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산책수필】
산책길에 만난 ‘무궁화’를 폰카에 소중히 담은 이유
― ‘근역(槿域) 삼천리’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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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산책수필】
산책길에 만난 ‘무궁화’를 폰카에 소중히 담은 이유
― ‘근역(槿域) 삼천리’라는 말씀이 귀하게 들립니다.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아침 산책길. ‘무궁화’가 환하게 웃으면서 손짓했다. 무궁화가 날 부르다니,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심코 지나치려는 산책자에게 “여보세요?”, “잠깐만요” 불러 세우는 일은 경이로운 일이었다.
▲ 산책길 필자의 폰카에 소중히 담은 무궁화 - 배재대학교 화단에서(2023.8.31.)
아침 이슬을 촉촉이 머금고 있어 그런가. 활짝 웃는 꽃잎이 더욱 생기 넘쳐 보였다. 오늘따라 그 자태가 더욱 곱고 예뻐 보이는 것은 왜일까?
내가 특별회원으로 참여하는 ‘올바른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올사모]’에서 최근 ‘나라꽃 무궁화’ 제목의 글을 읽었다. 구순의 원로 학자 지교헌 교수(철학자, 수필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소개한 글이었다.
원로 학자는 ‘나라꽃 무궁화’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정보가 담긴 이야기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나라꽃 ‘무궁화’에 대하여 많은 국민이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근역 삼천리를 더욱 빛내야 할 것입니다.”
‘근역(槿域) 삼천리’라는 말을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 본다.
그 옛날 유년시절, 시골 우리집 남새밭 울타리는 온통 무궁화였다. 동네 우물가에도 무궁화가 만발했다. 무궁화는 시골 동네 어딜 가나 흔히 만날 수 있는 꽃이었다.
▲ 산책길, 이슬 머금어 더욱 곱고 예뻐 보이는 ‘나라꽃 무궁화’
세월이 흘렀다. 도시 생활하면서 무궁화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느 학교 화단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꽃이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무궁화가 그래서 나의 눈엔 더욱 귀하게 보이는지 모른다.
나의 산책코스는 ‘복 받은 시민’만이 누릴 수 있는 멋진 꽃길이다. 새벽 산책길인 인근 도솔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배재대학교 캠퍼스를 통과해야 한다.
대학교 후문에 이르면 맨 먼저 배재학당 출신인 김소월 시인이 반갑게 손짓한다.
▲ 소월각과 「진달래 꽃」(배재대학교에서)
‘소월각’ 아래 ‘진달래꽃’ 시 전문이 새겨진 팻말을 만나 눈길 한번 주고 나면 ‘산유화’ 시비가 우뚝 나타난다.
산유화 시비 앞에 서면 평소 노래에 관심 없이 살아가는 나그네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익숙한 노랫말 덕분이다.
▲ 소월시비 「산유화」
여기서 몇 걸음만 더 가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손을 높이 쳐들고 반겨준다.
그런데 오늘 나의 산책길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월각’도 아니요, ‘산유화 시비’도 아니다. ‘무궁화’다.
나라꽃 ‘무궁화’ 이야기를 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분이 있다. 배재학당 출신 우남(雩南) 이승만.
▲ 우남 이승만 동상 - 바로 옆 화단에서 ‘나라꽃 무궁화’를 발견했다.
오늘의 주인공으로 나의 폰카에 소중히 담은 ‘무궁화’. 바로 옆에 우남 이승만 동상이 우뚝 서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이러한 발견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올바른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에서 읽은 존경하는 원로 학자의 ‘근역(槿域) 삼천리’ 덕분이라고 믿는다.
4절로 된 『애국가』에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란 구절이 네 번 나온다.
1.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2.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3.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4.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
애국가 각 절에서 네 번이나 강조하는 ‘무궁화 삼천리’. 하지만 실제로 대한민국 삼천리에는 무궁화가 그다지 많지 않다.
일반 국민은 잘 모르지만, 대한민국 ‘경찰가’ 첫머리에도 ‘무궁화’가 등장한다.
