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보았던 집들과 대조 해보면 알겠지만, 너무 싸지?
자네도 놀라는 눈치군,
자당과 말해보면 이유를 알 것이네,
그럼 잘 상의 해 보시고, 이따가 찾아오시게.”
‘그러니까 집을 짓고 이사를 와서 얼마 후에,
연탄가스로 인해 큰 딸이 죽고,
죽은 지 일주일도 안돼서 세 들어 살던 여자가 이유도 모르게 죽었단 말이지?
귀신 붙은 집이라 소문이 나서 안 팔린다고?
그런데 가게는 하나만 비고 다 나갔네!
싸기는 정말 싼 집인데,
어머니는 예수 믿는 사람이라 나한테 결정 하라고 하시고,
아버지 하고도 상의를 해 봐야지,
와서 보고 결정하자고 하면 시간이 안 맞을 거 같은데,
전화로 상의를 해 보나?’
“예, 더 늦어지신다고요? 그럼, 집 문제는 어떡하지요?
괜찮은 집이 나와 있거든요,
제가 알아서요? 제가 알아서 하란 말이지요?
네 네 알았어요.”
‘어머니가 아버지가 늦어서 실망하시겠네,
어차피 오셔야 일주일정도 같이 있을 걸.
뭐, 숙이는 점심시간이니 한가하겠지?
공중전화하기가 너무 번거롭네,
집 문제 해결되면 전화부터 먼저 신청해야지.’
시간이 남으니 은숙이 생각이 더 나는지,
정길이 공중전화 앞에서 자기차례를 기다리며 서성거린다,
은숙이가 자신이 그 녀를 생각하듯 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것이 자못 궁금하다,
은숙의 목소리가 들리자 짐짓 애교를 부려본다.
“이제 삼 일 째인데,
석 달은 지난 것 같다 보고 싶어,
뽀뽀도 너무 하고 싶고, 내 생각 하고 있는 거지?
오! 나의 사랑 은숙씨 아! 우리는 언제나 헤어지지 않고
한 이불 속에서 안고 잘 수 있을까?”
“네, 손님 언제나 오시면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저도 상담을 많이 해야 실적이 올라가니까 하면 좋지요.
그럼 내일 다시 연락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에이! 전화도 맘대로 못하고,
뭐? 많이 해야 실적이 올라가니까 하면 좋다고?
흐흐흐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고 말이지?’
“이십이 만원의 가게 보증금을 안고,
집 값에서 오 만원을 깎았으니, 백오십삼 만원,
복덕방 비용이 삼 만원, 명의 이전하고 세금까지 포함해서 백 육십이 만원,
청소비하고, 수리비용과, 도배장판까지 다 해서 전부 백칠십만 원 들었네요,
더 들었으면 돈이 모자랄 뻔 했는데,
어쩌면 통장에 들어있는 돈하고 그렇게
딱 하고 들어맞아 떨어지는지 신기하네요,
제대로 주고 사려하면 적어도 이백 오십 이상은 줘야 살 수 있는 집인데,
너무 잘 샀지요? 어머니는 어떠세요?”
“얘, 이북에 있는 우리가 살던 집도 이만 못했다,
너희 할아버지가 사시는 집은 이보다 컸었지만.”
“이사는 이번 토요일에 하지요,
혹 무슨 손 있는 날, 이런 거 안 봐도 돼요?
예수 믿는 집은 상관없다 고요? 그럼, 아무 때나 해도 되는 거지요?
토요일 날 이사해야 친구 놈들이 노는 날이고,
부려먹기가 좋고 쉽게 할 수 있으니까.”
“오빠, 손 없는 날 가야 된다고 하던데?
더구나 사람이 둘이나 죽어서 귀신 있다고
소문 난 집이라 조심해야지.”
“야! 엄마가 우리 집은 예수 믿는 집이라 괜찮다고 하잖아,
그건 귀신 믿는 집이나 그런 거고,
우리 집은 대대로 예수 믿는 집이라서 괜찮아.”
