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후 영국의 노동조합 운동은 쇠퇴일로를 걸어 왔다. 1979년 집권한 대처 보수당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과 노조에 대한 공격으로 노동조합은 조직률의 감소, 전투성의 상실, 정치적 발언권의 상실을 겪었으며, 그 결과 영국 사회 내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노동조합의 힘은 형편없이 줄어들었다.
영국 노동조합 운동의 정상조직인 영국노동조합총연맹(Trades Union Congress: TUC)은 최근 노동조합 운동의 부흥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1993년부터 TUC의 새로운 총서기 존 몽크스(John Monks)에 의해 주도된 [새출발](relaunch) 운동과 [새노조](New Unionism) 운동은 영국 노동조합 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에 의해 위축당한 영국 노동조합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은 현재 IMF 위기국면 하에서 정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전략과 노동정책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는 한국의 노동조합들에게도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영국의 TUC가 채택하고 있는 새출발 운동과 새노조 운동의 배경과 내용을 알아보고 그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새출발 운동의 배경(주1)
본 절의 내용은 주로 다음 자료를 참고하였음. 임무송, {영국의 노동정책 변천사}, 한국노동연구원, 1997; 윤진호,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과 노동조합의 대응], 한국사회경제학회 노동분과세미나 발표논문, 1999.
영국의 노동조합은 2차대전 후 영국 사회 내에서 확고한 세력을 구축해 왔다. 이른바 [집단적 자율주의]의 원칙 하에 노사관계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거의 없었으며 노동조합은 경영자들과의 집단적 교섭(산별, 직업별 교섭)을 통해 임금인상과 근로조건의 향상을 이룩할 수 있었다. 또한 노동조합과 노동당 정부간의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짐으로써 노동조합의 정치에 대한 영향력도 높아졌다. 노동당 대의원의 70%가 노동조합의 추천으로 메워졌으며 정부의 주요 각료가 노동조합 출신으로 충원되었고 의회 내에서도 노조 출신 의원들이 대량으로 진출하였다. 노동조합은 정부의 각종 정책 수립, 집행에 참여하여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법률, 정책을 만들어내었다.
신자유주의 개혁 공세
전후 영국 사회 내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았던 노동조합의 위치는 1970년대 들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특히 1979년 보수당 정부의 등장에 따라 결정적 타격을 받게 되었다. 대처 정부는 전후 지속되어 온 노사간의 합의를 철저히 부인하고 노조를 탐욕적이고 무책임한 독점집단으로 규정하여 노동조합의 규제에 나섰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시작이었다.
보수당 정부는 일련의 새로운 법률 도입을 통해 노조세력의 약화를 꾀하였는데 여기에는 사용주의 노조에 대한 법률적 인정의무의 철폐, 클로즈드 숍(closed shop: 노조에 가입해야만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제도)의 금지, 노동쟁의시 노조의 면책특권 제한, 불법파업시 노조 기금의 압수, 파업시 조합원의 사전 비밀투표 의무화, 피케팅(picketing: 노동쟁의 시 사업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면서 파업 불참자의 사업장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제한 강화, 노조의 업무·재정에 대한 정부 감사,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 권리의 강화, 노조에 대한 노조원 개인의 권리 보호, 조합비 체크오프제(check-off제: 임금에서 조합비를 일괄 공제하여 조합에 주는 제도) 철폐, 최저임금제 철폐, 불공정 해고 규제의 완화 등 광범한 분야에 걸친 것이었다.
전투적 노조주의와 노조진영의 무능력
노동조합은 초기에는 보수당 정부가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소극적 전략으로 일관하였으나, 차츰 보수당 정부의 공세가 본격화됨에 따라 TUC 내에서 전투적 노조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들은 조합원들의 대중적 동원을 통해 정부와 정면 대결하여 보수당 정부를 무너뜨리자고 주장하였다. 특히 탄광노조(NUM)는 탄광업 구조조정에 저항하여 근 1년간에 걸친 격렬한 파업을 벌였으나 결국 보수당 정부의 강경 정책과 노조의 내부분열 등으로 인해 패배하고 말았다.(주2)물론 탄광노조 파업이 실패한 원인을 전적으로 노조의 전략선택의 실패 때문으로 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대처 정부의 치밀한 대 노조 탄압전략과 사용자에 의한 노조분열공작이 파업실패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당시 탄광노조 위원장 스카길이 노조의 전투적 전략에 대해 과신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것이 파업실패 및 그후의 탄광노조의 장기적 침체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 역시 부인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서는 Kahn, P., "Union Politics and the Restructuring of the British Coal Industry," in Golden, M. and J. Pontusson(eds.), Bargaining for Change: Union Politics in North America and Europe, Cornell University Press, 1992 참조.
이후 영국 노동조합운동은 쇠퇴 일로를 걸었다. 전투적 조합주의와 현장에 토대를 둔 노동운동은 약화되고, 그 대신 기업별 노사협력주의와 일본식 노사관계가 나타났다. 단체교섭의 분산화에 따라 기업별 단체교섭·단체협약이 증가하고, 그 내용도 노사평화협약, 기업통제 하의 종업원 참여제도 등 노사협력적 내용이 많아졌다. 직무경계의 소멸, 다기능공화, 파트타임 노동자 및 파견노동자의 증가, 업적급 및 이윤분배제의 도입, 변형근로시간제 및 교대제의 변경 등 경영자 측에 유리한 노동관행이 잇달아 도입되었다. 하청·임시노동자의 광범한 사용에 의해 고용불안은 한층 심해졌다.
