은 본 적이 많습니다. YS는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했잖아요.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서 독재에 저항하는 뜻으로 무려 23일간 단식을 했었지요. 그 결과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냈던 것이지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더 말할 것이 없을 정도이지요.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해서 6년여 감옥 생활을 했고 1973년 8월 일본 도쿄 한 호텔에서 당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납치되어 십 며칠 만에 집 앞에서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온갖 고문과 투옥 연금 망명 같은 모진 고초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살아온 분 아니겠는지요. 대중가수가 공연에서 한 말 한 마디 가지고 뭐 그렇게까지 딴지를 거냐고 한다면 더 할 말이 없습니다만 ‘가황(歌皇)’이라고 불리는 그의 말 한 마디에 하도 떠들기에 하는 말입니다.
이번 공연에서 ‘테스형’이라는 노래를 새로 만들어서 불렀다고 해서 한번 들어보았습니다.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하고 노래 제목으로 삼았다는 것이 참 기발해 보였습니다. 가사 중에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어”라고 하더군요. 오늘 제목을 거기에서 따왔습니다.
저한테 왜 힘드냐고 묻는다면 ‘말은 없고 헛소리만 있는 세상’도 꽤나 힘들게 한다고 하고 싶습니다.
첫댓글 테스 가 소크라테스의 줄임말로 쓰였네요
ㅋ.
가황...세기의 ㅇㅇ
언어의 남발이죠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