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9(토) 오전 10시 41분. 공군 6탐색구조전대에 연평도 부근 임무가 예상된다는 정보와 함께 헬기 2대에 좌석대기(battle station) 명령이 떨어졌다.
지난 토요일의 서해교전으로 인한 23명의 사상자를 최단시간 내에 병원으로 긴급 후송하여 우리 군의 인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또 하나의 서해교전을 벌여야 했던 것.
11시 06분 HH-60 헬기 1機(조종사 신창룡 소령•배영식 대위)가 출동 명령을 받고 이륙한 뒤 20여 분이 지난 후 20여 명의 대량 환자 후송이 요청된다는 추가정보와 함께 다시 HH-47 헬기에 좌석대기 명령이 내려졌다.
11시 24분 비상벨 소리와 함께 적군의 레이다 탐지 방해를 위한 Flare 장착 및 총기 탄약 적재, 대량 환자공수에 대비한 최대한의 들것(Litter) 장착 등 출격 준비를 마친 HH-47 헬기 (조종사 정두희 소령•권희진 대위)는 11시 46분 출격명령을 받고 환자공수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구조사, 정비사, 군의관 등을 태우고 이륙하여 목표지역인 연평도로 기수를 향했다.
지대공 미사일, 대공포 등 커다란 위협이 존재하는 북한의 대공망을 피해 작전지역으로 침투하기 위해 공군의 헬기 2機는 적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도록 최저고도를 유지하며 실제상황이 벌어졌던 연평도로 진입하였다.
`이건 실제상황이다`라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12시 16분과 12시 40분에 각각 연평도에 착륙한 HH-60 및 HH-47는 전사자 4명을 포함, 23명의 사상자들을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긴급 후송하였다.
14시 01분 수도통합병원에 착륙한 헬기는 환자후송원칙에 따라 중환자, 경환자, 사망자 순으로 준비되어 있는 구급차에 옮겨 실음으로써 급박한 상황하에서 펼쳐졌던 3시간의 임무는 막을 내렸다.
HH-47 헬기를 조종했던 정두희 소령(鄭頭熙•공사 36기)은 당시 상황에 대해 "포탄 파편으로 인해 피범벅이 된 부상자들의 얼굴, 고통으로 인한 비명소리들, 군의관의 신속한 치료모습 등은 교전 당시의 참혹함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주었다"며 "우리 장병들이 국가방위를 위해 전쟁터에서 직접 피를 흘렸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한시라도 빨리 구조작전임무를 완수, 전우의 소중한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서해교전으로 전사한 故 윤영하 소령(해사 50기)과 동기생으로서 HH-60을 조종한 배영식(裵英植, 공사 44기) 대위는 당시 상황에 대해 "세계의 축제인 월드컵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기습공격을 가한 북한군에 대해 정말 화가 났지만, 분노를 삭이며 신속한 구조작전 임무완수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긴급 후송작전시 의료조치에 대해 군의관 김상범(金相範, 군의 30기) 대위는 "기내에서 후송도중 중환자들에게 링거액을 꽂는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며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분하고 격한 심정에서 비롯된 떨림이었다.
그 동안 중환자들을 수 차례 치료해 본 경험이 있지만, 전투현장에서 피를 흘린 전우들을 치료해 본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