이러한 자본측의 공세에 대해 노동조합은 뚜렷한 대안을 내어놓지 못했다. 노동조합의 전투성은 쇠퇴하고 파업도 크게 줄어들었다. 노동조합은 정부와의 일체의 대화통로가 끊긴 채 정치적 시민권을 잃어버렸다. 정부는 노사정 3자협의체제를 철폐하였고, 노동조합과 정부와의 비공식적 대화통로마저 단절되었다. 사회운동으로서의 노동조합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으며 노조는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진로에 대한 내부 논쟁만 벌였다.
이러한 가운데 노조원수와 조직률은 계속 감소하여 대처 정부가 집권하던 해인 1979년의 1,330만명(조직률 55%)에서 1990년 990만명(조직률 32%), 그리고 1996년에는 720만명(조직률 31%)으로 줄어들었다. 보수당 정부 집권기간 18년 동안 노조원수와 조직률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 기간은 노동조합으로서는 그야말로 '암흑의 세월'이었다고 할 것이다.
1993년의 TUC 총회에서 새로 선출된 존 몽크스(John Monks) 총서기(General Secretary)(주3)TUC의 최고책임자는 총서기라고 부른다. 총서기는 TUC의 전반적 활동을 책임지며 TUC를 대외적으로 대표한다. 현재의 총서기 존 몽크스는 1993년 선출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영국 노동운동의 부흥을 위해 새로운 전략과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새출발'(relaunch) 운동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표하였다. 이는 내부적으로는 노조 조직을 현대화하여 보다 효율적인 조직, 노조원들에 대한 서비스를 높이는 조직을 만들면서 외부적으로는 정부·사용자 등 외부와의 관계를 재정립함으로써 노동의 권리 강화, 완전고용 보장, 근로조건의 질적 수준의 향상 등 노동조합의 목표를 실현시키려는 전략이다.
3. 새출발 운동의 내용(주4)
이 절의 내용은 주로 다음 자료를 참조하였음. E. Heery, "The Relaunch of the Trades Union Congress," British Journal of Industrial Relations, Vol. 36, No. 3(September, 1998); 인터넷 TUC 홈페이지(www.tuc.org.uk); 유럽근로조건개선재단 홈페이지(www.eiro.eurofound.ie); 비즈에드 홈페이지(bized.ac.uk/comfact/tuc).
1) 내부 변화
① 내부조직의 개혁
존 몽크스는 새출발 운동의 일환으로 우선 TUC 내부 조직의 개혁부터 착수하였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TUC 대의기구(代議機構)의 개혁이다. TUC의 대의기구는 총회(Congress: TUC의 최고의사결정기관, 매년 1회 개최)-일반위원회(General Council: 총회 사이의 기간 동안에 TUC의 의사결정, 2개월마다 개최)-집행위원회(Executive Committee: 조합실무 집행, 매월 1회 개최)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개혁의 초점은 일반위원회이다. 종전에 일반위원회는 TUC 내의 다양한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자리안배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또 일반위원회 산하에 정부 부처를 연상시키는 여러 가지 상임정책위원회들이 있어 여기서 TUC 정책이 입안되었다. 이러한 구성을 가진 일반위원회에서 형성되는 정책은 회원 노조들의 의사를 총괄한 것일 뿐 현실성이 없고 정책형성과정이 매우 비효율적이며 현실세계의 노사관계에 영향을 못 미치는 것으로서 비용은 많이 드는 반면,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에 따라 일반위원회 내의 여러 상임정책위원회들과 산별위원회들을 폐지하였다. 산별위원회는 보다 느슨한 산별포럼(산별 문제에 대한 의견교환을 위한 교류조직)으로 대체되었다. 일반위원회 자체의 회의개최 회수도 줄이고 업무의 상당 부분을 26명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 및 이슈별 공동위원회(예컨대 여성위원회, 인종위원회)로 위임하였다. 그 대신 다양한 과제별 그룹(Task Groups)들이 새로 구성되었다. 이들 과제별 그룹들은 일반위원회 위원, 산하조직 대표, TUC 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데 명확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한시적 조직이다. 과제별 그룹은 일반위원회를 통해 연례 총회에 보고서를 제출한 뒤 해산한다.
지금까지 구성된 과제별 그룹으로서는 기업지배구조 문제, 완전고용 문제, 작업장 참가 문제, 인사관리 문제, 파트타임 노동자 문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문제 등이 있다. 과제별 그룹은 이들 과제에 대해 정책을 개발하고 캠페인을 벌인다. 이들 그룹은 조합 내 합의형성이나 절차상의 정확성을 강조하기보다는 TUC의 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달성한 것인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조합 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러한 의사결정기구의 효율화와 더불어 TUC 내부관리 관행 역시 개혁하였다. TUC 본부 사무국에는 175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과거 TUC의 사무국은 전통적인 공무원 조직을 모델로 만들어졌으며, 계층적 관료제 방식으로 관리되어 왔다. 엄격하게 업무관장이 구분된 부서들, 부서장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점, 조합 내 '내부노동시장'을 통한 승진체제, 업무처리의 익명성 및 무책임성, 산하 조직 대표에게 책임을 미루는 풍토 등이 그 특징이었다.
