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배우 윤정희를 시네21에서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출처는 시네21입니다.
“잔 모로처럼, 카트린 드뇌브처럼”
세련되고 지적인 이미지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중 한 사람인 윤정희씨. 그는 1967년 첫영화 <청춘극장>으로 대종상 여우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시작한 연기인생의 정상에서 돌연 프랑스 유학을 결행, 화제를 불러모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과 함께.
그러나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아내’가 된 뒤에도 그는 언제나 현역배우였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출범을 누구보다 기뻐했던 ‘창립게스트’ 윤정희씨는 올해엔 뉴커런츠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즐기고 있다. 해마다 한국영화를 20여편씩 빠뜨리지 않고 챙겨본다는 윤정희씨의 고운 눈매와 가녀린 어깨는 11월에도 4월의 벚꽃처럼 화사했다.
-60, 70년대에 비해 요즘 한국영화계는 많이 달라졌죠.
=당시 감독들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참 열심히 만들었어요.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얼마나 좋아졌어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조금 더 자기 것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거야. 그렇지만 홍상수 감독이나 김지운 감독, 정말 감탄스러워요.
-어떻게 연기를 하겠다고 생각하셨는지.
=<청춘극장>의 신세대 여성인 오유경을 공모했는데, 그 원작소설을 우리는 정말 좋아 했어요. 배우는 생각도 안해봤는데, 역할에 끌렸던 거지요. 공부도 해봤고, 감독 제의도 받아봤지만, 난 역시 카메라 앞이 좋아요.
-300편 가까운 작품 중 특히 아끼는 것이 있다면.
=<청춘극장>을 다시 보고 싶어요. 첫 영화니까. 그리고 <안개>. <안개>에서 불렀던 <목포의 눈물>은 내 애창곡이 돼버렸어. 하지만, 다시 볼 때마다 창피해. 어쩌면 그렇게 연기를 엉성하게 하는지!(웃음) <장군의 수염>도 참 열심히 했어요. 아까운 건 유현목 감독의 <분례기>. 필름이 아예 없어졌다는군요.
-그런데, 함께 활동한 여배우들이 결혼과 함께 은막에서 사라져버린건 아쉬워요.
=난 남아 있잖아. 프랑스 간 후에도 <화려한 외출>이나 <위기의 여자>도 찍었고.. 그런데 94년에 출연했던 <만무방> 흥행이 안된 뒤 부르는 사람이 없네.(다시 웃음) 그 이후로는 완전히 10대, 20대판이 되어서 우리가 설 자리가 없죠. 하지만 여전히 영화 속에서 살고 있어요. 언젠가 나이에 맞는 역할이 오겠지요.잔 모로를 봐요. 지금 나이가 몇 살이야. 그래도 스크린에 존재를 드러내잖아요. 카트린 드뇌브도 그렇고.
-요즘 후배 중 좋은 연기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요.
=심은하. 자연스러워요. 얼굴에 과장이 없어요. 그리고 전도연 너무 잘해. 러브신을 봤는데 어쩌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는지. 대담하고 용기있어요. 우린 그렇게 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