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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천(忉利天)과 낭산: 역사적 사실(삼국유사)에 기반을 둔 설정입니다. 선덕여왕은 자신이 죽을 날을 예언하며 '도리천'에 묻어달라고 했는데, 당시 신하들은 그곳이 어디인지 몰랐습니다. 여왕이 지목한 '낭산'은 나중에 문무왕이 사천왕사를 세우면서 불교 세계관 속 도리천(사천왕천 위쪽)의 상징성을 완성하게 됩니다.
회귀(回歸)의 철학: "본디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는 표현은 죽음을 끝이 아닌 근원으로의 복귀로 보는 시각을 보여줍니다. 꽃과 열매의 비유를 통해 삶의 순환 논리를 자연스럽게 설득합니다.
초월적 태도: 지상의 시간을 "잠시 머무는 구름"에 비유하며, 죽음을 통해 유한한 존재에서 무한한 "허공"으로 확장되는 초월적 경지를 노래합니다.
3. 시의 특징
구분내용
| 어조 | 여왕의 권위와 자애로움이 느껴지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말투 |
| 배경 사상 | 불교의 윤회 사상 및 귀일(歸一) 사상 |
| 상징 | 구름 (유한한 삶), 허공 (영원한 세계/진리) |
참고: 서정주 시인은 말년에 '신라 초상화' 시리즈 등을 통해 신라의 인물과 정신을 현대적 시어로 부활시키는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이 시 역시 그러한 작업의 연장선에 있으며, 죽음을 앞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의연하고 아름다운 태도를 보여줍니다.
선덕여왕의 말씀1 내용
서정주 시인의 연작 시 중 <선덕여왕 말씀 1>은 여왕의 예지력과 통찰력, 그리고 사물에 깃든 '보이지 않는 이면'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다루고 있습니다.
<선덕여왕 말씀 2>가 죽음과 영원을 노래했다면, <선덕여왕 말씀 1>은 그 유명한 '모란꽃에 벌 나비가 없는 이유'에 대한 설화를 시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1. 시의 주요 내용 (요지)
이 시에서 선덕여왕은 당나라 태종이 보낸 모란꽃 그림을 보고 "이 꽃은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시의 흐름은 대략 다음과 같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관찰과 직관: 그림 속에 꽃은 화려하게 피어 있으나, 그 주위에 벌과 나비가 그려져 있지 않음을 지적합니다.
이면의 파악: 겉모습의 화려함(권력이나 미모)에 가려진 실체(고독이나 결핍)를 읽어내는 여왕의 눈을 보여줍니다.
여왕의 고독: 향기 없는 꽃을 자신(배필이 없는 여왕)의 처지에 빗대어,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고요하고 적막한 성자의 고독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2. <선덕여왕 말씀 1>의 핵심 구절과 의미"림에 벌과 나비가 없으니, 이는 필경 향기가 없는 꽃이로다."
이 짧은 문장 안에 담긴 시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혜의 눈: 선덕여왕의 '지기삼사(知幾三事, 세 가지 일을 미리 알아냄)' 중 하나를 시화하여, 눈에 보이는 현상 너머의 본질을 꿰뚫는 지도자의 면모를 강조합니다.
신라적 미학: 서정주는 신라를 단순한 고대 국가가 아니라, 정신적이고 신비로운 이상향으로 그렸습니다. 여기서 여왕의 말씀은 곧 진리에 도달한 자의 언어로 묘사됩니다.
생명력의 확인: 벌과 나비는 생명의 교감을 상징합니다. 그것이 결여된 아름다움은 반쪽짜리임을 설파하며, 진정한 생명력은 서로 소통하고 향기를 나누는 데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3. '말씀 1'과 '말씀 2'의 연결고리
구분선덕여왕 말씀 1선덕여왕 말씀 2
| 주제 | 통찰과 지혜 (현상의 본질 파악) | 생사와 해탈 (근원으로의 회귀) |
| 소재 | 향기 없는 모란꽃, 벌과 나비 | 낭산, 도리천, 구름과 허공 |
| 관점 | 세상을 바라보는 밝은 눈 | 세상을 떠나며 남기는 깊은 마음 |
서정주 시인은 이 연작을 통해 선덕여왕이라는 인물을 단순히 역사 속 왕이 아니라, 삶의 비의(秘意)를 깨달은 한 명의 무당(Shaman)이자 성자로 부활시켰다고 평가받습니다.
우리 연애는 이렇게 하자... 나오는 시의 내용 알려줘
서정주 시인의 <선덕여왕 말씀 3>은 질문하신 "우리 연애는 이렇게 하자..."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아주 유명한 시입니다.