새출발 운동은 이러한 여러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개혁하였다. 과제별 그룹의 설치와 같은 맥락에서 부서 경계를 넘어선 사업(프로젝트)별 조직을 강조하고 있다. 직무를 재설계, 재배치하고 업무의 자율성을 높였다. 외부 인사의 채용을 통해 조직을 혁신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였다. TUC 전임(專任)직원들이 산하조직 대표들과 더불어 과제별 그룹에 공식 참여하는 것이 허용되었고, 의사결정과정에 공개적으로 참여하도록 장려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의 능력개발을 위한 투자를 증대시켰는데 강연기술, 언론대응기술, 사업관리능력, 정보기술훈련, 경영개발능력 등에 관한 훈련, 교육을 전직원에게 실시하였다. 또 사무국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향상시키기 위한 몇 가지 조치도 취해졌다. 이러한 노력들은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 아래 이루어졌다. 훈련성과에 대해서는 매년 자체평가가 이루어졌다. TUC의 직원훈련은 높은 성과를 나타내어 1997년에는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인간투자조직](Investors in People)(주5)영국 정부는 일정한 훈련기준을 세우고, 이 기준을 충족시키도록 직원들에 대해 훈련, 개발을 실시하는 조직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이를 [인간투자 조직](Investors in People)이라 부른다. 이 프로그램은 각 지역 훈련 및 창업위원회가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선정기준에 통과되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TUC 내부관리 관행의 개혁은 TUC 사무국의 근무정신과 스타일을 바꾸어 보다 덜 형식적이고, 보다 유연하며, 보다 생산성 높은 노동력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다.
② 전략의 변화
새출발 운동의 두 번째 특징은 TUC의 운동전략 변화이다. 즉 TUC가 조합원의 좁은 이해관계를 대변하기보다는 넓은 범위에 걸친 노동자 계급 전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이는 TUC가 단지 노동조합들의 대표조직일 뿐만 아니라 광범한 근로계급을 대변하는 권위있는 대변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하는 적극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TUC는 광범한 근로대중의 직접적 관심사이며 비 조합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고용문제를 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최근 TUC의 캠페인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의 예를 들면 파트타임 노동자의 권리, 최저고용기준, 전국단일 최저임금제, 실업문제의 해결, 인종차별문제, 연금문제 등이 있다.
이들 캠페인 중 상당수는 노동력 내의 특정 그룹이나 소수층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TUC는 노동력 내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이를 노동계급의 이해관계로 묶음으로써 그 지지기반을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거에는 노동조합의 관심사에서 주변적인 것에 머물렀던 것들을 이제는 본격적인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새로 구성된 과제별 그룹의 최우선 중요과제의 하나는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권리보호 및 노조의 대표권 개선문제이다. 또한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지지하는 운동으로서 [인권존중](Redspect)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는데, 1996년 런던 핀스버리(Finsbury) 공원에서 열린 제1회 인권존중 축제에는 약 8만 명이 참가하였으며 해가 갈수록 참가자수가 늘고 있다. 또 청년노동자, 동성애 노동자, 가내노동자, 여성노동자, 유색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도 실시되고 있다. 과거부터 TUC는 이러한 소수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새출발 운동 이후 이해관계 대변층의 범위가 넓어지고 이것이 TUC의 핵심사업의 하나로 재분류된 것이 다른 점이다.
③ 조직화 사업
새출발 운동의 핵심과제의 하나는 노조 조직률의 향상을 위한 조직화 사업이다. 이는 '새노조'(New Unionism) 운동으로 집약되고 있다. 새노조 운동은 1996년 TUC 특별총회에서 채택되어 그 후 매년 총회에서 주요 사업의 하나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새노조' 과제별 그룹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 새노조 운동은 새로운 산업의 새로운 노동자들을 목표로 한 조직화 사업이다. 주요 대상은 여성, 청년층이며 특히 새로운 산업 및 불안정한 직종에 있는 노동자들에 집중하고 있다.
TUC는 조직화 사업을 조합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인력과 자금을 조직화 사업에 점점 더 많이 배치하고 있다. 특히 TUC는 조직화 사업을 담당할 조직전문가 양성을 위해 1998년 1월 [조직화 아카데미](Organizing Academy)를 개설하였다. 제1기 아카데미에는 17개 산하노조에서 선발된 36명의 신입생이 입학하였는데 이들은 1년간 이론 및 현장교육을 받은 뒤 각급 조직에 배치되어 조직화 사업을 담당할 예정이다.
영국에서 노조원을 충원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이미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만 조직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고 새로운 산업, 새로운 직종에 대해서는 조직화 노력이 별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노조 조직화 사업은 주로 사업장의 현장노조위원(shop stewards)(주6)TUC나 산별, 직업별 연맹에서 임명한 노조전임자가 아니라 현장노조원들을 대표하는 현장위원으로서 주로 파트타임으로 노조활동을 함. 이 담당하였는데 이들은 노조전임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주들로부터 시간상의 제약을 엄격하게 받고 있어 비노조 사업장에서 조직화 사업을 전개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현장노조위원들의 조직활동은 주로 자기 자신의 사업장에 집중되었다. 한편 노조본부로부터 봉급을 받는 전임직원들 역시 단체교섭 활동에 시간의 대부분을 빼앗길뿐더러 노조원수 감소에 따른 재정상의 문제 때문에 많은 노조에서 전임직원 수를 줄임으로써 신규 노조원 조직활동을 벌일 여유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조직활동의 핵심적인 양대 축 모두가 새로 성장하는 산업 쪽으로 노조원 수를 확대하는 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화 아카데미 졸업생들은 현장위원과 전임직원들이 공백상태로 남겨놓고 있는 신규 조직활동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TUC의 조직화 아카데미 설립은 미국의 AFL-CIO에서 1989년에 세운 「조직화 기구](Organizing Institute)와 호주노총(A CTU)이 1994년에 세운 조직화 프로그램(Organizing Works Programmes)을 모델로 한 것이다.