“아니! 교회도 안 나가면서 무슨 예수를 믿는다는 거야?
어렸을 때는 다녔었지만 벌써 오래 전부터 안 다녔잖아?
우리 집 교회를 예전에 관뒀지 않았나?”
“안 다녔다고 해서 안 믿는 것은 아니지,
그래서 어머니도 다시 교회에 나가시기로 하고,
우리 산 집 부근에,
제일교회 목사님이 금요일 날 저녁 여섯시에 오시기로 하셨어,
산 집 안방에서 입주예배 드려 주기로 했다,
너희도 이제 교회에 빼 먹지 말고 다녀,
강릉 언니도 다니니까,
나도 다녀 보니까 어릴 때 다닐 때보다 더 좋더라.”
“누나 그래야 될 것 같아.
이사 갈 집이 귀신 붙은 집이라잖아,
교회 안 다니면
혹시 알아, 밤에 히히히 하고 처녀귀신이 자는 방에 나타날지?
교회만 다니면 괜찮다니까 다니지 뭐.”
“야! 그렇지 않아도 찜찜한데 너 까불래?
귀신은 안 무서워, 사람이 무서운 거지,
그런 소리를 듣고 보니 기분이 그래서 그렇지.”
이사를 하고 짐을 대충 정리한 후,
그 날 저녁에 인근의 교회에서 목사와 성도들이 몰려와,
입주예배를 드리고는, 정길의 식구들에게 목사가 일일이 안수를 하고 나서,
축복기도를 해 주었다.
정길의 모친은 감격하여 눈물을 쏟으며,
신께 감사했고 다시는 신앙을 버리지 않겠노라고 목사에게 약속을 했다,
귀신이라니? 가난보다 무서울라고?
집 없는 설음 만 큼 견디기 힘들까 하면서,
이러한 날이 자기의 생전에 오게 한 신께 그저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이사한 다음날이 바로 주일이라 온 식구가 이삿짐 정리를 미루고,
교회에 출석하여 바로 등록을 했다.
“구정이 다가옵니다,
구정이나 추석 때가 되면 많은 성도들이 귀신과 타협을 합니다.
제사 할 때, 정성스레 음식을 차려놓으면,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와서 잡숫는 다고 하는데,
그 조상귀신들은 일 년에 두세 번만 먹으면 견디는 모양이죠?
아닙니다.
귀신은 조상과 아무 관계없습니다,
귀신은 하나님을 배신한 사탄 마귀의 추종자들로서,
하늘에서 내어 쫓긴 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기생할 곳을 찾아다닙니다,
사람이 죽으면 창조의 때부터 살아왔던 귀신은,
죽은 사람의 전 일생을 알기에,
옛날부터 내려오는 예전 관습이나, 후손들의 꿈속이나,
그들을 섬기는 무당이나, 박수를 통해 자기들을 섬겨주기를 바라며 겁을 줍니다,
그 귀신들에게도 물론 능력이 있습니다,
예수님 때에도 주의 제자들이 귀신을 쫓아내지 못한 예가 있습니다,
성령의 도우심을 기도하고,
예수님의 이름을 의지하여 명령하여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기 때문 이지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은 두려움,
귀신을 무서워하는 그 마음,
귀신의 해 코지를 두려워하는 그 마음이 귀신의 주식이요, 밥인 것입니다.
귀신이 먹고사는 음식인 것입니다,
우리의 작은 믿음만으로도, 믿음 있는 우리는 성령님이 지키시지만,
믿지 않는 자는 귀신의 침해를 받습니다,
귀신에게 몸을 뺏기게 됩니다.