경찰가 작사 : 이기완 작곡 : 현제명
1. 무궁화 아름다운 삼천리 강산 고귀한 우리 겨레 살고 있는곳 영광과 임무를 어깨에 메고 이땅에 굳게 서다 민주경찰
2. 자유의 향기 높은 배달의 동산 봉사와 질서를 자랑하는 곳 민생의 명랑을 항상 베풀어 신념에 용감하다 민주경찰
3. 힘차고 화려하다 빛나는 강산 나라와 겨레의 길잡이 되어 이 몸과 이 마음을 다만 조국에 지성을 다하리라 민주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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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일선에서 멸사봉공 정신으로 한평생 헌신 봉사한 ‘경우(警友)’라면 누구나 귀에 익숙한 가사다.
경찰관 계급장에도 애국 애족의 상징 ‘무궁화’ 문양을 새겼다.
▲ ‘무궁화’ 문양의 경찰 계급장
무궁화는 존귀한 꽃이다.
애국정신이 깃든 꽃이다.
애국선열들은 보기만 해도 눈물 흘렸던 꽃이다.
민족정신을 되살리는 겨레의 꽃이다.
○ 온 국민이 애국가를 부를 때마다 가슴으로 품는 꽃,
○ 13만 현직 경찰관이 투철한 사명감의 상징으로 어깨에 달고 다니는 애국 애족의 꽃.
○ 150만 재향경우회(警友會) 회원들이 애민정신의 상징처럼 바라보고 경건하게 거수경례하는 자랑스러운 나라 꽃.
▲ 재향경우회를 상징하는 마크에도 무궁화가 들어있다.
그러고 보면 무궁화는 산책길 무심코 지나칠 꽃이 아니라 가슴으로 경의를 표해야 할 존귀한 꽃이 아닌가 한다. ■
2023. 8. 31.
윤승원 산책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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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 도시에서는 무궁화 보기가 어렵습니다. 배재대학교 화단에 핀 무궁화는 싱싱해 보이고 빛깔도 아주 곱군요.
무궁화는 진드기가 많아 농약하지 않고는 키우기 어렵다고 하는데 사진에서 보는 무궁화는 신품종 같습니다. 저도 내년 봄에는 화단에 무궁화 한두 그루 심어야겠습니다.
배재학당 출신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이 무궁화 화단 옆에 있는 것도 그렇고, ‘경찰가’에 나오는 무궁화 가사도 신선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산책 수필입니다.
내년 봄에는 화단에 무궁화를 심겠다는 말씀이 소중합니다.
화단이 있는 가정에서는 다른 꽃도 좋지만, 무궁화 한두 그루 심어 가꾼다면
말 그대로 ‘槿域 삼천리’가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올바른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올사모]’에서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3.09.01.07:40
무궁화에 대한 사진과 배재대학의 어울린 정경 아름답습니다. 경찰 계급장이 무궁화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이를 경찰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나라 꽃으로 만들려면 문학가들이 멋진 무궁화 칭송 시를 짓는 일이 중요합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작품에 대한 소개도 적극적으로 하면 좋을 듯합니다.
지교헌 교수님 제안대로 이런 주제로 백일장을 여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문학시대’에 특집으로 모으는 작업도 좋을 것 같고, 전국에서 무궁화를 가로수로 심는 일도 좋을 듯합니다. 윤 선생이 앞으로 이런 운동에 큰 기둥 노릇을 할 것을 기대해봅니다.
무궁화 훈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국가적 훈장입니다. 무궁화동산이 찾아지지 않습니다. 저도 무궁화 몇 그루를 구해서 심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구복)
▲ 답글 / 윤승원(필자) 23.09.01. 08:08
어떤 글을 읽고 그와 관련된 꽃이나 사물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느낌은 새롭고 경이롭습니다.
매일 마주치는 화단의 꽃인데도 특별히 달리 보였습니다. 폰카에 담으면 내 안의 정서가 풍부해집니다.
졸고를 세밀히 살펴주시고 따뜻한 격려 댓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