훈련생들은 20대 중반의 연령층으로서 기존 노조원 중에 선발되며 주로 비정규 고용형태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다. TUC 산하노조들이 이들을 추천하며 훈련생들의 훈련기간 중 임금 및 훈련비용은 TUC와 산하노조가 공동부담한다.
이들은 조합원 충원 및 조직기술에 대해 훈련받은 뒤 TUC와 산하 노조가 공동으로 벌이는 조직화 캠페인에 배치될 예정이다. TUC가 근로대중의 권위 있는 대변자로서 지위를 굳히려면 지난 20년간에 걸친 조합원의 감소추세를 역전시켜야만 한다고 TUC는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고용부문의 새로운 범주의 노동자들 쪽으로 조합활동의 방향을 재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2) 외부 변화
① 정당 및 정부와의 관계 변화
새출발 운동은 비단 TUC의 내부구조와 운영의 개혁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와 정부 정책에 대해 보다 효율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한 외부관계의 개혁에도 착수하였다. 이는 정당, 정부, 사용자, 시민단체 등 다양한 외부세력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정당 및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두 가지 뚜렷한 변화가 눈에 띤다.
첫 번째 변화는 TUC가 전통적인 노동당과의 밀착관계를 넘어서서 다른 정당들과의 접촉을 강화하였다는 점이다.(주7)Leopold, J.(1997), "Trade Unions, Political Fund Ballots, and the Labour Party," British Journal of Industrial Relations, Vol. 35.
TUC는 전통적으로 노동당과 긴밀한 관계를 가져왔다. 현재의 영국 노동당은 1900년에 노동조합들이 세운 노동대표위원회(Labour Representation Committee: LRC)로부터 시작된 것으로서 1919년 LRC는 노동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처럼 노동조합과 노동당은 밀접한 관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런 까닭에 노동당 대의원의 70% 이상이 노동조합에 자동 배분되고 노동당 정부의 주요 각료를 노동조합으로부터 추천 받는 등 양측은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밀착관계는 보수당 집권 이후 노조의 급진화와 세력약화에 따라 한 때 멀어지기도 했으나 1997년 5월 노동당이 재집권한 이후 양측은 다시 관계가 밀접해지고 있다. TUC와 노동당 지도부와의 정기적인 회합이 계속되고 있으며 토니 블레어 총리 당선 이후 TUC는 총리와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고 정부 주요 부처에 노조에 우호적인 장관들이 임명됨으로써 이들과도 긴밀한 연락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TUC는 또한 보수당 집권 시절에도 장관들과의 접촉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으며,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s) 등 소수 정당과도 훨씬 관계가 가까워졌다. 새출발 운동이래 TUC는 모든 주요 정당들의 연례 전당대회에 대표를 참석시키고 있다. TUC는 모든 정당에 영향을 미쳐 자신의 정책에 대한 지지를 받기를 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두 번째 변화는 상하 양원 의원들에 대한 로비활동을 강화하고 TUC 정책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TUC는 전통적으로 의회보다는 정부 각료들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새출발 운동 이후 TUC 역사상 처음으로 의회연락관(Westminster Liaison Officer)을 임명하여 의회에서의 로비활동을 강화하였다. TUC는 또한 로비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정책적 이해관계에 관한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고, TUC의 주요 정책에 관한 해설을 의회에 정기적으로 배포하는 한편, 의회 내 정기간행물(The House Magazine)에 존 몽크스 총서기가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TUC의 새로운 스타일의 정치적 노력의 결과로 파트타임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법률안에 대해 모든 정당의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TUC는 그 외에도 유럽 수준에서의 정책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을 강화하였다. 이를 위해 TUC는 유럽공동체 본부가 있는 브뤼셀 주재 TUC 사무실을 확대 강화하여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 및 그 산하기관에 대한 로비활동을 담당하도록 하는 한편 총서기 산하에 유럽과를 두어 유럽 수준 정책을 담당하도록 하였다. TUC는 또한 유럽노동조합협의회(ETUC)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고, 사용주 단체들과의 유럽 수준의 노사협의에 참가하고 있다. TUC는 현재 유럽 통합 및 유럽 사회헌장 등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② 사용주와의 관계 변화
정치과정에 대한 접촉 확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사용주들과의 접촉 및 협력 강화이다. TUC는 영국산업연맹(Confederation of British Industry: CBI: 영국 사용자들의 단체)과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노력하여 왔는데 예컨대 노사 양 단체의 연례총회시 서로 상대방 단체의 대표를 초청하여 연설할 기회를 주고 있다. 그밖에도 새출발 운동 이후 TUC는 광범한 범위의 사용주 및 사용자 단체와 새로이 접촉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영국상공회의소연맹, 중소기업연합, 경영연구소, 이사(理事)연구소, 인사관리연구소, 사용주 포럼 등이 있다. 이들 단체 중 일부와는 공동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단체 중 상당수는 종전에 노동조합운동과 공식적 관계가 거의 없던 단체들이다. TUC가 이들 사용자 단체들과의 접촉을 확대하고 있는 동기는 초당적 국회의원들과의 접촉을 강화하는 것과 마찬가지 동기, 즉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정책적 연대의 형성에 있다.
TUC는 새출발 운동 이후 사용자들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정치과정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적 파트너십'(Social Partnership)을 제안하였다. 사회적 파트너십이란 노동자 및 노조가 기업 및 사회 전체 수준에서의 사용주와의 대화에 참여하여 노사 공동이익을 꾀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유연작업 및 숙련향상에 대한 투자를 통해 영국 산업을 현대화하는 데 노조가 협력하는 한편, 작업에서의 최저근로기준을 입법화하는 데 사용주 측의 지지를 끌어낸다는 전략을 의미한다.