귀신들은 한두 가지의 이적을 나타내 사람을 홀리지만,
그 한 가지 이적의 값으로 그 사람의 영혼은 피폐해지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같이 조상을 잘 섬기는 나라도 없습니다,
그 귀신이 섬김을 받는 것처럼,
그 집을 도와주었다면 못사는 집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걱정근심 있는 집이 어디 있겠습니까?
무당들이 자기의 일을, 미래를 아는 것이 있다면
못 사는 무당과 박수만 있는 것은 웬일일까요?
다른 건 몰라도 재벌이 부럽지 않을 그런사람이 왜 없을 까요?
왜 자기들의 자녀가 자기들의 후계자가 되기를 원치 않을까요?
무당이나 박수 중, 회심한 사람들의 간증을 들어보면,
나중에 꼭 해코지를 당하여 저들의 후손까지 망하는 것을 증거 합니다,
제사를 지낼 때는 반드시 지방을 씁니다,
예를 들어 홍 길동 신위라고 쓰면 홍길동은 신이 되었다,
즉 신 이다 하고 쓰는 것인데,
제사 시 경배를 받는 것이 홍길동이 아니고 홍길동 흉내를 내는
귀신이 제사를 받는 것입니다,
바로 귀신을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절을 하게 되면 귀신은 영이라 무서움과,
두려움 속에 사람마음을 약하게 하고 그 때,
그 사람의 영을 나약하게 만들어서,
나중에는 사람의 영을 장악해 더럽고 악한 일을 하게 합니다,
귀신이 자기의 뜻대로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꾸짖어 쫓으셨던 아이를 불에 던지는 귀신과,
군대 귀신에 대하여 들어 보셨지요?
사회에서는, 그런 사람을 미쳤다고 합니다,
우리 믿는 사람들이 말할 때는 귀신들렸다고 하는 것입니다.
성령님은 질투하시는 하나님입니다,
귀신에게 절하는 성도를 하나님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성도 여러분 이번 구정에 더러운 귀신과 타협하시겠습니까?
사탄 마귀와 타협하시겠습니까?
하나님께 기도하시고 담대함을 얻으시어,
절하던 자들은 오늘 이 말씀으로 승리하시길 예수님의 거룩하신 이름으로 축원 합니다.”
'아무데나 절하면 안 되는 거였네.
우리 집이 그래서 제사를 안 드린 것인데 몰랐구나,
그럼 초상집에 가서도 절하면 절대 안 되겠군.
휴! 귀신에게 절을 하다니,
그게 귀신을 불러 드리는 것인 줄 몰랐네,
오늘 좋은 거 배웠다.'
짐 정리가 끝나고 한숨 돌릴 즈음 진혁이 왔다,
진혁은 설마하니 이렇게 좋은 집을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샀다는 말에,
어린 아들이지만 일을 제대로 하는 지혜와 능력에 감탄을 했다,
정길이 귀신이 붙은 집이고 내놔도 팔리지 않는 집이라
싸게 샀다고 하자 진혁이 콧방귀를 뀌면서,
우리를 위하여 준비 된 집이라면서 식구들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었다,
여기저기를 돌면서 여기는 무엇을 하고 저기는 무슨 나무를 심고, 하면서
신이나 한다, 진혁이 언젠가 북한에 가면 넓은 집과 땅이 있는데 집이 무슨
소용이냐며, 머리를 흔든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저렇게 좋아할까 하며 진혁의
처는 미소를 짓는다, 진혁의 처는 이런 행복이 계속 되기를 하나님께 빈다.
집을 가꾸면서 봄에 할 일과,
집의 헐은 곳과, 창고를 손보는 일만 빼고는,
거의 손을 보자, 시간을 보내기 아까운 듯 진혁과,
그의 처가 함께 지내면서 신혼의 기분을 맛보았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두 사람에게 가장 좋은 날들이라고 서로 이야기하며
이 행복이 깨어지지 않기를 진혁의 처는 가만히 속으로 빌어본다.
진혁은 그러는 처의 얼굴을 바라보며 못내 죄스러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