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F-5 전투기 2대가 2일 낮 기동훈련을 위해 강릉 기지를 이륙(離陸)한 지 5분 만에 인근 평창군 대관령면 선자령 정상에 떨어져 조종사 3명이 순직(殉職)했다. 공군은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동종(同種) 전투기의 비행을 중단시키고, 3일 하루동안 공군 전투기 전체의 비상 점검을 위해 필수적인 초계(哨戒) 업무를 제외한 비행을 전면 중단했다.
북한은 최근 8~18일 실시되는 한·미 합동 '키리졸브' 군사훈련을 겨냥해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협박했다. 동해에서 미사일을 쏘아대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런 사태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동해 최전방 강릉 기지에선 이번 사고 때문에 주력기인 F-5의 발이 묶여 버렸다.
사고를 일으킨 F-5기는 북한의 포병(砲兵) 전력을 신속하게 정밀타격하는 게 주(主) 임무다. 이 전투기는 공군 전체 전투기 480대 중 170여대로, 전체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주력(主力) 기종이지만 기계식 레이더에 무장 역시 수동 방식이어서 21세기 공중전에는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투기의 퇴역(退役) 정년은 보통 30년인데도 이번 사고기(事故機)는 각각 도입된 지 35년과 26년이 지났다. 부품을 구하기도 어려워 동종 전투기에서 부품을 빼내 돌려쓰는 '동류전용(同類轉用·cannibalization)'으로 기체 정비를 해 왔다. 2006년 조사에서 F-5기의 '부품 돌려막기'는 1290건으로 다른 기종의 2~6배에 달했다. 이 전투기가 2000년 이후 이번까지 7번이나 사고를 내 조종사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데는 이런 사정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전투기가 떨어지면 수백억원 하는 기체도 기체려니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조종사들의 꿈과 창창한 앞날까지 산산조각나게 된다. 최신형 F-16을 몰 수 있는 영관급(領官級) 조종사 한 사람 키우는 데 90억원 가까운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F-5 조종사에도 그 못지않은 국가적 투자가 있어야 한다.
작년 한 해 소령급 조종사 142명이 민간항공사로 옮겼다. 2004년 44명의 3.2배다. 연봉이 민항 조종사의 80% 수준도 안 되는데다 전투기 안전에 대한 신뢰도까지 떨어져 이직(離職)이 더 늘어나고 있다. 이번 사고기에 탑승해 희생된 대대장 오모 중령은 숙련된 조종사들의 잦은 이직으로 부족해진 비행교관(敎官) 업무를 대신 나섰다가 사고를 만났다.
공군은 사고가 날 때마다 "예산이 부족해 낡은 전투기를 바꾸지 못하는 현실"에서부터 원인을 찾아왔다. 이런 해명이 사실의 일부를 반영하고 있다 해도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퇴역해야 할 전투기를 교체하거나 그 부품도 제때 마련하지 못한 처지에 2012년 전시작전권 이양 이후 미군의 공군력 지원이 지금과 달라지게 되면 대한민국 하늘은 누가 지키겠나 하는 걱정이 든다. 공군은 시한(時限)을 두지 말고 사고의 원인부터 철저히 규명해 더 이상의 희생을 막고 가장(家長)을 보내고 나서 하루하루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공군 가족의 걱정을 시급히 덜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