사회적 파트너십이라는 용어는 오늘날 영국 노사관계에서 유행어가 되고 있다. 특히 노동당 정부가 집권한 뒤 일련의 노사관계 개혁조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거와는 달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를 추진하지 않고 노사간의 사회적 대화에 의해 초안을 마련하도록 권장함으로써 사회적 파트너십은 현실적 근거를 강화하게 되었다. 그러한 사회적 대화의 주요 이슈로서는 전국단일 최저임금제 재도입, 노동조합의 법적 인정문제, 부당해고에 대한 보상문제, 산업보건의 개선 및 병으로 인한 결근의 축소문제, 연령차별의 금지문제, 노동위원회의 개혁문제, 비정규노동자 보호문제 등이 있다. 노동당 정부는 이들 문제에 관해 필요하다면 일방적으로 입법화할 가능성도 있지만 가능하면 우선 노사 쌍방이 자발적 협약을 맺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TUC와 CBI는 1997년 여름부터 노조의 법적 인정문제(주8)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노동조합 및 단체교섭이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개별 사용주의 재량에 맡겨져 왔다. 즉 사용주는 노동조합의 존재를 인정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으며,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 노동당이 집권하고 있던 1975년 제정된 고용보호법(Employment Protection Act)에 의해 노조는 법적으로 승인되었으나 이 법률은 1980년 대처 보수당 정부에 의해 폐기되었다. 그 후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사용주에 의한 노조의 승인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왔다. 이에 따라 TUC는 노조의 법적 승인, 협의권(단체교섭권이 아니라)의 인정 등을 법제화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에 대해 사용주들은 노사간 상호신뢰가 중요한 것이지 법적으로 이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법제화에 반대해 왔다.
에 관해 교섭을 시작하여 마침내 1997년 12월 공동성명에 합의하였다. 이 공동성명에서는 노동조합의 인정은 가능하면 노사의 자율로 하되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즉 사용주가 노조를 인정하기를 거부할 경우) 노조가 법률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일단 노조가 인정되면 단체교섭을 할 수 있으며 사용주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경우 다른 대체수단(alternative remedies)을 마련하자는 데 CBI와 TUC는 합의하였다. 다만 단체교섭의 단위(즉 기업별·산업별·직업별), 단체교섭의 대상범위(임금·노동시간·유급휴일·훈련 등), 법 적용 제외범위(CBI는 중소기업은 적용 면제하자고 주장), 노조 인정 최소 요건(CBI는 조직대상 노동자의 30% 이상 지지를 요건으로 하자고 주장), 단체교섭 인정 요건, 단체행동 허용 요건 등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노사합의안을 바탕으로 노동당 정부는 1998년 5월 『직장에서의 공정성』(Fairness at Work)이라는 백서를 발표했으며, 이 정부안에 대한 노사의 의견을 수렴하여 1999년 1월 고용관계법안(Employment Relations Bill)이 제출되었다. 이 법안은 종업원 20인 이상의 기업에 대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법적으로 인정하였으며, 교섭사항으로서는 근로조건, 채용 및 해고, 업무의 배분, 종업원에 대한 처벌, 노조원 자격, 노조 전임자 대우문제, 교섭 및 협의기구 등으로 정했다. 이 법은 그 외에도 단체행동시의 각종 제약의 완화, 휴직제도의 개선,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처분의 금지, 파트타임 노동자에 대한 보호 강화, 파견사업체의 규제 강화, 기업에서의 노사참여협력에 대한 지원 등 각종 개혁안을 담고 있다. 이 새로운 고용법에 대해 TUC는 즉각 환영을 표시하였으며, CBI도 "전적으로 환영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수긍한다"면서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앞으로 상하 양원의 심의를 거쳐 금년 여름 경에는 모든 절차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과거 보수당 정부에서 중단되었던 노사간 및 노사정간 사회적 대화체제가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되살아났으며, TUC는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자신의 정책을 입법화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③ 다양한 단체와의 관계 변화
TUC는 정당과 사용주 외의 각종 단체와의 연대 및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있다. 즉 자원봉사단체,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한 캠페인 조직, 교회, 전문직 단체, 공공기구 등이 그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종류의 접촉에 대해서 노조는 의심을 가지고 보았는데, 그 이유는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가 노조의 독립성을 해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출발 운동 이후 다른 시민조직들과 공통관심사 및 목표를 확인하고 진정으로 그들과 협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파트타임 노동자를 위한 캠페인의 경우 TUC는 전국시민상담연맹과 공동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시민단체는 유인물 배포, 파트타임 노동자에 대한 상담활동 등을 맡고 있다. 또 직업별 연금제도에 대한 캠페인의 경우, 다양한 조직들과 접촉 및 협력을 하고 있는데 소비자연맹, 직업별 연금연맹, 노인문제연맹, 노인지원기구, 경찰연맹, 전국연금기금연맹, 연금자문가협회, 연금전문 변호사협회 등이 있다.