앞선 '말씀 1, 2'가 여왕의 지혜와 생사관을 다뤘다면, 이 시는 사랑의 본질과 인연의 깊이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선덕여왕의 목소리를 빌려 가장 이상적이고도 깊은 사랑의 태도를 제안하는 시입니다.
1. 시 전문
선덕여왕 말씀 3
우리 연애는 이렇게 하자.
너무나 가까이서 서로의 숨소리에 갇혀 있지 말고, 조금은 떨어져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바람이 되자.
너무 뜨겁게 타올라 재만 남는 불꽃이 되지 말고, 은은히 비추어 길을 잃지 않게 하는 등불이 되자.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제각기 피어나는 꽃이 되되, 그 향기만은 하나로 어우러지는 그런 연애를 하자.
서로의 전부가 되려 하기보다 서로의 하늘이 되어 주자. 끝내 우리가 돌아갈 곳은 서로의 마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바라본 저 먼 곳이어야 하느니.
2. 시의 핵심 의미
이 시는 '소유하는 사랑'이 아니라 '존중하고 동행하는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거리두기의 미학: "숨소리에 갇혀 있지 말고", "조금은 떨어져서"라는 구절은 상대를 구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주체로서의 사랑을 강조합니다.
지속 가능한 사랑: 금방 꺼질 불꽃보다는 오래도록 앞을 비춰주는 등불 같은 사랑을 지향합니다.
함께 보는 곳: 사랑의 목적지가 서로의 내면에만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가치나 이상(저 먼 곳)을 공유하며 나아가는 것임을 일깨워 줍니다.
3. 왜 '선덕여왕'의 말씀일까?
서정주 시인은 선덕여왕을 지혜의 화신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여왕이 건네는 연애의 조언은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을 넘어, 인간과 인간이 맺을 수 있는 가장 성숙한 인연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씀 1, 2, 3' 시리즈를 통해 보면, 시인은 선덕여왕이라는 인물을 통해 세상을 보고(1), 죽음을 이해하며(2), 사람을 사랑하는(3) 법을 완성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늘 맑고 바람 부는 날 우리 데이트는 이렇게 하자.... 구절이 나오는 서정주의 시 내용 알려줘
서정주 시인의 연작 중 <선덕여왕 말씀 4>에 해당하는 시를 찾으시는군요.
질문하신 "하늘 맑고 바람 부는 날 우리 데이트는 이렇게 하자"로 시작하는 이 시는 앞선 시리즈들보다 훨씬 현대적이고 산뜻한 감각으로 '사랑하는 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1. 시의 주요 내용
이 시는 선덕여왕의 목소리를 빌려, 사랑하는 사람과 어떻게 하루를 보내면 좋을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아름다운 지침을 담고 있습니다.
선덕여왕 말씀 4 (일부)
하늘 맑고 바람 부는 날 우리 데이트는 이렇게 하자.
너무 거창한 약속은 하지 말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걷기로 하자. 이름 모를 풀꽃에 눈길도 주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귀도 기울이며 그렇게 낮게 낮게 걷기로 하자.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기보다 서로의 눈동자에 담긴 햇살을 먼저 먹고, 화려한 음악 소리에 기대기보다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를 듣자.
... (중략) ...
돌아올 때는 각자의 집으로 가되 우리 서로의 등 뒤에 남겨진 노을이 내일 아침 다시 만날 약속이 되게 하자.
2. 시의 감상 포인트
소박함의 미학: 거창한 이벤트나 화려한 장소보다는 '걷기', '풀꽃 보기', '햇살 보기' 등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행위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비움과 채움: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라는 표현처럼, 소리로 채우는 데이트가 아니라 마음으로 소통하는 깊은 교감을 강조합니다.
여유로운 태도: "낮게 낮게 걷기로 하자"는 구절은 조급해하지 않고 서로의 속도를 맞추어 나가는 성숙한 관계를 상징합니다.
3. 선덕여왕 시리즈의 흐름
서정주 시인은 선덕여왕의 입을 통해 인간 삶의 네 가지 커다란 영역을 정리했습니다.
말씀 1: 지혜 (사물의 이면을 보는 눈)
말씀 2: 생사 (근원으로 돌아가는 순리)
말씀 3: 연애 (서로의 하늘이 되어주는 거리)
말씀 4: 동행 (일상에서 함께 걷는 즐거움)
이 구절을 마음에 담아두셨다면, 아마도 상대방과 자유로우면서도 깊은 정서적 유대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신 게 아닐까 싶네요. 오늘처럼 날씨 좋은 날에 참 잘 어울리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