이러한 시민단체들과의 연대 및 협력의 목적은 이들과 공통의 이해기반을 마련하고, 자원을 서로 나눔으로써 TUC가 이들 단체의 전문성과 권위를 이용하고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으며 이를 통해 TUC가 대중적 합법성과 정치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④ 언론 및 홍보활동의 변화
TUC의 정책 캠페인에 있어 연대활동의 강화와 더불어 캠페인 방법에 있어서도 보다 전문적인 방법이 도입되었다. TUC의 [캠페인 및 홍보부]는 정책부서들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종전에 노조의 홍보활동 대상이 아니었던 일반 대중에게까지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용문제'('world of work' issue)를 의식적으로 핵심과제로 선정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 문제가 보다 광범한 근로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이며 노조의 특수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TUC의 홍보활동도 대폭 강화되었는데 그 중 상당수는 종전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매체를 통한 것이었다. 그러한 예로서는 대중일간지의 개인자금관리면이나 여성면, 여성잡지, 지방신문, 지방라디오 등이 있다. 이에 더해서 TUC는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하였으며, BBC TV를 통해 고용문제에 관한 프로그램 시리즈(TUTV)를 방송하고 있기도 하다. 가장 신선한 시도로서는 앞에서 언급한 [인권존중 음악제]를 들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지금까지 노조활동에 관심이 없었던 청소년층에게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던져주는 동시에 노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 외에도 상담전화를 개설하여 노조원, 비 노조원 가리지 않고 고충상담과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제반 활동을 통해 TUC는 자신의 정책에 대한 언론과 정치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노조에 대한 일반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고 이를 통해 정부와 사용주들의 활동을 제약하고자 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TUC의 새출발 운동은 노동조합의 운영방법과 전략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러한 변화는 두 가지 넓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TUC의 전략적 행동으로서 핵심 목적과 달성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그 실현을 위해 명확한 계획을 입안하는 것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TUC의 사업을 일련의 캠페인으로 만들고 전문적인 역할 그룹이 각각의 캠페인을 담당하여 이를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는 각 캠페인에 대한 지지를 넓히기 위해 정당 사용자 시민단체 등과의 협력 및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 파트너십'과 연대활동을 강조한다. TUC는 노동력의 다양화에 대응하여 '포괄적인' 노조운동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새출발 운동 이후 노조 조직화 문제가 TUC 정책의 전면에 등장했으며 점점 증가하고 있는 여성·청소년·임시직·서비스부문·노동자들을 노조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4. 평가와 문제점
TUC는 새출발 운동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새출발 운동은 회원노조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완전고용과 근로조건의 질적 개선, 그리고 노동자 권리의 보장을 가져오는 한편, 사용주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노사공동목표인 경쟁력 강화 및 작업장에서의 공정성을 획득하는 등 커다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조는 그 지위와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고 TUC는 보고 있다. 노조의 신뢰성이 증대되고 노조가 전개하고 있는 캠페인에 대한 광범한 지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주9)
인터넷 TUC 홈페이지.
새출발 운동의 성공의 가장 명백한 증거로서 1995년부터 1997년 사이에 12개 조직이 TUC에 신규 가입한 것을 들고 있다(Heery, 1998).
그러나 TUC내 좌파에서는 TUC의 이러한 공식입장에 대해 비판하면서 새출발 운동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Kelly(1996)는 사회적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TUC의 새출발 운동을 온건노선(moderation)으로 규정하면서 새출발 운동이 노사간 이해관계의 갈등적 측면을 축소하고 노사공통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온건노선은 파업 등 단체행동을 반대하고, 노사협의회 등 단체교섭기구 외의 통로를 지지하며, 파트너시 이데올로기를 강조하고, 노조원의 동원보다는 사용주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고용보장, 노조영향력 증대 등 새출발 운동이 약속한 것들은 지켜지지 않은 채 오히려 노동자의 요구를 사용자의 이해관계에 종속시키고 노조의 영향력을 줄여 노조를 약체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온건노선을 버리고 전투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Williams(1997) 역시 최근 노동조합이 노조원 개인에 대한 서비스에 관심을 갖는 경향(개인주의: Individualism)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 자체는 바람직한 일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경향이 노동조합의 노동자를 위한 집단적 대표기능(집단주의: Collectivism)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노사관계의 개인주의화가 아니라 집단주의에 토대를 둔 노조원 개인의 이익보호라고 한다(이를 [도구적 집단주의]Instrumental Collecitivism라고 그는 부르고 있다).
Heery와 Kelly(1994)도 비슷한 맥락에서 영국의 노동조합이 과거의 참여적 노동조합주의(Participative Unionism)로부터 관리적 노동조합주의(Managerial Unionism)로 변화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리적 노동조합주의는 노동조합에 현대적 경영기법을 채택하여 노조의 효율과 성과를 개선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관리적 노동조합주의 하에서 노동조합은 노조원을 일종의 '소비자'로 규정하고 노조원의 요구에 대한 대응, 서비스 강화,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서비스를 통한 조직화, 노조원에 대한 교육훈련 강화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TUC의 새출발 운동을 '온건주의'나 '개인주의' 또는 '관리적 노동조합주의'로만 규정하는 것은 너무 일면적인 것이다. Heery(1998)가 지적하듯이 TUC의 새출발 운동은 한편으로는 대립형 노사관계의 측면을,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파트너십의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이 양자 사이의 모순과 갈등이 오히려 더 중요한 문제로 되고 있다. 새출발 운동은 한편으로는 노동시장 조건을 고용불안정의 심화, 근로조건의 악화로 파악하고 이의 극복을 위해 신규 노동력의 조직화를 통해 노조세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전국 단일 최저임금제, 노동조합의 법적 권리 강화 등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된다. 이러한 것들은 대립형 노사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시장 조건을 안정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훈련, 경쟁력 강화 등 사용주와의 공동이해관계를 강조한다. 물론 조직화와 사회적 파트너십이라는 양자가 결합하면 더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양 측면 사이에는 모순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새출발 운동의 유효성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Heery, 1998). 설혹 노동조합의 전략선택으로서 새출발 운동의 방향이 올바르다고 하더라도 노조 행동에 대한 구조적 제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채택된 전략이라면 그 유효성은 상당히 제한될 것이다. TUC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노조의 영향력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예컨대 TUC는 사용주와의 새로운 협력관계 정립을 통해 정부에 대한 노사공동건의안 제출, 공동연구, 사용주와의 접촉 확대 등을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노동시장 규제에 관한 노사의 자율적 협정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영국에 있어 사용주 단체의 미조직화로 인해 CBI 등은 매우 제한된 권위밖에 가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거시적 차원에서의 노사협약이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다 본질적으로는 여전히 많은 사용주들이 노조에 대해 회피·억압전략을 사용하고 있어 TUC가 원하는 형태의 자율적 노사협약이 맺어지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사실 TUC가 제안한 정책의 대부분에 대해 사용주들은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TUC는 자신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나 EU 차원의 개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보수당 집권 시에는 정부가 노동조합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무시하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TUC의 사회적 파트너십 전략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노동당 정부가 집권함에 따라 TUC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정책실현 가능성은 밝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당 정부 집권 이후 노동당 정부와 TUC 사이에는 상당한 긴장이 노출되고 있으며 과연 노동당 정부 하에서 TUC가 바라는 영향력 있는 사회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주어질 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른바 신노동당(New Labour) 전략 하에 당선되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보수당이나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의 정책과 거의 다름이 없으며 기업과 중산층의 지지를 확대하는 반면 전통적 지지세력인 노조와 거리를 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블레어는 공동소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시장기업의 육성, 경쟁촉진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보수당 정부 하에서 민영화되었던 국영기업의 재국유화를 포기하였으며 규제완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한다는 정책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과 부의 재분배정책도 회피하고 있다. 노동정책에 있어서도 노동시장에서의 유연성 확대를 추구하는 반면, TUC가 주장하는 최저근로기준 설정이나 노조의 권리 강화 등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의 임금억제정책을 계속하고 있으며 완전고용정책에 대한 지지도 철회하였다.
이에 대해 Mcllroy(1998)는 기본적으로 신노동당 정책은 신자유주의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수용하는 데 토대를 둔 전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노동당 정부가 말하는 사회적 파트너십, 형평성 증대, 국가에 의한 시장규제, 주주자본주의가 아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 독일형 자본주의(Rhine capitalism) 등이 실제 내용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구호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당 정부의 성격변화라는 상황 속에서 TUC의 새출발 운동이 추구하는 사회적 파트너십 전략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하겠다.
5. 결론과 시사점
TUC의 새출발 운동은 신자유주의적 정책 하에서 쇠퇴를 경험한 노동조합이 그 새로운 부흥을 위해 채택한 노동조합 전략의 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는 선진국 여러 나라에 있어 노사관계의 전환기였다. 국제경쟁의 격화를 배경으로 하여 각국에서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보수정권이 등장하였고, 이들은 케인즈주의적 노사타협 체제를 붕괴시키고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노사관계의 재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이러한 보수주의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과 구조조정정책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은 각국이 처한 주관적 객관적 환경과 경제주체들의 행동양식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한 노동조합의 대응양상에 대한 분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주10)eBacon and Storey 1993; Beaumont 1991; Martinez-Lucio and Weston 1992; Hyman 1994; Guest 1995; Kelly 1996.
가장 기본적으로는 노사간 협력을 통한 공통이익의 추구를 주장하는 사회적 파트너십 주의와 조합원의 대중적 동원을 통한 비타협적 투쟁을 주장하는 전투적 노동조합주의로 나눌 수 있다.
영국의 노동조합, 특히 탄광노조는 1980년대 초 대처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에 맞서 전투적 조합주의를 구사한 대표적인 예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1984∼85년의 1년간에 걸친 장기투쟁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영국의 노동조합은 혼란과 침체의 10년간을 겪었다. 조합원수와 조직률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노동조합의 사회적 신뢰도와 정치적 발언권이 땅에 떨어졌다.
1993년부터 시작된 TUC의 새출발 운동은 이러한 장기간에 걸친 영국 노동조합운동의 쇠퇴를 역전시키고 노동조합을 다시 한번 노조원의 이익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조직이자 영국 사회 내의 권위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한 TUC의 노력은 크게 보아 두 갈래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 번째는 정부, 사용자 및 기타 사회세력과의 관계변화를 통한 사회적 파트너십의 지향전략이다. TUC는 정부 및 사용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신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완전고용, 근로조건의 질적 향상, 법률적 권리의 보장 등을 관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TUC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노사간 갈등적 관계의 측면을 축소하고 공통이해관계 만을 강조함으로써 사용자의 목표에 노조를 종속시키는 데 불과하다는 노조 내 좌파의 비판을 받고 있다.
두 번째는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는 동시에 노조 내부 관리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노조원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노동조합의 재흥을 위해서는 노조 조직률의 향상이 절대적 조건이라는 인식 하에 TUC는 지금까지 소홀히 해 왔던 신규성장부문 혹은 주변부문의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이를 위해 조직화 아카데미의 개설, 조직화 활동에 대한 인원, 재정지원의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 나아가 TUC는 단지 조직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광범한 근로대중 모두의 관심사가 되는 완전고용·성장·사회복지 등의 광범하고 포괄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이른바 포괄적 노조주의(encompassing unionism)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TUC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자칫하면 조직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 간 또는 소속 노조들 간의 대립과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TUC 내부의 조직의 효율화를 위한 노력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예컨대 조직구조의 개선, 의사결정의 집중화, 산하 노조간 조정능력의 향상, 노조원에 대한 각종 서비스의 제공 등이 그것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TUC의 새출발 운동의 내용과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한국의 노동조합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노동조합 역시 IMF 위기체제 하에서 정부와 자본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격심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과 노조 조직률의 급속한 하락, 노동조합의 사회적 발언권의 위축, 노사정위원회에의 참여여부를 둘러싼 논쟁, 그리고 노동조합이 안고 있는 내부적 비효율과 의사결정의 분산성에 따른 문제점 등은 경우는 다르지만 영국의 노동운동이 겪었던 경험과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TUC의 새출발 운동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① 노동조합의 전략선택과 관련한 시사점이다. 이론적으로는 정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의 공세에 대한 노동조합의 전략을 사회적 파트너십 전략과 전투적 노동조합주의 전략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노조의 전략은 그러한 이론적 구분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실제로 TUC의 전략은 학자들이 이론적으로 구분해 놓은 분류 중 그 어느 하나에도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다. 현실적 전략은 여러 유형의 전략으로부터 부분적으로 요소를 뽑아 한데 묶은 것이다. 사실 사회적 파트너십 전략과 전투적 노동조합주의 전략이라는 분류는 너무 극단적인 분류라 할 수 있다. 양 전략 사이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 여러 가지 혼합전략이 존재한다. 노조는 어떤 차원에서는 전투적이면서 동시에 다른 차원에서는 온건한 노선을 취할 수 있다(예컨대 전투적 이데올로기와 온건한 교섭방법의 결합). 그 결과 나타나는 노조의 현실적 전략은 상당히 다양하고 혼합적인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황기에 있어 객관적 여건이 노조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고 노동조합이 동원할 수 있는 전략적 자원마저도 매우 제한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현실의 노조는 한편으로는 노조원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신규조합원을 조직하는 등 갈등적·전투적 전략을 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한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정부 자본 시민단체 등과의 사회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자 노력한다. 이처럼 현실의 노조는 노동운동이 처한 주관적 객관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여 매우 현실적이고 혼합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혼합적 전략의 현실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원칙에 근거한 전략이냐 아니면 편의주의적인 전략이냐의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노동조합의 독립성과 민주성은 그 어느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며,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전투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여기서 노동조합의 전투성이란 노사관계가 기본적으로 갈등적이라는 인식을 갖는다는 의미에서의 이데올로기적 측면, 그리고 노동조합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조합원의 대중적 동원능력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의 방법적 측면이라는 양 측면에서 정의된다. 결국 불황기에 있어 노동조합의 기본적 전략은 "전투성에 바탕을 두되 노동조합의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혼합전략을 유연하게 구사할 수 있는 포괄적 노동조합주의(emcompassing unionism)"가 되어야 할 것이다.
② 노동조합이 자신의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는 데 있어 조직화가 갖는 중요성이다. 사회적 파트너십을 강조하든 전투적 노동조합주의를 강조하든 노동조합의 힘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하에서는 그 어느 쪽도 노동조합의 목표를 현실화시키는 데 한계를 가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조합의 조직화 노력은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 공세에 맞서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노동조합들은 명분상으로는 조직화 노력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 현실적 노력을 얼마만큼 기울였는지는 의문이다. 기업별 노조체제 하에서 기업별 노조의 간부들은 자신의 조직에만 관심을 가질 뿐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으며, 상급단체 간부들 역시 인력과 재정의 한계로 인해 신규 노동자의 조직화에 거의 손을 댈 수 없었다.
1990년대 들어와서 해마다 조직률이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 와서는 그 하락속도가 매우 빨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위기의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그 추세를 역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노력도 별로 찾아볼 수 없다. 물론 현재 한국의 노동운동이 추진하고 있는 산별 조직화가 성공한다면 조직률 향상에도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산별 조직화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설혹 그것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자동적으로 조직률 향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의 노동조합들은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에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해 TUC가 벌이고 있는 각종 노력들-노조 목표의 재조정, 조직화 대상의 구체적 설정, 조직화 아카데미의 설립, 인적 물적 자원의 투입-은 한국의 노동조합들도 세심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③ 노조 내부관리의 효율화와 노조원에 대한 서비스의 향상문제이다. TUC가 포괄적 노조로서 자신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제기된 문제가 내부적 관리의 문제 및 산하조직들 간의 조정능력 문제이다. 과거 TUC는 이 점에서 문제를 드러내었다. 영국 노조운동은 비록 단일노총인 TUC로 단결되어 있기는 했지만 전국적인 통일성은 약했다. 독일 등 산별노조가 발달한 나라들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숙련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직업별 노조가 노조구조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으며, 한 기업 내에서도 여러 개의 직업별 노조가 존재하여 각각 별도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분산적 구조를 드러내었다. 이러한 노조운동의 분산성으로 인해 1980년대의 정부와 자본의 공세에 노동조합이 힘있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부구조 면에서도 의사결정의 비효율성과 산하 조직에 대한 권위의 결여, 이로 인한 조직의 단결 결여 등의 약점을 드러내었다.
새출발 운동은 이러한 과거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구조의 집중화, 의사결정과정의 단순화, 과업중심의 조직구조, 노조전임자에 대한 교육훈련의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점도 한국의 노동조합들에게는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노동조합들 역시 사정은 다르지만 기업별 노조주의로 인한 노동조합 의사결정구조의 분산성과 비효율성, 중앙조직의 권위 결여, 상급단체의 인적, 물적 자원의 제약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결과 전국조직 및 산별 연맹 등이 산하 조직과 노조원에 대한 대변을 힘있게 전개하지 못하고 있고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TUC의 새출발 운동이 전개하고 있는 내부조직구조의 개혁과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 강화는 우리로서도 참고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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